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 나오는 것들을 모아두는 방식
구멍 난 양동이처럼 어쩔 도리 없이 마음이 새나간다. 내 감정의 일부인 것뿐이다. 침묵하는 몸으로 나는 모래 속에 몸을 눕히기 전에, 가끔씩 밤이 내 숲을 황폐하게 만들었을 때, 내가 조각하던 단어들을 나무처럼 깎아낸다. 나무껍질 속 같은 나의 가장 고요한 말을 어둠 속에 감싸두는 것이다. 잔잔한 바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마음의 모래에서 뿌리가 나오도록, 그것이 위로 뻗어 올라가게 하기 위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한 장의 잎사귀가 열쇠가 되어 밤의 문들이 열리는 곳을 산책하는 일이다. 한 가지 일은 글을 쓰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조용함으로 향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몹시도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뭔가를 두고 떠나야 할 때마다 빠지게 되는 감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몇 주째 퇴근 길 머물고 있는 카페에는 다시 누릴 수 없을 것 같은 고요함이 자리하여 하루동안 날이 새워져 있던 신경의 촉수가 가라 앉는다. 대중은 보통 사람이다. 이 생각을 하며 글을 하나 써보면서도 서글픈 대합실까지 떠올리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인생의 좋은 것들을 두고 떠날 때가 오면, 다시는 그것을 보거나 가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보통이 아닌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나는 오랫동안 밤의 위안을 사람이 아닌 음악으로 받고 있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기억해야 한다. 새어 나오는 것들을 모두 모아 두는 방식이 여전히 밤에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나의 눈이 방안의 촛불이 된다.
심지에 불을 붙일 수도 있고
눈길을 심지로
충분히 멀게 하여
잠에 들 수도 있다.
얼룩덜룩한 꿈을 꾸기 싫은 날이면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던
어느 한 사람의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앉아 그의 눈 속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누군가에게는
숨겼던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한 사람의 이야기로 충분한
밤을 보낼 수 있는 책 한 권.
밤이 거리 재기를 막 시작하려 할 때,
이 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저마다의 모습으로부터
각자에게 빌려준 밤의 시간이
얼마나 멀리까지 가는 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서로의 자리에서
다른 것으로 있게 하기 위한 밤은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고 있다.
가장 어두운 것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지만,
여전히 관계라는 단어 차제가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현제 나의 모습은
그저
보았던 것을 모아놓은
수집가정도가 되어 있을 뿐이다.
밤들을 함께 날려
자나 가게 한
모래 바람처럼
녹슨 빛이 일렁일 테지만,
그 속에서
이 모든 것이
발생했다.
삐걱 거리는 날도
견고한 날도
밝고
아주 상쾌한 날도
아주 오래 전의 흘른 눈물 위로
우리에게 시간을 세었던 이들이 있었다면
이 밤에
그것이 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차가워지지 않고,
더 밤으로 기울지 않고,
더 습해지지도 않기 위해
이제는 모든 이야기를
혼자 엿듣는 지금의 나를
이해해야 한다.
묵묵히,
삶 속으로
치솟는 것을,
묵묵히 그저
바라보고
스스로 안아주고
돌보아야 할
축복만이 자리하진 않은 밤에
위로받지 않으려는 광채들이
가득한 달빛이 스며든다.
The Melody Of The Sea #2 (바다의 선율 2)
한국영화 인어공주에 나왔던
기억에 남아 있는 곡을 남겨보며
가만히 달빛을 바라봐도
좋은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