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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Jan 07. 2019

트렌드 2018, 마켓은 살아있다!

아트인컬처 2018년 5월호 'Special Feature' ❸

글로벌 갤러리스트 13명에게 아트마켓 트렌드를 묻는 앙케트를 마련했다. 그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10가지 이슈를 추렸다. 우선 마켓은 성장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살아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상황. 중국과 아시아 시장의 역할이 점차 증대했으며 다채로워지고 있다. 열정적인 젊은 컬렉터가 마켓 성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반면 갤러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승승장구하는 메이저 갤러리의 세력 확장과 중소 갤러리의 위축, 아시아 옥션 등도 새로운 시장 변화의 동인(動因)이다. 또한 아트페어와 온라인 마켓의 괄목할 성장까지…. 아트마켓의 지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근거로, 아트프라이스, 아트 팩츠, UBS, 아트시 등이 종합한 각종 데이터를 실었다.


마시모 데 카를로(마시모데카를로 대표) / 보리스 베르보르트(악셀베르보르트 대표) /

코에이 시라이시(화이트스톤갤러리 대표) / 펄 램 (펄램갤러리 대표) /

제니퍼 염(데이빗즈워너 홍콩 디렉터) / 바네사 궈 & 리신 차이(하우저앤워스 아시아 시니어 디렉터) /

유현이(리만머핀 홍콩 세일즈 디렉터) / 캐서린 섀퍼(사이먼리 아시아 디렉터) /

렁 린(페이스 아시아 대표) / 닉 시무노비치(가고시안 아시아 운영 디렉터) /

로라 주(화이트큐브 아시아 디렉터) / 앨리스 렁(페로탕 아시아 대표)


갤러리 소개면에 사진이 실린 대표 4인 외, 인터뷰에 참여한 디렉터 9인의 프로필 사진(왼쪽 아래). 이외 이미지는 갤러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북샵, 굿즈 이미지다.


1.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큰 타격을 입은 아트마켓. 지난 10년 동안 차츰 회복세를 보여왔다. 아트바젤과 UBS가 발표한 리포트 《아트마켓 2018》에 따르면, 2009~17 사이 미술시장의 성장률이 61.3%에 이른다. 새 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아트 마켓. 과연 주목해야 할 핫이슈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과 아시아 시장의 급성장, 시장의 다변화, 신생 갤러리와 새로운 컬렉터의 등장이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왔다고 입을 모은다.

캐서린 섀퍼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아트 마켓의 최상부에서는 엄청난 양의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2014년부터 중국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미술시장에 진입한 갑부의 수가 늘었고, 아시아 컬렉터들의 취향 역시 아시아 미술부터 서양 및 그 외의 영역으로까지 다양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닉 시무노비치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는 물론 미술시장에도 큰 여파를 일으켰다. 그러나 사실 가고시안갤러리는 2008~09년 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했다. 우리는 아시아에 진출하자마자 이곳에서 서양 근현대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는 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렁 린 흥미롭게도 아시아 아트마켓은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후 급속도로 번창했다. 여기에 더해 2012년부터는 시장의 다양성을 향한 흐름이 나타났다. 많은 컬렉터가 비아시아권 미술을 인지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제니퍼 염 국제적인 서양미술과 지역적인 아시아 미술을 구분 짓는 낡은 패러다임은 머지않아 자취를 감출 것이라 전망한다.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아트마켓에서 현재 주목해야 할 더 큰 흐름이라 생각한다.

코에이 시라이시 경험에 비춰보면 미술시장은 스스로 활기와 힘을 회복할 줄 안다. 이러한 자생력은 젊은 컬렉터 세대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한다. 내가 보기엔 최근 마켓에서의 큰 변화는 더 젊고, 진지한 컬렉터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아시아 시장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신인작가를 발굴, 육성하며 ‘같이 커가는’ 차세대 갤러리가 출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펄 램 2015년부터 2차 시장이 부쩍 활발해졌다. 미술품을 일종의 ‘자산’이라고 생각해 유명 갤러리와 거래하고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사는 이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아트마켓은 더 이상 신진작가를 위한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2. 중국과 아시아 시장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중국과 아시아 국가의 급속한 경제 발전이 그 출발점이다. 새로운 컬렉터들은 자국의 미술과 서양미술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학습’하는 중이다. 또한 유명 페어나 갤러리가 아시아에 진입했고, 미술관이나 재단이 속속 문을 열며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닉 시무노비치 아시아 전반에 걸쳐 부가 창출되고, 이자율이 낮은 곳에서 미술품을 자산으로 여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수집을 삶의 한 양태로 받아들여 미술품을 사는 일에 깊은 흥미를 가진 사람이 점차 늘었다.

