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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Jan 04. 2019

메가 갤러리 12, 블루칩 라인업

아트인컬처 2018년 5월호 'Special Feature' ❷

글로벌 아트마켓을 주도하는 ‘키 플레이어’. 메이저 갤러리가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 연이어 분점을 열고 있다. 2018년은 아시아 시장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홍콩 센트럴에 문을 연 H퀸즈 빌딩에 데이빗즈워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화이트스톤 펄램 탕컨템포러리아트 등 굵직한 갤러리가 새 지점을 오픈했다. 쇼핑의 도시에 어울리는 최고급 ‘미술 백화점’인 셈이다. 가고시안 리먼머핀 펄램 사이먼리 마시모데카를로 등이 둥지를 튼 페더 빌딩, 화이트큐브와 페로탕이 자리 잡은 중국 농업은행 빌딩까지. 홍콩은 주요 갤러리가 힘을 겨루는 최고의 전쟁터가 되었다. 이제 홍콩만 가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글로벌 아트 씬의 동향을 읽고, 마켓의 주역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는 해당 갤러리가 엄선한 작품과 이벤트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홍콩식 종합 미술 페스티벌이다. 글로벌 갤러리들은 왜 아시아를 마켓의 타깃으로 삼고 있는가. 그들이 선택한 비즈니스 전략은 무엇일까. 홍콩에 진출한 메가 갤러리 12곳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대표와 디렉터 인터뷰를 바탕으로 갤러리의 히스토리와 위상, 갤러리가 추구하는 프로그램의 핵심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올 상반기 12개의 갤러리가 홍콩점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은 작가의 작품으로 화보를 구성했다. 모두가 블루칩 라인업이다. / 편집부


데이빗즈워너 / 악셀베르보르트 / 화이트큐브 / 하우저앤워스 / 리만머핀 / 사이먼리

마시모데카를로 / 페이스 / 가고시안 / 화이트스톤갤러리 / 펄램갤러리 / 페로탕


오른쪽 데이빗즈워너 갤러리 페이지. 소속 작가 네오 라우흐의 작업


꾸준히 미니멀한 맥시멀 갤러리 데이빗즈워너는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아 뉴욕에서 성대한 기념 전시를 개최했다. 53세의 독일 출신 갤러리스트 데이빗 즈워너는《아트리뷰》 선정 ‘파워 100’에 2012년부터 매년 5위권 내에 머물고 있다. 그의 아버지 루돌프 즈워너 역시 쾰른에서 오랫동안 갤러리를 운영했다. 데이빗 대표는 잘 팔리는 작품보다 ‘도전적인 예술’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1993년 뉴욕 소호에 자신의 이름을 딴 작은 전시장을 마련했다. 스탠 더글라스, 제이슨 로드, 폴 매카시 등 당시 만해도 낯선 작가의 개인전을 잇달아 치렀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미카엘 보레만스, 온 카와라, 고든 마타-클락 등 10여 명의 작가를 영입하고, 2002년 가을 첼시로 갤러리를 확장 이전했다. 2012년에는 런던 지점을 열며 유럽 아트마켓에도 진출했다. 현재 작가 58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중.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 댄 플래빈, 리처드 세라 등 소속 작가의 작품은 미니멀한 형식과 미감이 두드러진다. 2016년 뉴욕 첼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 작가 윤형근도 이에 속한다. 2017년부터 안드레아로젠갤러리와 함께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유고작을 관리하게 됐다. 2014년 갤러리만의 ‘취향’이 담긴 각 잡힌 도록, 모노그래프, 카탈로그 레조네를 전문적으로 펴내기 위해 ‘데이빗즈워너북스’를 설립했다. 아들 루카스 즈워너가 에디토리얼 디렉터로 일한다. 지난해 뉴욕의 세 번째 공간에 이어 올해 1월 홍콩 H퀸즈 빌딩에 첫 아시아 지점을 열었다. 올해부터 사업 무대를 온라인으로 확장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뷰잉 룸(Viewing Room)’ 코너를 신설, 필립 로르카 디코르시아, 제프 쿤스, 레이몬드 페티본의 판화와 사진을 공개했다. 2020년 뉴욕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5층짜리 새 갤러리를 비롯한 해외 지점 한 곳을 추가로 개관할 예정이다. / 한지희(이하 J)

