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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Aug 05. 2021

글을 쓰면서 일상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의 일상이 반짝이는 일상으로 다가와 심장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전 취업이 되어 생활 전선에 뛰어 먹고 사는 문제로 바쁘게 나의 젊은 시절이 지나갔다. 그동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결혼과 육아를 거쳐 시댁과 친정 집안 대소사까지  잘 처리해 왔다. 그래도 양쪽 집안의 중심이 되기 위해 나름은 노력을 해왔고 중년이 되면서는 그동안 경험때문인지 모든면에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급해 하지않고 일의 순서를 생각하면서 처리하는 여유가 생긴것이다. 일명 '짬밥'이 생겼다. 


집안과 직장에서 약간의 여유를 찾아가면서 나는 나를 잃기 시작했다. 일상은 경험적인, 느낌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또 어떤 상황에서는 나이어린  막내격이 아니다 보니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입이 움직이는 상황이 더 많아졌다. 한동안 이런 나의 상황들이 적응이 안되고 내가 싫어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언가 해야 할 일을 해 내는 내가 대견하고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24시간이 모자랐던 지난날 화려하게 바쁜 시절이 웬지 그리워졌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지? 이 질문에 나는 답을 할 수 없었고 갑자기 무서워졌다.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데 그렇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나가지?' 한동안 나는 이 질문에 내 자신이 답을 주지 못했다. 그 전에는 선배나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고 별 걱정을 다하네. 세상에 할게 얼마나 많냐? 그동안 못한거 마음껏 해야지... 우리가 애들 키우고 직장 생활하느라 못했던거 하면서 살면 되지'라고 가볍게 넘겨 버렸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받기 시작하자 '음, 글쎄 무엇을 할까? 음......' 왜 대답을 못하는지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 나는 쇼파와 친구가 되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쉬는 순간이 되면 쇼파에 기대거나 누워서 멍하니 TV 채널을 돌리면서 그 순간을 채워 나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하던 내가 갑자기 쇼파친구가 되자 집안 식구들은 내가 어디 아픈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서 유튜브채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병은 어느 인지심리학 김경일교수님 강의 내용을 듣고 유추해보면 '무망'이었다. '무망'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게 없는 상태로 우울증보다 더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너무 열심히 산게 병이다. 그게 어느정도 해결이 되니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이다. 거기에 중년의 갱년기까지 스멀 스멀 찾아오고 있었다. 사춘기 시절부터 무언가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고 내 우울했던 고등학교 시절은 일기를 쓰면서 버텨 냈었다. 고등학교때는 알수 없는 한문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 말을 만드는 고전 해석하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무언가 막연하지만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를 찾고 싶었다. 그러나 직장에 들어가고 먹고 사는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좋아하는 글쓰기보다 사업계획서와 제안서 쓰기에 더 최적화되어갔다. 내가 점점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었고 그것이 '무망'을 만들어냈나보다. 




이럴때 답은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이 벽처럼 느껴지고 답답해지는 어느순간이 오면 내가 살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내 마음속의 모든 것을 버리는 제로기법을 쓴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모든것을 버리는 순간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무망'으로 제로의 바다를 헤엄쳐 내가 도착한 곳은 '글쓰기'섬이다.


 '글쓰기'섬에서는 모든 일상이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의 일상이 반짝이는 일상으로 다가와 심장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희뿌였던 창문 너머 풍경들이 하나 둘씩 손짓하기 시작한다. 이제 일상과의 대화로 또다른 '욕망'의 열차에 올라탔나 보다. 하루에 하나씩 보석을 담아보고 싶다. 나의 마음속에 작은 글귀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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