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자기만족 17화

겨울을 견디는 가장 사소한 방법

햇살은 넘치고, 일기에는 춥다고 적는다

by 구시안

창밖의 햇살이 넘치지만
나는 일기에 춥다고 적어 놓았다.


눈을 뜨니
파란 침상처럼 하늘이 깨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도
이불은 떨어지지 않고
한 마리의 하얀 비단뱀처럼
나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한낮에 눈을 떴는데
물속처럼
고요하다.

그 고요가
더 불안할 때가 있는 것처럼.




공원 산책길을 나섰다.
마른 풀과 뼈대만 남은 나무들이
잿빛 숨을 쉰다.


따뜻한 날을 그려본다.

이 공원에 붉은 꽃이 피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햇살에 살랑이던
나무들의 춤을.

나무가 자라는 길을 따라 걷는다.

멈추어 서서 달콤하고

따뜻한 향을 들이 마신다.

그 향이 내 안에서 폭발할 때

나는 그중 한 그루 아래 자리를 잡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꽃들을
머리에 가만히 얹어 두었다.


나무 주변에 무리지어 있던 자잘한 꽃들의 향기까지
포근하고 나른한 이불을 삼아
두 팔로 머리를 베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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