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평은 늘 불편해야 할까

나이와 출발선이 다른 언어들이 같은 문장 위에 설 수 있는가에 대하여

by 구시안


공평은 같은 몫이 아니다. 같은 높이에서 시작하는 일도 아니다.
공평은 누가 어디에서 넘어졌는지를 끝까지 기억하는 태도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 이미 숨이 가쁘고, 어떤 사람은 넘어져도 바닥이 부드럽다.



세상은 그 차이를 운이라고 부른다.

공평은 숫자로 오지 않는다. 저울 위에서 흔들리며 언제나 불편한 질문으로 남는다. 왜 저 사람은 더 견뎌야 했는가. 왜 어떤 고통은 설명조차 필요 없는가. 공평을 말하는 입이 가장 먼저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모두에게 같다고 말하기 전에 누구에게 가장 가혹했는지 한 번 더 내려다보아야 한다.

공평은 모두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진짜 공평은 언제나 욕을 먹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욕을 감당해야 한다. 공평은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쳐 쓰는 문장이다. 하지만 공평이라는 단어는 늘 불편하다.



늙은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피가 천천히 식는 방식이다. 열망이 아직 살아 있는데 세상이 먼저 등을 돌린 상태다. 나는 젊음을 통과했다.

불타는 실패와 목이 쉬도록 외친 확신들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밤들을 삼켜가며.



늙은 나이는 지혜가 아니다.

지혜라는 말은 너무 깨끗하다. 이건 너무 많이 봐버린 눈. 너무 많이 견뎌버린 신경.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이를 악문 근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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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63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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