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가장 낮은 빛에서 건져 올린 마음
연말이 되면 시간은 유독 색을 띤다.
평소에는 투명하던 하루들이, 이맘때만 되면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서서히 스며들어 물들어 간다. 차가운 공기 속에는 묘한 온기가 있고, 해가 지는 속도마저 의미심장해진다. 우리는 그저 하루를 살아냈을 뿐인데, 연말은 그 하루들을 한 해라는 이름으로 묶어 우리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마치 “이만큼을 살았다”라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해가 지나간다는 사실은 늘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온다.
잘 살아냈다는 안도와, 충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우리는 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떠올린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날 왜 조금 더 용기 내지 못했을까. 연말의 생각들은 대개 과거형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감정이 숨 쉬고 있다.
시간은 참 공평하면서도 불공평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누구에게나 다르게 남는다. 어떤 날은 한 장의 사진처럼 또렷이 기억되고, 어떤 날은 있었는지조차 희미해진다. 우리는 기억할 수 있는 것들로만 자신을 설명하려 하지만, 사실 우리를 이루는 대부분은 잊힌 날들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간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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