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사람 사이에서 늦게 배운 온도의 기록
계절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움직였다. 늘 알아서 바뀌고, 알아서 찾아왔고, 내가 준비되지 않아도 제 할 일을 다 해냈다. 그 변화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옷을 꺼내 입는 것뿐이었다. 조금 덜 덥기 위해, 조금 덜 춥기 위해, 계절의 온도에 내 피부를 맞추는 일.
디자이너였던 시절엔 옷이 하나의 언어였고, 영감의 지도였고, 무엇을 만들기 위해 손끝으로 만지고 눈으로 해석해야 하는 참고서에 가까웠다. 그리고 요식업에 들어와서는 고난의 노가다라는 사실에 온도가 올라가는 육체는 가끔 심장을 움직이는 보일러를 고장내고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하다. 더 이상 무엇을 만들기 위해 옷을 보지 않는다. 그저 나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나라는 몸을, 나라는 시간을, 계절에 맞춰 꾸려가기 위해 옷을 고를 뿐이다. 일은 여전히 나의 몸과 마음을 천천히 갉아먹는다.
나는 오랫동안 내 심장이 통증을 모른다고 믿었다. 어떤 계절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사람의 말과 표정에도 둔감하게 버틸 수 있는 그런 단단함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겨울, 나는 그 믿음이 서서히 깨져가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오래된 얼음이 금을 내기 시작할 때 나는, 미세하지만 피할 수 없는 균열의 소리처럼.
계절은 늘 예고 없이 변했다. 나는 옷을 꺼내 입으며 그 변화를 따라가려고 했고, 추위를 막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피부 위에 천 조각을 겹겹이 올려놓았다. 하지만 옷으로는 막을 수 없는 곳이 하나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 내가 평생 둔감하다고 여겼던 그 심장이라는 내부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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