유현이 새로운 컬렉터들, 특히 젊은 컬렉터층이 생겨났다. 개인 컬렉터들이 미술관이나 재단을 설립하며 미술의 세계로 확장해 나간 사례도 중요한 요인이다.

보리스 베르보르트 컬렉터들은 여행을 많이 하며 다양한 종류의 예술가를 만나고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기를 원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며 그러한 컬렉터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들은 서양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렁 린 중국은 스스로 미술시장을 개척해냈다. 2012년 이후에야 이들은 다른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비 중국 미술에 열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펄 램 표면적으로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여전히 도자기, 산수화, 옥 조각과 같은 고미술품을 선호하고 매매한다. 중국시장 내 상품으로서 근현대미술의 입지는 매우 좁다.

앨리스 렁 국제적 경매나 아트페어, 전시 등 더 많은 미술행사가 아시아에서 열렸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술을 의식하고 흥미를 갖게 됐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초국가적 갤러리도 한몫했다고 본다.

코에이 시라이시 서양 갤러리 다수가 상하이 베이징 도쿄 서울 홍콩에 지점을 냈다. 그리고 이곳의 컬렉터에게 중요한 작가를 소개했으며, 그들 사이를 연결시켰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성장은 미술품 구입과 수집에 대한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따라 유행처럼 사립미술관, 미술재단, 페어가 설립되고 있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예술문화 발전을 북돋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캐서린 섀퍼 지역 내 기관의 역할이 활발해졌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국가 주도의 예술시장은 딱히 성공적이라 보진 않는다. 다만 상업의 영역에서는 담당할 수 없는 교육적 역할을 기관이 담당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로라 주 중국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처럼, 개인 컬렉터의 수요가 폭증하고 문화 기관을 세우는 등 정부가 나서서 자국의 문화 부흥에 투자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미술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제니퍼 염 지역에 따라 미술시장의 상황이 너무 다르다. 개별 시장은 발전 속도도 방향도 다르다. 그래서 각자의 성격에 맞게 무엇이 유효한 전략인지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 아트마켓’이란 말은 일반적 용어일 뿐, 특정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마시모 데 카를로 무엇이 시장의 성장을 억제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처럼 자본의 유동 가능성을 제약하는 곳이라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트바젤 & UBS 리포트에서 발표한 2007~17년도 아트마켓 판매량 추이 그래프(왼쪽 페이지)


3. 아트마켓의 중심이 된 홍콩. 이곳에 국제적 규모의 갤러리들이 분점을 차리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첫째 동서양이 교차하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둘째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환경 덕분에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 셋째 옥션과 아트페어를 비롯한 마켓의 기반이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탄탄하며, 면세 혜택이 있다.

코에이 시라이시 홍콩은 아시아 컬렉터는 물론 서양의 컬렉터와 미술시장에 손을 뻗을 수 있는, 지리적으로 완벽한 장소다. 이곳의 기업 친화적인 환경은 옥션, 아트페어, 자유무역항 등과 같은 다른 예술 사업도 가져왔다. 우리는 이곳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컬렉터를 만났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유현이 홍콩에서 우리는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컬렉터 및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러 아시아 출신 작가를 대표하다 보니, 해당 지역에 좀 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닉 시무노비치 홍콩은 아시아로 향하는 관문과 같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이 지역 컬렉터들과 협력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이다.

렁 린 무관세 항구에다가 국제 금융의 중심지다. 자유무역의 역사가 깊고, 거래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다. 면세 수입 혜택도 있으며, 언어 장벽이 낮다.

