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넘치고, 일기에는 춥다고 적는다
창밖의 햇살이 넘치지만
나는 일기에 춥다고 적어 놓았다.
눈을 뜨니
파란 침상처럼 하늘이 깨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도
이불은 떨어지지 않고
한 마리의 하얀 비단뱀처럼
나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한낮에 눈을 떴는데
물속처럼
고요하다.
그 고요가
더 불안할 때가 있는 것처럼.
공원 산책길을 나섰다.
마른 풀과 뼈대만 남은 나무들이
잿빛 숨을 쉰다.
따뜻한 날을 그려본다.
이 공원에 붉은 꽃이 피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햇살에 살랑이던
나무들의 춤을.
나무가 자라는 길을 따라 걷는다.
멈추어 서서 달콤하고
따뜻한 향을 들이 마신다.
그 향이 내 안에서 폭발할 때
나는 그중 한 그루 아래 자리를 잡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꽃들을
머리에 가만히 얹어 두었다.
나무 주변에 무리지어 있던 자잘한 꽃들의 향기까지
포근하고 나른한 이불을 삼아
두 팔로 머리를 베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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