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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열 것인가”

글쓰기라는 선택 앞에서 감당해야 할 용기에 대하여

by 구시안


글을 오래 써온 사람에게 더 이상 중요한 질문은 능력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존경하는 시인이자 소설을 내시고 여전히 집필 중이신 작가 한 분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든 편안하게 찾아오라는 말씀이 기억나 연락을 드렸다. 따뜻한 차를 우려내주시며 흐르는 대화는 그분의 성품만큼이나 차분하고 고요한 것이었다. 대화의 내용은 우리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글을 대하는 태도. 글을 쓰면서 나는 늘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글을 쓰며 겪는 생각들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조심스레 연락을 드려본 것이었다. 시간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흡수 될 만큼 좋은 말씀을 나눠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막혀있던 매듭을 다시 풀고 생각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문장을 만들 수 있는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가, 일정한 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은 이미 지나왔다. 손은 알고 있고, 생각은 흐를 줄 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다시 말해, 글은 얼마나 잘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자신을 열 것인가의 문제였다.



글은 장황하지 않아도 설명이 돼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글은 그렇다.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쓴다. 이것이 이기적이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아주 잘 알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보이는 게 두려워하진 않는다. 화려한 문체, 과시하는 단어를 굳이 덧칠하여 사용할 필요도 없다. 여백이 있는 것이 오히려 좋은 글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글 쓰기라는 것은 늘 따라붙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무엇을 쓸까 고민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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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54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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