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라고 믿고 있던 관계에 대한 조용한 고백
관계에는 시제가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랑과 우정, 인연을 현재형으로 믿고 싶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관계는 과거형과 미래형 사이를 오가며 존재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마음과, 아직 오지 않은 기대 사이에서 관계는 늘 어정쩡한 문법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관계는 종종 불완전한 문장처럼 느껴진다. 끝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도 않는, 쉼표만 길게 늘어진 문장.
과거형의 관계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그때는 분명 서로를 필요로 했고, 같은 속도로 걸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우리는 같은 시간을 다른 방향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쪽에게는 전부였던 순간이, 다른 쪽에게는 잠시 스쳐간 장면이었을 수도 있다. 관계의 균열은 대개 그 기억의 온도 차에서 시작된다.
현재형의 관계는 생각보다 드물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는 노력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아직 관계가 있다’는 말로, 사실상 과거형이 된 감정을 붙잡고 있다. 대화는 줄어들고, 이해는 습관이 되며, 애정은 의무로 변한다. 현재형이라고 믿고 싶지만, 실은 연장된 과거일 뿐인 관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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