앨리스 렁 경제, 정치적 상황이 안정적이다. 또 세제나 공식 언어가 사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

캐서린 섀퍼 외국 자본의 직접 투자에 매우 친화적이다.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그 거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보리스 베르보르트 우리 갤러리의 핵심적 기풍은 동서양 간의 예술적 대화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지속하기에 홍콩보다 더 좋은 장소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펄 램 나는 홍콩 출신이지만 상하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홍콩에는 컬렉터가 충분치 않았고, 인프라도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또 홍콩에는 국가의 검열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지역적, 경제적으로 동서양을 잇기에 적합한 장소다. 문화 예술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문화기관들이 연일 문을 여는 중이다. 아트페어와 국제 규모의 갤러리도 많다.

로라 주  페어와 더불어 중국 내외의 경매회사가 성업 중이란 점도 중요하다.

제니퍼 염 갤러리로 가득 찬 빌딩은 컬렉터와 학생, 작가 등 많은 이들을 갤러리로 끌어들이는 힘을 지녔다. 홍콩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4. 올해 아트바젤 홍콩 시즌에서 화제의 중심은 H퀸즈 빌딩이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열기가 M+가 문을 여는 시점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옥션과 갤러리부터 초대형 미술관까지, 홍콩의 문화적 인프라 구축은 아트마켓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제니퍼 염 아시아 사람들은 수준급 전시와 경매를 보기 위해 런던 뉴욕 파리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 아시아, 특히 홍콩 사람들은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홍콩에 훌륭한 갤러리와 미술관, 아트페어 등의 인프라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예술에 더욱 편하게 다가가고, 배우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앨리스 렁 미술 인프라 확충은 사람들이 삶에서 예술을 더욱 의식하게끔 돕는다. 이는 결국 이 지역 컬렉터들의 자신감을 상승시킨다.

마시모 데 카를로 의심할 여지없이 도시의 문화적, 지적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와 미술관을 방문할 것이고, 컬렉터만을 위한 관광산업이 발달할 가능성도 있다.

유현이 홍콩은 아시아의 미술 중심지다. 그럼에도 현재 운영 중인 공공 현대미술관이 하나도 없다. 기관이나 기획은 충분치 않다. M+와 같은 기관이 정식 개관하면 이러한 격차를 단번에 좁힐 것이다.

펄 램 오늘날 아시아 미술시장을 대변하는 것은 경매사다. 즉 상업의 논리가 아시아 미술계를 이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미술계를 유기적으로 성장시키려면 기관이 있어야 한다. 돈이나 인기가 아니라 학계와 지식인층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주도해야 한다. 그래서 (상업의 영역을 초월한) 더 건강한 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캐서린 섀퍼 인프라 구축과 학예 연구, 비영리적인 차원의 움직임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결국 더 많은 상업 주체를 끌어들일 강력한 미술시장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코에이 시라이시 사람들이 예술을 경험하고 수집이라는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업 갤러리를 통해 예술에 쉽게 다가가는 것만큼이나, 기관을 통해 예술을 이해하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균형이 무너지면 시장은 매우 쉽게 투기적 성향을 띠게 된다.

렁 린 문화적 인프라는 시장을 안정화하고, 사기를 진작해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한다. 동시에 시장의 질적 양적 성장을 담보하는 장치다.


2017년 채널별 아트딜러의 매출 점유율 그래프(오른쪽 페이지)


5. 홍콩이 미술계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결정적 계기는 아트바젤 홍콩이 시작하면서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제2의 홍콩을 꿈꾸며 새로운 페어가 속속 생기고 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아트페어의 역할을 무엇일까?

보리스 베르보르트 아트페어는 다수의 갤러리를 한꺼번에 한 장소로 호출한다. 갤러리는 소속 작가를 훑는 쇼를 준비한다. 페어에 첫 선을 보이기 위해 갤러리는 때로 최고로 좋은 작품을 숨겨놓기도 한다. 페어는 정말 ‘원스톱 쇼핑’과 같다.

닉 시무노비치 해당 지역 안팎에 있는 최고의 갤러리와 그들의 대표 작품을 끌어들인다. 페어는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방식으로 컬렉터와 갤러리를 연결한다.

앨리스 렁 아시아 컬렉터는 더 이상 수준 높은 작품을 보기 위해 스위스나 뉴욕에 가지 않아도 된다. 홍콩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이제는 페어 때문에 전 세계의 컬렉터가 홍콩으로 모인다.