데이빗즈워너 | 뉴욕(3), 런던, 홍콩 | 데이빗 즈워너 | 1993


데이빗즈워너 갤러리 소속 볼프강 틸만스, 리처드 세라, 미카엘 보레만스, 알리스 닐(왼쪽부터 시계방향)의 작업




악셀베르보르트 갤러리 소속 마르쿠스 브루네티, 제프 베르헤옌, 레나토 니콜로디(왼쪽부터 시계방향)의 작업


예술로 통하는 동서양 악셀베르보르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컬렉터인 악셀 베르보르트가 설립한 악셀베르보르트컴퍼니 사업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그의 아들 보리스 베르보르트가 2011년 벨기에 앤트워프에 문을 열었다. 짧은 시간에 수준급 갤러리로 부상한 이유는 1968년부터 미술과 고고학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고대 유물이나 장인의 작품과 가구 등을 수집해온 컴퍼니의 이력 덕분. 악셀 베르보르트는 1970년대 초 태국과 캄보디아, 일본 등을 여행하며 불교미술과 사원 건축에 매료되면서 동양철학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갤러리에서도 유럽에 동양의 정신성을 담은 작가의 미니멀한 작업을 소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앤트워프점의 두 번째 전시로 열린 배병우 개인전을 비롯, 윤형근, 김수자, 시마모토 소조, 시가라 카즈오 등의 아시아 작가 전시를 열었다. 2013년부터 일본의 미술사학자 토미 레이코, 히라이 쇼이치, 캐나다 큐레이터 밍 티암포 등과 협업하여 ‘구타이’ 연구서적 시리즈를 출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구타이: 화려한 놀이터(Gutai: Splendid Playground)>(2013)전과 <제로: 미래를 향한 카운트다운 1950~60년대(Zero: Countdown to Tomorrow 1950s~60s)>(2014)전을 위해 협업했다. 현재 앤트워프점에는 정창섭과 권대섭의 2인 전이 한창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2회째를 맞이한 2014년, 홍콩 엔터테인먼트 빌딩 15층에 홍콩점을 마련했다. 65㎡라는 소규모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아시아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 작가의 특정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쇼케이스 형식의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 시즌에 벨기에 작가 레나토 니콜로디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관에 참여한 이탈리아 작가 마르코 티렐리(Marco Tirelli)의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 황영희(이하 Y)

악셀베르보르트 | 앤트워프, 홍콩 | 보리스 베르보르트 | 2011




화이트큐브 소속 베아트리츠 밀라제스와 안토니 곰리(왼쪽부터)의 작업


최소 규모에서 최고의 명성으로 영국 갤러리스트 제이 조플링은 1993년 런던의 전통적인 미술품 거래 지역인 세인트제임스 내의 듀크 거리에 화이트큐브를 열었다. 오직 1명의 작가만을 위한 전시를 연다는 신념으로 yBa를 포함한 영국 젊은작가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했다. 특히 데미안 허스트, 샘 테일러우드, 트레이시 에민 등을 발굴, 성장시켜 주목받았다. 현재 화이트큐브는 런던과 홍콩에서 총 3곳의 지점을 운영한다. 모든 지점의 인테리어를 비슷하게 연출하기 위해 지점을 개설할 때마다 동일한 건축가에게 여러 차례 설계를 의뢰하기도 한다. 미니멀리즘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버스트린이 설계한 첫 공간은 갤러리 사이즈가 2.92 ×4.64 ×4.42m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2000년 런던 혹스턴 광장에 문을 연 두 번째 갤러리는 런던 MRJ런델 건축그룹이 설계한 2개 층의 넓은 공간으로,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기획전 형태의 전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두 공간은 각각 2002년, 2012년에 문을 닫았다. 2006년부터 운영 중인 런던 메이슨스 야드 지점 역시 MRJ런델 건축그룹의 작품. 기존 건물에 입주하는 형태가 아니라 갤러리를 위한 단독 건물을 세워 개관한 첫 지점이다.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개관전 막을 올렸고, 안젤름 키퍼, 제프 월, 안드레아 구르스키 등이 연이어 전시를 열었다. 화이트큐브의 메인인 버몬지 지점은 2011년 개관했다. 3곳의 전시장과 수장고, 대강당, 서점 등이 포함된 5,440m² 규모로 런던 내 갤러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티에스터 게이츠의 첫 영국 전시, 척 클로스의 프린트 작품을 총망라하는 회고전, 안젤름 키퍼의 대규모 개인전 등을 개최하며 미술관에 준하는 대형 전시를 연이어 선보였다. 2012년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남미 미술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상파울로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운영했고, 그해 홍콩에 갤러리를 열고 길버트 & 조지, 세리스 윈 에반스 등의 전시를 열었다. / 이현(이하 H)

