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브로 Mar 19. 2024

도시인을 위한 풀옵션

2024.03.18.

@Sibro,2024.

Full Option. 자취생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말이죠.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실 겁니다.

코딱지만한 방에 구색만 갖춘 냉장고, 세탁기에 에어컨까지 있으면 가격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뭐, 서울에선 다 부르는 게 값이긴 하죠.


자취를 오래 해보니 알겠습니다. 풀옵션은 원룸일 때나 있지 투룸, 쓰리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취직을 하고 자취방을 옮겨 다닐수록, 풀옵션이 나름의 돈 안 들어가는 복지였구나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저렇게 좋은 걸, 돈 더 받으려는 속셈으로 치부했다니. 과거의 나, 반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산지 8년 차. 이제는 적당한 곳에 자리도 잡고, 주차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고르고 따지다 보면 함부로 이사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전세 사기로 흉흉한 때라면 더더욱. 

집주인이 정말 얄밉다기보단 아 이 사람이 작정하고 사기를 친다면..? 하면 어휴 잠도 못 잘 겁니다.


뭐, 타향살이가 그렇다지만 서울에선 살기가 더 고달픈 듯합니다. 

회색빛 하늘, 삭막한 공기, 잠들지 않는 도시, 별 볼일은 정말 없는 밤, 도로에 깜지처럼 빽빽한 자동차들.

이제 조금 적응했다 싶으면 또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자취생의 운명.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회색인간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서울의 슬로건은 형형색색인데 왜 서울의 인간들은 회회색색인가.

'내가 이러려고 서울에 온 건가..'싶죠.


그럴 때면 저는 풀옵션을 찾으러 갑니다.

물론 원룸 자취방과는 다른 풀옵션입니다.

돈 많이 들어가는 풀빌라, 풀코스, 풀패키지 등등 뭐 그런 건 더더욱 아닙니다.


도시에선 잘 찾아보기 힘든, 그런 자연의 '풀'옵션을 찾아 떠납니다.

꼭 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식물원 콘셉트의 카페든, 큰 공원이든 풀들이 자란, 초록이 색을 내뿜는 곳으로 가는 겁니다.

'하마터면 회색인간이 될 뻔했잖아'라면서 풀들에게 다시 기운을 얻는 거죠.


자연스럽게 자연을 향하는 사람의 본성이 괜히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도시인들을 위한 풀옵션은 어쩌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초록, 푸르름이 자라는 '풀옵션'

그저 나를 보며 생긋 웃어주는 작은 꽃일지라도

외로운 도시인에겐 재충전의 원천이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도 집에 화분 하나 들여보는 옵션을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이상, 식집사의 전도였습니다.



Download it only for personal use.

2차 가공 및 공유, 상업적인 사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2024. Sibro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소화는 대화가 시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