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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Apr 21. 2021

백수 과로사

자발적 퇴사자 일기

자발적 퇴사자는 일과 연관된 사람들과 관계를 버리고 나오지 않았기에 주변사람들과 관계는 지속된다. 

그러나 관계되는 많은 이들이 이 어려운 시국에 '자발적 퇴사'의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딱히 다른 이들에게 나의 퇴사에 대해 이러 저러한 설명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만나는 것을 꺼려

했지만 그들은 호의로 나에게 점심과 저녁의 만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도 많은데 한번 얼굴 보자"
 코로나 시국이라 만나기도 애매하지만 점심에  잠깐 얼굴보자는 말에 약속을 잡다보니 2주이상의

약속이 잡히게 되었다. 일을 할때는 점심에 회사이외 사람들과 밥을 먹으면서 회사 돌아가는 상황과

못마땅한 상사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집에서 느긋이 있다가 점심시간에 맞춰 나가려니

이것도 일이 되었다. 왔다갔다 하다 보면 3시간 이상을 버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하루의 절반이 없어진다.

나의 시간이 많아도 상대방은 점심시간인지라 1시까지는 사무실에 들어가야 하고 나는 다시 집에 오려니

하루가 너무 아까워 서성이는 시간이 늘었다. 2주내내 각기 다른이들과 다른 상황에서 만나 '나의 퇴사

이야기와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것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점점 지쳐 갔다. 



상대방의 "왜 나온거야? 거기 무슨일 있지? 누가 너 괴롭혔니?" 라는 물음에 

나는 "오랜 고민끝에 다시 공부 시작하려다 보니 체력도 안되고 회사는 바쁘고 해서 이번에는 정말 공부해 보려고~~"

상대방의 "너 대단하다. 그 좋은 정규직 직장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해!!. 아휴 나는 공부에 공자도 싫고 이제 일하기도 싫고 그냥 쉬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에

나는 "내가 미친거지, 이 나이에 공부한다고 직장 때려치고.. 너는 열심히 일해.. 그게 좋지 뭐"라는 말을 10번

이상 반복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제는 끙끙 앓으면서 잤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왜 내가 일일이 그것을 설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나만의 인생을 설계하고 알아가는 시기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사춘기이기도 하고 2~30대이기도 하고 나는 40대에 들어서면서 내 인생을 한번 정리하고 다시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가 좋은기회(?)가 닿아 잠시 쉬어가는 구간으로 올해를 택했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고 다시 잡은 공부도 아직은 신나게 하고 있다. 지금이니까 나에 대한 관심이 

많지 퇴사한지 두달이상 지나면 잊혀진 그대가 될것이다. 시간이 많지만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백수의 시간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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