화이트큐브 | 런던(2), 홍콩 | 제이 조플링 | 1993




하우저앤워스 소속 마틴 크리드와 마크 브래드퍼드(왼쪽부터)의 작업


갤러리를 넘어 ‘문화공간’으로 하우저앤워스는 1992년 취리히에 설립했다. 올해 홍콩 H퀸즈 빌딩에 개관한 갤러리까지 전 세계에 총 7개의 지점을 운영 중. 갤러리 대표 이반 워스와 마누엘라 워스는 2015년 《아트리뷰》가 선정한 ‘파워 100’ 중 1위로 선정됐다. 이안 워스가 19살에 거장의 작품을 거래하기 위해 스위스의 유명 화상인 우르슐라 하우저를 찾아간 일이 인연이 됐다. 이안 워스와 하우저의 딸인 마누엘라가 결혼하여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를 설립한 것. 또한 이안 워스는 데이빗 즈워너와 제휴해 2000년부터 뉴욕에서 즈워너앤워스(Zwirner & Wirth) 갤러리를 10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하우저앤워스는 역사적 장소나 건물을 복원하고 개조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왔다. 유서 깊은 양조장 건물을 활용한 첫 갤러리는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했다. 20주년을 맞이해 오픈한 다섯 번째 공간 ‘하우저앤워스 서머싯’도 마찬가지. 런던 근교의 전원마을에 25만 평 규모의 더슬래이드 농장을 매입해 5개의 전시장과 교육장, 예술 정원, 레지던스 등을 갖춘 기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예술 정원에는 수보드 굽타와 루이스 부르주아 등의 거대한 조각상을 설치했다. 2016년 MOCA의 선임 큐레이터였던 폴 시멜과 협업해 LA의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트에 ‘하우저워스앤시멜(Hauser wirths & Schimmel)’을 열었다. 낡은 은행 건물, 밀가루 공장 등 7개의 건물을 갤러리, 아트북 상점,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이다. 하우저앤워스는 100여 권이 넘는 출판물을 제작하며 미술 연구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홍콩 H퀸즈 빌딩에 2개 층을 사용하는 분점을 열었다. 개관전으로 2017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를 택했다. 상하이와 베이징에도 갤러리를 열 계획이다. / Y

