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딸아이 정기 검진받으러 부산 개금에 있는 백병원 다녀오는 길에 벚꽃길을 다녀왔다. 어릴 때는 엄마가 딸아이를 사진 찍어 줬는데 오늘은 딸아이가 나를 찍어 준다. 기분이 이상하다.
'엄마! 엄마!!'
'다리 길~~ 게 나오게 찍어 드릴게요!!'
다 키웠네~ 다 키웠어~
'고마워 은지야~~'
흐뭇한 표정이 지어졌다. 딸과 함께 예쁘게
나오는 자세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엄마~~ 여기에 서 보세요'
여기 사진 잘 나올 것 같다며 찍을 장소도
알려준다.
'엄마~!! 손을 들거나 다리를 세워 보세요~'
딸아이가 사진 잘 찍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젠 엄마를 위해 다리가 길어 보이는 예쁜 사진을 찍어 준다.
어릴 때는 예쁜 표정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까 고민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된 것인지 고학년 때 시작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찾아와 버린 새롭고 반가워해야 할 사춘기지만 나의 한숨이 늘어나는 일이 잦고, 내 말에 또박또박 반박하는 일이 생겨
내가 친구인 건지 딸이 엄마인 건지 어쩔 땐 맞는 말을 해서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히고,
더 화를 내기도 했었다.
이제는 안다. 사춘기 아이들은 논리가 생겼고 마냥 아이가 아닌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럴 때는 빨리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말발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는 날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을 때는
말을 아껴야 한다.
아이도 나도 서툰 하루에서 조금씩 관계의 거리를 배워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