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싹트기 시작할 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사건이 아니라 균열이다.
표면은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에서 이미 금이 가 있다. 그 금을 통해 타인의 기척이 스며든다. 우리는 그것을 만남이라 부르고, 운명이라 부르며, 가끔은 실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단순하다. 한 존재의 리듬이 다른 존재의 리듬에 침투했다는 사실.
사랑은 가장 합법적인 중독이다.
처음엔 가벼운 접촉, 대화 한 줄, 시선의 교차. 그러나 반복은 의존을 낳는다. 그 사람의 부재가 잡음처럼 느껴지고, 일상의 문장들이 그 이름을 중심으로 재배열된다. “오늘”은 “그 사람을 만난 날”과 “만나지 못한 날”로 갈라진다. 시간의 구조가 바뀐다. 이때부터 우리는 이미 다른 리듬으로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두 개의 언어 시스템이 충돌하는 일이다.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단어들, 침묵의 방식, 분노를 처리하는 습관, 애정을 표현하는 오류들. 사랑은 이 충돌을 낭만으로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는 번역의 실패다. 우리는 상대를 이해한다고 믿는 순간 가장 크게 오해한다. 그 오해 위에서 사랑은 자란다. 이해가 아니라 투사로.
처음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일치다.
대화는 자연스럽지만 마음은 과잉 반응한다. 웃을 필요 없는 지점에서 웃고, 사소한 침묵이 지나치게 길어진다. 신경계는 이미 반응을 시작했고, 이성은 뒤늦게 이유를 찾으려 달려온다. 이유는 항상 늦는다. 사랑의 초입에서는 언제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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