하우저앤워스 | 개스타드, 뉴욕(2), 런던, 로스앤젤레스, 서머싯, 취리히, 홍콩 | 이안 & 마누엘라 워스, 우르슐라 하우저 | 1992



하우저앤워스 소속 루이스 부르주아(왼쪽), 리만머핀갤러리 소속 오스게메오스(오른쪽)의 작업


다양성, 갤러리 성장의 원동력 스위스 갤러리스트 라쉘 리만과 뉴욕 메트로픽처스갤러리 디렉터였던 데이빗 머핀은 1991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1993년 메트로픽처스의 다른 멤버 2명과 함께 뉴욕 이스트 햄튼에 오프쇼어갤러리를 열고 2년 동안 운영하면서 협업 형태의 갤러리가 지니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1996년 가을 두 사람의 이름을 딴 갤러리 리만머핀을 설립, 뉴욕 소호의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에 있는 면적 330㎡의 작은 공간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2002년 첼시로 이전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올해 첼시에 새로운 본점으로 총 8,500㎡ 규모의 갤러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여러 배경의 멤버가 모였던 만큼, 갤러리 스스로 ‘다양성’을 성장 원동력으로 자부한다. 국적 성별 연령 경력에 상관없이 정치 역사 젠더 환경 등의 다양한 주제와 다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를 선호한다. 트레이시 에민, 아냐 갈라치오, 리우 웨이가 리만머핀을 발판 삼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미칼린 토마스, 헤르난 바스, 미스터(Mr.) 역시 유망작가 시절부터 조명해왔다. 2013년 홍콩 페더 빌딩 12층에 지점을 열었다. 개관전의 주인공은 한국 작가 이불. 김기린, 서도호도 소속 작가로 활동 중이며, 올해 뉴욕점에서 서세옥의 리만머핀 첫 개인전이 예정돼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안국동에 사무소를 개관하면서 한국 미술시장에도 진출했다. 아직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사무소 형태지만, 공간의 성격을 고정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하며 갤러리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 H

리만머핀 | 뉴욕, 서울, 홍콩 | 라쉘 리만, 데이빗 머핀 | 1996


리만머핀 소속작가 에르빈 부름, 김기린, 캐서린 오피(왼쪽부터)의 작업




사이먼리 소속 토비 지글러, 캐서린 앤드류스, 짐 쇼(왼쪽부터 시계방향)의 작업


글로벌 갤러리의 내공 사이먼 리는 1980년대 프랑스 문화부의 공직자로 문화예술분야 커리어를 시작해 베니스 페기구겐하임을 거쳐 런던의 아트딜러로 경력을 쌓았다. 1997년 11듀크스트리트갤러리를 설립하면서 전문 갤러리스트로 변신했으며, 2002년 런던 메이페어의 미술시장 중심가인 버클리 거리에 사이먼리를 공식 개관했다. 현대미술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성이 가미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5월 2일부터 열리는 <무한성을 향하여(Towards Infinity): 1965~1980>전은 1960~70년대 유럽 미술에 급진적인 이론이 빠르게 확산된 시기, 물질성과 형식을 재사유하려던 개념미술을 주제로 삼았다. 다니엘 뷔랑, 마르셀 브로타에스, 앙드레 카데레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작가 카탈로그 및 모노그래프를 출판하면서 학술적으로도 작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2012년 1여 년의 홍콩 미술현장 조사를 마치고 홍콩 페더 빌딩 3층에 아시아 첫 지점을 열었다. 개관 초기에는 주로 갤러리 소속 작가를 홍콩에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셰리 레빈, 래리 클락, 마티아스 팔바켄 등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선보였다. 이후 모리야마 다이도, 조쉬 클라인, 파멜라 로젠크란츠 등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본격적으로 홍콩 미술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시아 작가 발굴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 작가로는 윤형근의 작품을 선보였다. 2014년 뉴욕에 사무소와 갤러리 소속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비공식 갤러리를 열었고, 지난해 3월 갤러리로 정식 재개관한 이후 총 8회의 전시를 열었다. / H

