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를 불러 모으고 다시 떠나보내다
회의가 끝난 아침. 책상 위 램프 불빛 아래 앉아 있다가 문득 나는 내 손등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지난 회사들에서 남겨진 작은 상처들이 희미한 선처럼 새겨져 있었다.
회사에는 오래된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과거의 공로를 마치 오래된 지하실의 벽돌처럼 꺼내어 놓고, 그 위에 더 이상 새로운 벽을 쌓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한때 잘했던 나’라는 문장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문장은 이미 죽어 있었다.
죽은 문장을 붙잡고 사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이 살아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한참 뒤 나 자신을 바라보며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이미 그들과 닮아 있었다. 인정받았던 순간을 기억 속에서 손때 묻은 물건처럼 매만지고, 더는 쓰이지 않는 기술을 붙잡고 스스로를 변하지 않는 존재라고 믿으려 했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의 차가운 말, 답이 없는 회의실, 똑같은 하루가 쌓여 무게가 되었던 시절들. 그 모든 것들이 내 피부에, 그리고 마음 안쪽에, 불에 그은 듯 얇은 흉터를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흉터들은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은데 희미하게 뜨거웠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열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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