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밤이 오면
나는 비로소 숨을 쉰다
낮 동안 접어 두었던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
의자에 걸쳐 둔 생각들이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진다
밤은 정직하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니까
방 안에 남은 체온
벽에 붙은 그림자
마시다 만 물컵 속의
미적지근한 침묵까지
전부 나를 닮아 있다
나는 침대에 눕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도시가 다시 열리고
거리와 사람과 실패와 욕망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살고 싶었다는 기억과
이미 너무 많이 살아버렸다는 감각이
서로를 밀치며 지나간다
밤에는
몸이 먼저 말한다
어디가 비었는지
어디가 아직 살아 있는지
어떤 후회는 관절처럼 쑤시고
어떤 욕망은
아직도 따뜻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