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그레타
트럭 위의 진동 속에서 르네가 잠에 빠져들던 그 순간, 저는 다시 부헨발트의 어두운 한 귀퉁이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직 떠나오지 못한 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르네는 몰랐지요. 그리고 저는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것은 계약이었고, 동시에 벌이기도 했습니다. 투명한 존재에게도 숙명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지요. 부헨발트의 저녁하늘은 잿빛도 검은색도 아닌, 무너진 언어처럼 중간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레타가 마지막으로 수용소 창문 너머를 바라보던 그 시간의 하늘이었습니다.
그날 밤에도 저는 부헨발트의 찬 공기 사이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과는 달리,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잔해 속에 머물러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짙은 그림자를 품은 두 사람, 카를과 그레타 가까이에 저는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남겨진 오래된 계약이었으니까요. 여전히 거둬야할 영혼들은 부헨발트를 물들이고 있었으니까요. 누구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레타가 마지막 밤을 맞이했을 때, 수용소 안에는 축축한 흙냄새와 쇠의 차가운 기운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치 이미 결말을 받아들였다는 듯힘이 빠진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고,
창문 밖 감시등의 희미한 빛이 분필가루처럼 방 안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문이 조용히 열렸습니다. 카를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겠죠.
그레타가 르네를 풀어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자신들의 운명을 돌이키지 못할 곳까지 데려갈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레타.”
그가 그녀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낮았습니다. 노여움도, 체념도, 애정도 묘하게 뒤섞여 어떤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온도를 띠고 있었죠. 오래 사랑했고, 그 사랑이 끝내 자신을 쓰러뜨릴 도끼가 된 것을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왜....그런 선택을 한거지? 그레타! 말을 해봐! ”
그레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말 대신 입술이 아주 작게 떨렸습니다. 두려움보다는 피로가 스며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전쟁은 그녀에게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마지막 생기를 이미 너무 많이 앗아가 버렸습니다.
".....당신도 알고 계시잖아요, 카를. 이제 이 전쟁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는 걸요. ”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공기처럼 흩어질 만큼 약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 안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숨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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