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을 대신해주는 언어들
정보는 중립적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코 무해하지 않다.
우리는 종종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현명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 정보는 사람을 계몽시키기보다 먼저 형태를 바꾼다. 생각의 방향을, 감정의 온도를, 세계를 바라보는 각도를 조정한다. 정보의 힘은 설득이 아니라 배치에 있다. 무엇을 먼저 보게 하는가, 무엇을 반복하게 하는가,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하는가. 이 세 가지가 인간의 판단을 만든다.
정보는 사실이기 이전에 환경이다.
사람은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반응한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문장은 생각이 되고, 생각은 곧 신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익숙함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정확한 것보다 자주 본 것을 더 신뢰한다. 그래서 정보의 힘은 언제나 인지적 게으름과 손을 잡는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한다고 믿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택된 정보에 대해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 추천 알고리즘이 밀어 올린 문장들, 주변 사람들이 공유한 이야기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사유를 돕기보다 사유의 범위를 정한다. 생각의 자유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거리에서 생긴다. 너무 가까운 정보는 사고를 마비시킨다.
심리학적으로 정보는 감정의 선행 조건이다.
사람은 느낀 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입력된 정보에 따라 느끼도록 유도된다. 같은 사건도 어떤 단어로 설명되느냐에 따라 분노가 되거나 연민이 된다. ‘사고’와 ‘참사’, ‘논란’과 ‘범죄’ 사이의 거리는 짧지만, 그 사이에서 인간의 판단은 완전히 달라진다. 정보는 감정을 생산하는 공장이고, 감정은 행동의 원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