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와 해방 사이에서
사물들의 기분 나쁜 침묵 속에 도사리고 있던 폭풍우가 마침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가볍고 신선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사물들의 빛나는 표면을 어루만지러 다가와 떨어진다. 생각해 보면 폭풍우가 어딘가에 내려치기 전 위협하는 날씨 같은 그런 전조는 늘 텅 빈 망각처럼 자리했으니까.
광인이 되어 달리는 순간이 있다.
머리에 꽂은 꽂지 않았지만
자신을 두루마리 펴듯 펼쳐놓고
단순히 나를 포함한 한 장의 그림처럼
기대도
실망도 않게 되는
줄거리 없는 공연 같은
그림 안에 있는
서로를 연결하지 않으면서
햇빛에 색이 바뀌는 구름
그 구름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도시 이곳저곳의 자연스러운 거리를
구경한다.
잘그랑대는 인생이나
세상이 세워놓은 뾰족함에
흔들려
운명을 향한 냘픈 통보 같은 소리를 내는
모래 인형처럼.
차분하지만, 그 차분한 불만족에 빠져 있는 나의 감정은 얼마나 자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허무와 권태로 조금씩 채워지는지 모른다. 스스로 하는 유배생활에서 잠시 깨어나 달린다. 책 속의 인물처럼, 읽힌 삶이 돼버렸다. 작은 해변에서 나 자신으로부터 떠난다. 녹슨 쇠 지지대가 방파제길로 이어진다. 달리며 빠져나와 나 자신을 발견한다.
다시 출발점에 더 가까운 시간으로 다가가면서 유년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과 해방을 누린다.
천천히 달리고 싶지 않던, 나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특징들이 떨어진다. 잡힐세라 도망친 사람처럼 사라져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린다. 파도 소리와 보이지 않는 커다란 비행기처럼 상공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바닷가에서 나는 새로운 종류의 꿈을 경험한다. 흔들리는 푸른색이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짙어지는 투명하나 투명하지 않은 초록색들이 섞여 넘실거린다.
가장 근본적인 자유로의 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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