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기록
낮은 나를 놀라게 하고
밤은 나를 두렵게 하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쩌면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게 된 세계를 살아가면서 짐승 한 마리가 제 발자국을 눈 위에 올려놓았다가, 뜨거운 모래 위나 장마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길 위에서 내 발자국보다 더 멀리에서 온 발자국을 삶의 흔적처럼 지니고 있을 뿐이다.
밤 추위와 고독.
철저하게 나를 가두었다.
그림자로 벽으로 떨어지는 철창처럼 느껴지는 밤의 나뭇가지들은 감옥을 만들 때도 있지만 또 다른 길을 모색한다. 내 주위에 향기롭게 피어나는 풀잎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밤이라는 또 다른 하늘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하늘에 빗장을 치고 잠에 드는 시간이 바로 나에게는 숨을 쉬는 시간이다. 살아 있는 추위를 느끼며 창문을 열어 놓을 때도 많은 겨울이 지나고 추위가 이제는 손에 쥐어졌을 만큼 견뎌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은 것들은 열 손가락이 밤의 시간에 써 내려간 글들이 되어간다.
나에게 해(海)가 드리워지는 밤이 찾아오면
집안 곳곳에 숨겨 두던 각각의 돌은 여기저기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드리워진 두 그루 나무 사이의 달빛은 나무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나무여서 빛나는 두 손 사이로 스며드는 푸르른 빛을 잠시 만져보는 정도로 낮에 묻었던 노동의 흔적을 지워낸다.
내가 가진 손을 가장 솔직한 손으로 만드는 시간.
나를 노래하기 위해
겨울이면 오랜 장죽불을
여름이면 그렇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보다는
이미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이사이에 따뜻하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게
솜털을 채워 넣는 것이다.
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정해지면서
나의 밤은 날개를 찾아 나무를 찾아다녔다.
나뭇잎과 구름도
모든 꽃마다 자기 태양이 있듯이
내 얼굴에도 편안한 꽃이 활짝 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써 내려가는 모든 것들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가을의 미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내가 심은 씨앗들이 자라 노랗게 물들어 고개를 숙이기를 바라면서.
나 자신에게 이런 용기를 주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숨결을 느끼며 올해를 위해 그리고 그다음을 위해, 간직하기 위해, 두 눈은 옷을 입지 않는 나체가 되어 소박하지만 포근하고 작은 행복을 얻어보려고.
경사면으로만 이루어진 살아가는 나날들에 모든 일들에 대해 회상을 하며, 어둠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휘젓기 시작한다. 하늘을 그리 위한 정도로만 쾌락의 새들을 물리치고, 그 새들을 모으지 않는 방향에 서서 부드럽고 아름다운 배를 쓰다듬으며, 가끔은 독을 품고 뱀처럼 날카롭게 스스로를 쓰다듬어 주면서.
지나간 시간의 무질서를 잡기 위한 순서들을 새겨보면서, 밤을 없애기 위해 나는 어제 산 자들 사이에서 내일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깊은 꿈과 깨어남에 저항하며 나의 밤을, 나의 잠을 걸고 있다.
이유 없는 웃음으로 가득한 길.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과일들이 열리는 곳만 존재하지만은 않은, 가벼운 말로 가득하고, 유리처럼 길을 손에 쥐어보기도 하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산책의 길에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밀짚으로 되어가고 있다.
밤이 오면 푸른 부재의 새들과 마르고 창백한 항상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그렇게 솔직한 나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도 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임을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잊지 않으려 한다.
내 꿈을 증명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하려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거리의 금빛 물결 위에서
그리고 밤이면 나에게로 돌아와 바라보는 푸른 시간 속에서 나를 밤새 지킬 것이다.
들판의 태양이 썩는다고 하더라도, 숲 속의 태양이 잠들어 모든 것이 시들어 버린다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하늘이 사라지고 밤이 사방을 짓누른다 하더라도, 어차피 헐벗은 몸으로 돌아가야 할 곳은 한 곳이기에 완전히 얼어붙은 단 하나의 길만이 있더라도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밤의 끝을 향해
밤 가운데 가장 비인간적인 밤이 종말처럼 느껴지는 그런 밤일지라도.
불면도 없고
낮의 기억도 없는
적대적인 마법이
단순하지도 복합적이지도 않은 이유를 물을 때면
나는 그 모든 것을 나에게 되돌려 줄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희망도 희망하지 않는다.
어떠한 꾸밈도 없이 솔직하게 나를 시간속에 인정할 것이다.
그 인정이 향기로운 향기로 남을 때까지 그렇게 나는 밤의 끝을 향해서 항해(航海)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