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밤의 언어 02화

누군가의 기도가 밤의 언어가 될 때

녹슨 달빛 속에 속삭이는 기도

by 구시안

누군가의 기도는

밤의 언어가 된다.

녹슨 달빛 아래 속삭이는 숨결처럼.


손끝으로 닿는 어둠 속.
말은 입술에 머물지 않고
별빛 사이로 흘러
숨겨진 기억과 고독에 젖는다.

기도는 몸을 떠나
밤의 강 위에 흘러
물결마다 떨리는 마음을 담고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모르게
빛과 그림자 사이를 춤춘다.


그 순간, 모든 고통과 욕망이
음악처럼 스며들고
누군가의 마음은
오직 밤에게만 말을 건네는 연주자가 된다.




그 여름, 내가 느껴야 했던 것은 오직 악취 나는 땀뿐이었다.
땅이 꺼질 듯 녹아내리는 아스팔트의 열기를 기억한다.

홀로 돌아오던 길, 습관처럼 불던 휘파람.
삶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밀려오는 공허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 휘파람은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고요한 바람이 열기를 식혀줄 무렵 떠오른 새벽달에 위엄은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 그것에서 벗어나라고."

골목길에 개의 울부짖음처럼.

하늘에는 고요한 열기에 몸을 감춘 녹슨 별들이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었다.


아무 관련이 없는 시간의 공간을 넘을 때쯤.

수탉들이 울어대는 시간이 오면

핏빛의 새벽이 다시

빨갛게 물들을 하루의 열기를 예고하고 나섰다.




일요일, 나는 바다를 보러 가겠다고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일요일, 배에서 울려야 할 시원한 경적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무한의 공간 속으로 들어온 그것은 내 몸을 휘감았고,
요란한 기침을 발작처럼 터뜨리게 했다.

밤새 속삭이던 녹슨 별들의 언어가 그렇게 내 몸에 새겨졌다.


활력이 넘치는 핏줄 속 맥박을 타고,
아직은 봐줄 만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짐승의 혀처럼,

내가 가진 모든 언어가 바뀌어 버렸다.


그 뜨거운 각인이 시작될 무렵,
어떠한 논리나 설명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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