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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Oct 23. 2021

늦깎이 대학원생 살아남기
#1 강의 동영상 만들기 도전

점점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간격이 길어진다

이번 학기 수업 중 복지행정 세미나 과목이 있다. 비대면이다 보니 세미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점 때문에 교수님은 수업계획 설명시 각자 비영리 및 복지기관을 한 곳 선정하여 그 조직을 조직이론에 의거 분석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과제를 제출하면 이를 학생들과 함께 비대면 수업 후 그다음 시간에 피드백을 주고 학우들은 댓글을 달아 의견을 서로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시겠다고 하셨다.

50 넘어 시작한 대학원 생활이기에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업 방식을 따라 한다는 것이 여러 가지로 벅찬 상황이었다. 조직분석은 그래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면 되지만 동영상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유튜브에 올린다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실무자일 때에는 업무상 회의나 교육을 직접 진행했기에 비대면 시대에 그것이 뭐 어렵겠어라고 여겼겠지만 지금은 실무에서 멀어지면서 실전에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전 경험은 있어서 이것은 이러면 좋지 않을까? 저러면 좋지 않을까?라는 훈수 두기에 바쁜 라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직접 해야 할 때는 업무가 느려지고 순서도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것 같고 거북이가 된 느낌이다. 이를 어쩐다~~ 디지털 관련 업무는 더욱이 두렴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도 나름 휴대전화나 노트북 정도는 활용할 줄 알지만 SNS, 통계, 유튜브, 메타버스 등 들으면 이해가 되지만 그 세계를 정확히는 알고 있지 못하다. 얼굴이 나오도록 강의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여 유튜브 선생들의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쩜 그리도 빠르게 적응하여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지 벌써 1년 전 자료들이 많이 있었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되면서 앞선 고수님들이 나같이 잘 모를 듯한 어린양들을 위하여 앞선 기술을 먼저 시행해 보고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회의용으로만 알았던 ZOOM에는 쉽고 간편한 기능들이 숨어 있었다. 강의자료를 업로드해서 내 얼굴도 나오게 강의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수업 듣는 학우가 동영상 편집할 수도 있다며 알려준 뱁믹스는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이었다. 교수님이 30분이 넘으면 자료가 커서 강의 자료실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아주 엄포를 놓으셔서 스톱워치를 켜고 드디어 강의 영상을 촬영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넘는 부분은 편집 프로그램으로 잘라내어 가까스로 30분 몇 초 넘게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제는 매일 쳐다만 보았던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교수님이 유튜브 선생님 2분 강의자료를 보내주셨다. 그걸 우선 숙지하고 나의 강의자료를 동영상 만들기에 올려 보았다. 어~~ 쉽게 된다 쉽더니만 업로드가 안되고 문제가 있다고 나온다... 아~~ 이를 어째 30분 몇 초를 넘어서 그런가?? 영상을 다시 촬영해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만히 화면을 쳐다보니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여기를 누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꾹 눌렀더니 전화번호 넣고 다시 인증받으면 동영상을 길게 올릴 수 있다고 나온다. 나온 대로 전화번호로 인증하고 다시 동영상을 올리니 바로 업로드가 된다... 


어머!!  어머!! 드디어 나도 유튜버가 되나 보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 두려움만 앞서더니 하나씩 해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나는 조금이라도 접했던 프로그램들 이어서 다행이었다. 좀 더 활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을 통해 아주 조금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하나 알게 되었다. 슬슬 유튜브도 해야 하나 보다...



20년 후에 올 미래가 코로나로 인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고 한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여 조금이라도 세상에 관심을 끊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세상이 변하여 나를 이상한 나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면 나는 바보가 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 혼자 동떨어진 느낌으로 이방인이 된 것 같다. 이 느낌이 이제는 내 생활 곳곳에서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욱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여 '소통'의 방식을 만들어 내고 그 '소통'의 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기존에 쓰던 '소통'의 방식에 머무르기 쉽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현재 많이 사용하는 '소통'방식에 대해 알아야 하고 어떤 흐름인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100세 시대에 살아가는 방식으로 그 무엇도 아닌 '배우려는 능력'이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한다. 내가 강의 동영상을 만들면서 느꼈던 두려움, 불안, 집중, 성취감 등 배움의 과정은 다양한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해 주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조금씩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나이 들수록 젊은 세대가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내가 지금 현재를 잘 살아가는 길인 것 같다.


#강의 동영상  #과제  #늦깎이  #대학원생  #소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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