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칼을 문 그림자
무방비도시. 이곳의 범죄는 언제나 밝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네온이 피처럼 번지고, 낮의 윤곽이 아직 남아 있는 시간, 사람들은 얼굴을 드리민 채 서로의 문장에 칼을 문다. 어둠은 알리바이가 되지 못한다. 여기서는 태양 아래서도 충분히 잔혹할 수 있으니까. 웃음은 장전된 총이고, 농담은 방아쇠다. 장난이 아닌 조롱과, 취미처럼 다루는 혐오가 혀끝에서 윤이 난다. 이 도시의 공기는 말로 베이고, 말로 찢긴다.
사람들은 모서리를 들고 다닌다. 눈썹에는 각을 세우고, 입술에는 날을 숨긴다. 서로의 취약함을 맡아내는 후각이 발달했다. 숨을 들이마시면 타인의 실패가 향처럼 스민다. “괜찮아”라는 말은 가장 흔한 위장복이고, “농담이야”는 합법적인 폭력이다. 상처는 가볍게, 그러나 정확히—살을 가르되 피가 바로 보이지 않게. 그래서 더 오래 아프다. 그래서 더 늦게 썩는다.
무방비도시는 안전을 팔아 공포를 키운다. 환한 간판 아래에서 마음은 더 잘 보인다. 보호막을 벗긴 심장들이 줄을 선다. 평가대 위에 올라간 영혼들. 별점이 붙고, 댓글이 달리고, 침이 튄다. 사람들은 자신의 비참함을 세탁해 타인의 얼굴에 던진다. 물은 맑아 보이지만 냄새는 오래 간다. 손을 씻어도 남는 것들이 있다. 말의 잔여물, 시선의 찌꺼기.
나는 이 도시의 보도블록 위를 걷는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진동. 분노가 다져진 소리. 구두굽은 신념을 흉내 내고, 운동화는 도망을 연습한다. 술집의 문은 늘 반쯤 열려 있고, 패배자들은 반쯤 취해 있다. 그들은 자기 혀를 씹어 삼키며 진실을 연명한다. 시궁창 같은 고백들이 테이블 밑으로 흘러내린다. 바텐더는 컵을 닦으며 세상의 먼지를 닦는 척한다. 닦아도 닦아도 더럽다. 이 도시의 정직함은 늘 얼룩이다.
여기서는 꿈도 흉기가 된다. 누군가의 포부는 다른 누군가의 갈비뼈를 찌른다. 성공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실패는 조용히 격리된다. 말은 빠르고, 용서는 느리다. 눈은 커다랗고, 귀는 닫혀 있다. 사람들은 증거를 원한다. 눈물, 떨림, 무너짐. 전부 공개되어야만 인정된다. 숨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침묵은 늘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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