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다리는 재판을 받지 않았다

잘려나간 신체와 끝나지 않은 전쟁의 언어

by 구시안

르네의 한 쪽 다리는 이미 사라졌지만, 검은 다리는 남아 있었습니다.
르네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살과 뼈였지만, 검게 변한 다리는 시대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잘려나간 다리는 병원 어딘가의 금속 트레이 위에서 식어갔고, 동시에 유럽의 지도 아래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되었지만, 검은 다리는 끝나지 않는 문장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마침표를 거부한 채 말이지요.



저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채로. 저는 늘 이런 순간에 존재합니다. 하나의 신체가 사라지고, 하나의 영혼이 사라지고, 하나의 언어가 시작될 때. 검은 다리는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쟁이 남긴 문법이었습니다. 총성과 연설, 구호와 비명이 같은 문장 속에서 사용되던 시절의 문법. 살이 썩어가듯 의미도 썩어가던 문법. 자유, 조국, 순수, 적. 그 단어들은 모두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썩은 철, 젖은 흙, 태워진 머리카락. 그 다리는 잘려나갔지만, 시대는 절단되지 않았습니다.



법정에서는 이름들이 불렸습니다.
히틀러라는 이름은 피고석에 앉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 걸려 있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베를린 총통지하벙커에서 자살 선택했지요. 그 다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쟁 이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재판(1945–1946)에 직접 피고로 서지 않았습니다. 그 재판에는 괴링, 헤스, 리벤트로프 등 나치 고위 인사들이 피고로 섰고, 히틀러는 언제나 부재한 중심, 즉 “재판받지 않은 이름”으로만 존재했죠.



인간들은 부재를 심문하는 데 능숙하지요. 살아 있는 자보다 죽은 이름이 더 많은 질문을 받는 법이니까요. 재판은 진행되었고, 증거는 나열되었으며, 말들은 단정한 문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언제나 말보다 많은 것을 남깁니다.



팔을 잃은 남자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다리를 잃은 여자들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죽은 사람들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모든 질문에 답했기 때문입니다. 침묵으로. 나는 법정의 천장 근처에 머물렀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늘 많은 감정이 응축됩니다. 분노, 안도, 복수의 피로.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죄책감. 인간들은 그것을 정의라 부르려 애썼지만, 정의는 늘 신체보다 느리게 도착합니다. 르네의 다리가 그랬듯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74일째 거주중입니다.

53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9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3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0화르네, 검은 꽃이 핀 다리를 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