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사건이지만, 후회는 태도다

과거에 머무는 인간과 현재를 선택하는 인간

by 구시안


잘못은 한순간에 발생한다.

그러나 후회는 그 순간을 붙잡아 시간을 늘린다. 인간은 잘못을 저지른 뒤 비로소 도덕을 꺼내 들고, 그 도덕으로 자신을 심문한다. 그 심문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안락을 제공한다. 후회는 행동의 대가처럼 보이지만, 실은 행동을 유예하기 위한 가장 정교한 알리바이다. 우리는 “그땐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하며 과거를 고정시키고, 그 고정된 과거 속에서 현재의 선택을 미룬다.



잘못은 지나간다. 그러나 후회는 머문다.

그리고 머무는 동안 또 하나의 무위를 낳는다. 나는 종종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은밀한 오류가 잘못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잘못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수한다. 그것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선택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문제는 실수 이후에 벌어진다. 우리는 실수보다 더 깊은 늪, 바로 ‘후회’라는 감정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후회는 겸손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마치 자신을 반성의 미덕처럼 꾸미며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이끌 것처럼 속삭인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후회는 대부분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장치다. 그것은 성찰이 아니라 정지이며, 책임이 아니라 집착이다.



나는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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