사이먼리 | 뉴욕, 런던, 홍콩 | 사이먼 리 | 2002




마시모데카를로 소속 존 암리더(왼쪽), 네이트 로우만(오른쪽)의 작업


작지만 실속있는 갤러리 마시모 데 카를로는 한때 약사로 일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이탈리아 브레시아에 있는 피에로카벨리니갤러리에서 근무하며 갤러리스트로 거듭났다. 1987년 옛 직장에서 존 암리더의 첫 밀라노 개인전을 기획해 기획자로서 호평받고, 같은 해 밀라노에 갤러리를 설립했다. 벤투라가에 있는 창고형 화이트 큐브에서 처음 선보인 전시는 스위스 작가 올리비에 모세의 개인전. 마시모데카를로는 30여 년간 존 암리더, 루돌프 스팅겔, 야니스 쿠넬리스 등의 기성작가를 비롯, 엘라드 라스리, 라시드 존슨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진작가를 동시에 소개하는 전략을 취했다. 현재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 47명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반적으로 회화적이고 표현적인 제스처가 살아있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20여 년 밀라노에만 머무르다 2009년 런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칼슨갤러리’라는 이름 아래 댄 콜런, 조쉬 스미스, 토니 루이스와 같은 신진 미국 작가를 소개하는 데 힘썼다. 3년 뒤 2012년 메이페어 지역의 3층짜리 타운하우스를 개조해 마시모데카를로 런던 지점을 정식으로 재개관했다. 아트바젤 홍콩 선정위원회 활동을 포함해 중국 본토 및 홍콩과 지속해서 협력해오다, 2016년 3월 아트바젤 시즌에 맞춰 홍콩 페더 빌딩에 새 공간을 열었다. 같은 해 밀라노 두오모 근처의 18세기 귀족 저택 안에 2호 갤러리를 선보였다. 저택의 대리석과 샹들리에를 살린 고풍스러운 공간이 특색. 최근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가 설계한 카사 코르벨리니 바서만을 추가로 매입해 2019년까지 본사 및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4월 홈페이지에 온라인 서점을 론칭했다. / J




마시모데카를로 소속 더그 에잇컨(왼쪽), 페이스 소속 데이빗 호크니(오른쪽)의 작업


아시아 진출 10년차의 저력 페이스의 창립자 아르네 글림처는 1960년 보스턴에서 갤러리를 시작해 3년 뒤 뉴욕 맨해튼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동시대 미술을 널리 소개하는 한편 유망 작가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데이빗 호크니, 척 클로스, 장 뒤뷔페, 아그네스 마틴 등 근현대미술에 집중하던 갤러리는 1993년 전근대 미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윌덴스타인앤컴퍼니와 손을 잡고 페이스윌덴스타인이란 이름으로 야심 차게 새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17여 년의 동거를 끝내고 다시 페이스로 돌아왔다. 지난 10년 내 페이스가 겪은 또 다른 변화는 2008년 마크 글림처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경영 전면에 나선 것. 이 시기 동안 뉴욕, 베이징에 이은 6개 지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소속 작가 수도 50명에서 84명까지 늘었다. 이중 이우환, 장 샤오강, 위에 민준, 라킵 쇼를 포함해 약 15%가 아시아 출신이다. 아시아, 특히 중국 작가와 활발히 연계한 시점은 2008년 베이징에 첫 해외 지점을 열면서부터. 베이징 갤러리를 필두로 홍콩(2014), 서울(2017)에 잇따라 둥지를 튼 페이스는 지난 3월 아시아 진출 10주년을 맞아 홍콩 H퀸즈 빌딩에 2번째 공간을 열고, 요시토모 나라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최근 합류한 작가들 중에는 스튜디오 드리프트, 팀 랩, 랜덤 인터내셔널처럼 작업에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 다수. 마크 글림처는 “차세대 수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갤러리의 성격을 대표의 취향을 가시화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기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밝혔다. 변화를 불러올 돌파구로써 그는 지난 5년간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접목, 공공미술 제작을 중요 과제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2019년 뉴욕에 개관 예정인 새로운 팝업 갤러리를 포함해 공간 확장도 지속할 계획이다. / J