펄 램 아트바젤의 전신인 아트홍콩이 도시 내 근현대미술에 대한 컬렉팅 욕구를 가시화했다면, 아트바젤 홍콩은 국제적인 기관과 컬렉터를 홍콩으로 유인했다. 그들은 페어 때문에 이곳에 왔다가 갤러리, 박물관, 전시공간을 함께 돌아본다. 그리고 아시아 예술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다.

유현이 페어는 사람들이 취향을 갈고닦고, 여러 작가를 발견하며, 딜러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컬렉터들에게 페어는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다. 여기서 예술계 내 사람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제니퍼 염 페어 부스는 해당 갤러리의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갤러리는 최상급 작품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전시에 잘 출품하지 않는 작품을 조명하기도 한다.

캐서린 섀퍼 대개 페어 부스에 걸리는 작품 사이에는 딱히 연관성이 없다. 깊이 있는 기획은 선보일 수 없지만 대신 갤러리 프로그램의 프리뷰 역할을 한다. 짧은 기간 내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작품을 노출시키고, 컬렉터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자리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페어를 통해 해당 지역의 관객과 시장이 우리의 프로그램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시험할 수 있다. 새로운 고객을 찾기도 좋다. 페어는 지역 관객에게 우리 갤러리의 엑기스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렁 린 페어에서 팔리는 작품 수가 증가하는 추세고, 작품 타입도 다양해졌다. 거래 내용을 분석해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코에이 시라이시 연일 새로운 페어와 갤러리가 명멸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페어를 지속 가능하고, 안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마시모 데 카를로 페어를 보면 어떤 갤러리, 어떤 작가가 시장을 이끌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아트바젤 홍콩 선정위원회의 입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페어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중점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6. 아시아 시장에서 활약하는 컬렉터의 특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시아 컬렉터들이 구매 전 철저한 조사를 선행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컬렉터 유입으로 활기를 찾은 아시아 시장이지만, 높은 변동 가능성/불안정성은 또 다른 숙제다.

제니퍼 염 구매 수준이나 잠재력을 생각하면, 아시아나 다른 지역의 시장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아시아 컬렉터들은 좀 더 주도면밀하다. 작품을 사기 전 작가의 의도나 작업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파악하려 한다. 그냥 갤러리에 들어온 이들이 던지는 질문도 상당히 흥미롭다.

유현이 아시아 컬렉터는 더 많은 대면과 대화를 요구하고, 깊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 이들은 작품을 직접 보고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 이런 컬렉터가 있는 시장이라면 어떤 작가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관객에게 작품을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코에이 시라이시 아시아 시장은 그 자체로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페어에 내보낼 작가를 선택할 때 페어가 열리는 도시와 그 주변 지역의 차원에서 성향을 고려한다.

닉 시무노비치 아시아 컬렉터의 관심사는 회화나 고미술부터 서양 동시대 미술, 디자인까지 매우 다양하다. 아시아의 ‘취향’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여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는 일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그저 좋은 전시를 하고 싶고, 그것이 관객이 우리에게 원하는 일이다.

펄 램 아시아에서는 문인화와 서예, 도자 같은 장식 예술품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이는 서양에는 없는 양식이자 미적 태도다.

앨리스 렁 아시아에서는 확실히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경매회사의 역할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엔 중요한 미술관이나 기관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렁 린 변동 가능성이 더 높다. 몇 년 내에 아시아 시장의 관심사는 크게 바뀔 것이다. 휘발적인 시장에 어떻게 하면 더 포괄적인 정보를 가져올 수 있을까? 먼저 변화의 균형을 맞춰야 하며, 변동성을 이용해 작가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좀 더 성숙한 유럽, 미국 시장에 비해 아시아 컬렉터는 양질의 콘텐츠에 더욱 갈증을 느낀다. 또 그들은 계속 배우고, 취향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게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마시모 데 카를로 아시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젊다. 그렇기에 젊은이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지적, 문화적 호기심은 물론 탐욕도 나타난다.


아트팩츠 기준 생존 작가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상위 50인의 작가 목록(왼쪽)과 옥션별 온라인 판매액 변화 그래프(가운데), 갤러리에서 꼽은 향후 당면과제 11가지 목록(오른쪽)


7. 갤러리의 주요 당면 과제 중 1위는 새로운 고객을 발견하는 일. 여기서 ‘고객’은 개인뿐 아니라 새롭게 문을 여는 기관도 포함한다. 홍콩에 분점을 열고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인 갤러리의 주요 고객층은 누구일까.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고객이란?

