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라는 것에 대하여
말은 생각보다 조용한 곳에서 태어난다.
입술과 혀의 움직임보다 먼저, 말은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망설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망설임의 시간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 말은 늘 즉각적이고, 가볍고, 순간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말은 언제나 오래 준비된 흔적이며, 한 사람의 내면이 밖으로 새어 나온 결과다.
말은 생각의 그림자다.
생각이 빛이라면 말은 그 빛이 벽에 남긴 형상이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생각을 완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어떤 감정은 말이 되기 전에 이미 흩어지고, 어떤 진심은 말이 되는 순간 오히려 왜곡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로 자신을 설명하려 애쓴다. 말하지 않으면 이해받지 못할 것 같고, 말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말은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말로 감정을 정리하고, 말로 상처를 합리화하며, 말로 자신이 괜찮다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동시에 말은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진짜 감정에 닿지 않기 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낸다. 침묵이 진실에 가까워질 때, 말은 오히려 도망이 된다.
말에는 관계가 깃들어 있다.
혼잣말조차도 사실은 누군가를 향한다. 과거의 타인, 상상 속의 청자,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이해자.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들려질 것을 전제로 말을 고른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사회적이다. 말 속에는 화자의 욕망뿐 아니라, 상대의 기대, 두려움, 평가가 함께 들어 있다. 한 문장 안에 두 사람의 심리가 동시에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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