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입에서는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현실도피라고 말하지 않고
현실 탈출이라고 말하기로 했다.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
그것은 삶이 너무 버거워졌다는 신호.
늘 불길하게 엄습해 오는
지독하게 반복되는 악몽.
일상속 모든 것이
무지개가 없는 천국이다.
누군가는 그걸 현실도피라 부르겠지.
나는 그것을 잠시 멈춤이라 부르고 싶었다.
아니, 현실 탈출이라고 부르고 싶다.
언제나 조용하다 반복되는
하루가 악몽처럼 되돌아올 때
몸은 먼저 빠져나갈 길을 찾는
산 짐승의 본능적인 예리함.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은
비겁함이 아니라 말하는
주둥이를 때리지 않기로 했다.
숨이 막히기 직전의 본능.
누군가는 그것을
외면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안다
떠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도피는 등을 돌리는 일이고
탈출은 다시 살아보기 위한
거리 두기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래서 나는 도망을 선택한다.
부끄러움 없이
잠시 멈춘다고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오히려 멈추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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