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 시대를 살아가며

숫자 너머의 숨결

by 구시안

우리는 지금 ‘임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의학의 진보가 일상의 경계까지 스며든 시대, 신체와 마음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개인의 책임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화면 속 앱이 심박수를 알려주고, 밤에는 수면의 질이 점수로 환산된다. 우리의 삶은 점점 더 계량화되고, 스스로를 의사처럼 관찰하며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시대의 ‘건강’은 숫자와 데이터 너머의 어떤 공허와 맞닿아 있다.

혈압은 정상이지만 마음은 불안하다. 수면 점수는 높지만 꿈속에서는 늘 불안과 마주친다. 우리는 스스로를 임상적 관찰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정작 내면 깊숙이 흐르는 불안, 외로움, 열망, 좌절과 같은 감정들은 계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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