페이스 | 뉴욕(3), 런던, 베이징, 서울, 제네바, 팔로알토, 홍콩(2) | 마크 글림처 | 1960


페이스 소속 아담 펜들튼(왼쪽)과 로이 홀로웰(오른쪽)의 작업




가고시안 소속 제니퍼 귀디(왼쪽), 타린 사이먼(오른쪽)의 작업


해가 지지 않는 미술 제국 래리 가고시안은 1980년 로스앤젤레스의 작은 공간에서 갤러리를 시작했다. 눈여겨본 작품은 반드시 구하고 마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40여 년 동안 전 세계 9개 도시에 지점 16곳을 둔 ‘제국’을 건설했다. 작가 육성, 작품 매매, 작품 큐레이션 및 연구, 출판, 상품 제작, 레스토랑 운영까지 전방위에서 활약 중이다. 전 테이트 관장 니콜라스 세로타는 “가고시안의 전시는 세계 유수 미술관급”이라 호평했을 정도. 전속작가를 포함 지금까지 135명의 작업을 선보였으며, 특히 팝아트(워홀, 리히텐슈타인)와 추상표현주의(윌렘 드 쿠닝, 헬렌 프랑켄탈러)가 강세를 이룬다. 조각 및 설치(자코메티, 헨리 무어, 데미안 허스트), 사진(리처드 프린스, 안드레아 구르스키), 건축(렌조 피아노, 프랭크 게리)의 대가들이 작가진에 포진해있다. 싸이 톰블리, 리처드 세라는 가고시안과 함께 50여 회에 달하는 전시를 열었다. 세라의 거대한 작품을 위해 기둥이 없는 67평짜리 새 전시장을 만든 일화는 가고시안이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소속 작가를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 2011년 아시아 첫 지점으로 개관한 홍콩점은 480m² 공간에 가벽을 자유롭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리처드 마이어, 리처드 글럭맨, 장 누벨에게 새 전시장의 설계를 맡겼다. 2012년 전 세계 가고시안 지점에서 동시에 데미안 허스트의 ‘땡땡이’ 회화 연작 <스폿>만을 선보여 국제적 화제를 모았다. 작은 작품이나 한정판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2014년부터 웹상에 ‘클릭 앤 바이’ 옵션을 추가했다. / J

가고시안 | 뉴욕(5), 런던(3), 로마, 베버리힐스, 샌프란시스코, 아테네, 제네바, 파리(2), 홍콩 | 래리 가고시안 | 1980




화이트스톤갤러리 소속 데일 치훌리(왼쪽), 크리스 수코(오른쪽)의 작업


일본 갤러리의 50년 노하우 1967년 도쿄에 문을 연 화이트스톤. 50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노익장 갤러리다. 현재 도쿄 긴자에 2곳, 타이베이에 2곳, 그리고 나가노 가루이지와에 1곳, 홍콩에 1곳 등 총 6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화이트스톤은 2015년 홍콩 웡척항 로드에 첫 공간을 열고, 2016년 할리우드 로드에 두 번째 공간을 열었다. 올해 H퀸즈 빌딩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터전을 잡고, 미국의 유리공예 작가인 데일 치훌리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현재는 독일 작가 크리스 수코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화이트스톤은 1980년대까지 유럽의 포스트 상징주의 작가를 주로 소개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의 니혼가를, 2000년대 들어서는 동시대 미술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본 미술을 국제무대에 널리 알리는 일에 노력해왔다. 서구 미술보다 동아시아 미술에 나타난 아방가르드 정신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됐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구타이와 쿠사마 야요이 등 전후 일본 작가의 활약상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특별전에는 일본의 사원이나 동상에서 자주 보이는 도상을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화면에 담아낸 코마츠 미와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가는 올해 1월, H퀸즈 빌딩에 오픈한 홍콩점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올해 초 갤러리는 미술품 거래의 새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따라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발행(ICO) 계획을 발표했다. / Y