제니퍼 염 열정적인 컬렉터. 작가를 깊이 이해하려 하고, 그들과 알고 싶어 하는 열의를 가진 누구나. 모든 것은 여기서 자연스레 시작된다.

코에이 시라이시 되도록 특정 사람이나 지역을 타깃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예술을 진지하게 여기고 작가의 창작 과정을 존중하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한다.

펄 램 홍콩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나서 구매계층의 60%가 아시아인, 40%가 그 외 지역인으로 변화했다. 갤러리가 할 일은 그저 컬렉터를 육성하는 것일 뿐.

마시모 데 카를로 예술을 사랑하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지적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이에 전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현이 지역을 막론하고, 작가를 위한 커넥션을 강화할 수 있는 기관이나 재단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러한 기관과 학예 분야의 도움 없이는 활발한 시장도 곧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닉 시무노비치 가고시안 홍콩에만 한정해서 얘기한다면, 일본과 호주 사이에 있는 지역 모두가 다 우리의 잠재적 고객이다.

렁 린 아시아의 미술관이나 개인 컬렉터에 주력한다. 대개는 이제 막 수집에 뛰어들었지만, 대신 상상력이 풍부하다.

캐서린 섀퍼 우리는 관계에 의존해 아시아 지역과 교류한다. 전략적으로 우리는 한국, 일본과 관계를 쌓고 싶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홍콩 타이완 중국이 우리의 우선순위다. 동남아시아 및 한국, 일본도 물론 우리에게 중요한 타깃이다.


8. 세계 각 도시에 갤러리를 운영하는 메가 갤러리의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작품 판매에만 혈안이 된 갤러리는 오래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판매 이외에도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컬렉터와 그들을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강조한다. 완성도 높은 연간 프로그램 운영, 작가 연구를 위한 출판물 제작, 아트 상품 기획, 온라인 채널 가동 등 소속 작가를 소개하는 통로를 끊임없이 개발 중이다.

보리스 베르보르트 홍콩점과 앤트워프 본점의 작가 프로그램은 동일하다. 우리는 그들의 작품이 좋다고 믿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과 이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우리는 관객에게 갤러리의 핵심과 비전을 담보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 아시아 관객들 역시 우리 갤러리의 특별한 DNA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말이다.

로라 주 홍콩점 역시 지역을 불문한 고객층이 대상이므로 이곳 프로그램은 본점 프로그램과 연장선상에 있다. 다양한 배경과 취향을 지닌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우리는 ‘인사이드 화이트큐브’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많은 작가와 매체를 노출시키려 한다.

유현이 우리가 대표하는 작가 모두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여줄지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다.

캐서린 섀퍼 런던, 뉴욕, 홍콩점이 모여 정기적으로 내부 회의를 한다. 흥미로운 작업을 발견했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작가가 있으면 이를 공유한다. 누구와 일할지 정하고 나면 언제, 어디서 그들의 작업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을지를 고민한다.

제니퍼 염 작가는 모두 다 바쁘다. 전시를 하고 싶다면 그들의 스케줄이 프로그램과 차질을 빚지 않을지 확인해야 한다. 소속 작가가 아시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경우 홍콩점에서 그들의 전시를 열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앨리스 렁 소속 작가에게 더 이롭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작가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에서 그를 더 밀어주는 편이다.

렁 린 다른 서양의 갤러리에 비해 아시아 작가를 영입하고 관리하는 데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하다. 우리는 소속 작가가 속한 지역의 미술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펄 램 동서양, 동남아시아와 다른 아시아 지역 사이에 대화를 이끌어내는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7년 각 지역 아트페어에서 가장 많이 전시된 작가 목록(오른쪽)


9. 단색화 이후의 한국미술이 아트마켓에서 지닌 가능성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작가를 소개하면서 한국인 혹은 한국미술을 특별하게 부각하지 않는다. 작가의 국적은 정체성의 일부일 뿐, 작품이 보이는 맥락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

보리스 베르보르트 현재 앤트워프 본점에는 정창섭과 권대섭 2인 전이 열리고 있다. 둘 다 한국의 전통적인 미학과 재료를 포용해, 동시대의 사고와 개념을 표현한다.