화이트스톤갤러리 | 나가노, 도쿄(2), 타이베이(2), 홍콩 | 코에이 시라이시 | 1967




펄램갤러리 소속 아르칸젤로 사소리노(왼쪽), 류크 헝(오른쪽)의 작업


아시아 미술을 국제무대로! 펄램은 1993년 상하이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중국 작가를 만나던 중 현지에 미술시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중국 아트 씬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2005년 상하이에 디자인 전문 갤러리를 설립하고, 1년 뒤 현대미술 전시 및 판매 공간으로 확장했다. 디자인과 미술전시를 병행하다가 2009년 두 공간을 위아래 층으로 분리했다. 다양성을 콘셉트로 여러 장르, 매체, 학문을 교차하는 작가 및 외부 기획자와의 협력을 추진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미술이 점차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서구의 기준과 미술인에 의해 평가되는 현실을 자각하고 아시아 미술의 독자성을 세계에 전파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리 티엔빙, 장 환, 종빈 쳉, 주 진스처럼 중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동시대 문화와 융합하는 작가를 선호한다. 이밖에 제니 홀저, 레오나르도 드류, 잉카 쇼니바레 등 국제적 작가의 전시도 꾸준히 개최해왔다. 《아트+옥션》지는 펄램을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디자인과 미술이 연결될 수 있는 다리를 만든 인물”로 평가했다. 현재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에서 총 4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2012년 홍콩 페더 빌딩에 두 번째 지점을 개관했다. 이곳에서 강서경(2016), 김창열(2017) 등 한국 작가 개인전도 잇따라 선보였다. 2014년부터는 동남아시아 작가를 발굴하려는 목적으로 싱가포르에 세 번째 지점을 열고 개관전으로 영국의 저술가 필립 도드와 협업해 기획전을 선보였고, 올해 3월 H퀸즈 빌딩 9층에 홍콩 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개관전으로 이탈리아 작가 아르칸젤로 사소리노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 H

펄램갤러리 |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2) | 펄램 | 2005




펄램갤러리 소속 주진시(왼쪽 위), 황 위안 쳉(왼쪽 아래), 페로탕 소속 니요위(오른쪽)의 작업


파리지앵 갤러리의 즐거운 상상 1990년 당시 21살이었던 청년 엠마누엘 페로탕은 파리의 아파트에 갤러리를 차렸다. 어린 나이지만 17살부터 파리 미술상 샤를 카트라이트의 갤러리에서 일했으니 어엿한 5년 차 갤러리스트였다. 그는 데미안 허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라카미 다카시가 무명인 시절 그들의 작품을 시장에 소개하고, 개인전을 열었다. 1995년 카텔란 전시에서는 작가의 지시에 따라 토끼귀 머리띠에 커다란 남성 성기 모양의 핑크색 코스튬을 입고 일을 하기도 했다. 소속 작가 50여 명의 목록을 살펴보면 무라카미를 비롯해, 카우스(KAWS), 빔 델보예, 쉬 전 등 대중적이고 장난기 가득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눈에 띈다. 동시에 피에르 술라주, 미하엘 자일스토르퍼 같은 어둡고 표현적이며 개념적인 작가도 포함한다.《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갤러리에 오는 관객은 편견 없이 다양한 (미술) 세계를 목격할 수 있다”라고 밝혔듯 그의 프로그램은 매체 세대 국적 미감이 다른 다양한 작가를 망라한다. 파리 기반 갤러리답게 소피 칼, 자비에 베이앙, 로랑 그라소 등 프랑스 출신 작가와도 긴밀히 협업한다. 아시아 지역과도 인연이 깊다. 1993년 처음으로 서양에 무라카미의 작업을 소개한 이래 꾸준히 아시아 출신 작가를 소개했다. 2014년 11월 파리 본점에서 박서보 개인전에 이어, 박서보가 큐레이팅 한 오리진 3인 전도 선보였다. 올 3월에는 파리점에서 이배 개인전 <Black Mapping>도 개최했다. 유럽의 갤러리 중 가장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2012년 홍콩점을 열고 아시아 미술시장에 진출한 뒤, 2013년에는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뉴욕 매디슨가 뉴욕은행 건물에 지점을 냈다. 서울(2016)과 도쿄(2017)에도 전시공간을 잇따라 열었으며, 2018년 말에는 상하이에 새 지점을 연다. / J

페로탕 | 뉴욕, 도쿄, 서울, 파리(3), 홍콩 | 엠마누엘 페로탕 | 1990


페로탕 소속작가 첸 페이(왼쪽)와 카우스(오른쪽)의 작업

원고 작성: 한지희(J), 이현(H), 황영희(Y)

캡션 작성: 한지희

편집, 감수: 김재석

디자인: 이주연

갤러리 컨택 및 이미지 수합: 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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