제니퍼 염 국적은 작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므로 강조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을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우리의 전체 프로그램에 적합한 인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닉 시무노비치 백남준의 유고작을 관리하게 되어 행운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몇십 년을 살았으니, 한국인이라 정체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한국의 국가적 보물이란 점은 변함없다.

코에이 시라이시 우리 갤러리는 이우환과 재일교포 최아희를 대표한다. 최아희는 주로 미국에 머물 때의 경험에 기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의 한국 정체성을 강조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는 하이브리드 세대다. 그래서 그의 작업이 더 흥미롭고 모두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이유다.

유현이 한국 작가로 이불과 서도호를 소개하지만, ‘한국 작가’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한국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적 작가다. 특정 단어나 문구가 아니라 어떤 맥락을 잡아주는 것이 그들을 소개하는 데 효과적이다.

펄 램 예술은 ‘여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 갤러리는 김창열과 전광영을 대표하는데, 이들이 한국 작가라는 점보다 작품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그들의 시각언어가 어떠한지를 강조해야 한다.

캐서린 섀퍼 윤형근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의 기초적인 배경을 짚어주기 위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국적/정체성이 작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때만 이를 언급한다. 우리는 작가를 볼 때 그들이 어디 출신인 지보 다는 우리의 요건에 잘 맞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로라 주 2017년에 박서보의 개인전이 열렸고, 그 이후 김민정과 이승택의 전시가 메이슨즈 야드에서 개최됐다.

앨리스 렁 박서보를 비롯해 이배, 김홍석, 이승조 등의 한국 작가 전시를 개최했다.


10. 한국은 제2의 홍콩이 될 수 없을까. 리만머핀과 페로탕, 페이스갤러리는 이미 한국에 사무소, 갤러리를 마련해 한국의 아트 씬과 호흡하고 있다. 과연 다른 세계적 갤러리도 한국에 진출할 계획이 있을까.

유현이 처음 서울에 사무소를 내면서 주력한 부분은 이곳을 거점으로 아시아에서 우리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국의 미술계에 깊이 관여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심화할 계획이다.

렁 린 페이스 서울은 주로 페이스가 대표하는 기존 작가를 한국에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 앞으로는 한국 작가를 영입하고, 다른 지점에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니퍼 염 물리적인 공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관계에 집중하고 이를 건실히 쌓아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펄 램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국과 관계를 맺고 있다. 갤러리 공간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캐서린 섀퍼 성공적인 지점 확장을 위해서는 우리 갤러리와 해당 지역 모두를 잘 알고 이해하는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면, 서울 확장을 신중히 고려해볼 것이다.

코에이 시라이시 우리는 한국시장에 매우 관심이 많다. 서울은 갤러리를 확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도시 중 하나다. 성숙한 갤러리 문화와 재능 있는 작가 덕분이다. 기회를 틈틈이 노리는 중이다.

바네사 궈 & 리신 차이 우리는 오랫동안 서울의 미술관, 컬렉터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 따라서 서울에 전시공간을 열 가능성이 적지는 않다. 최근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하우저앤워스의 아시아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시모 데 카를로 이렇게 답하고 싶다. 삶에서 우리는 절대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해선 안 된다고.


* 크레디트 표기를 명확히 하기가 난감한 기사다. 따라서 맡은 일을 상술하는 편이 좋겠다. 각 갤러리에 컨택해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고, 질문지 작성, 답안 수합 및 번역까지는 모두 내가 맡았다. 답변 내용을 요약하고, 비슷한 내용끼리 분류해 원래 문답 형식에 맞게 초고 작성을 마쳤는데 마감을 하는 도중 기획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질문 부분이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각자의 답변 내용을 축약하고 먼저 제시하는 리드형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기에 질문 부분을 재편집하는 일은 편집장이 맡았다. 상당히 길었던 초고를 분량에 맞게 쳐내고 다듬는 일도 편집장의 몫이었다. 3개월 차 에디터에게 50쪽 분량의 대형 특집을 믿고 맡긴 것을 감사히 여겼던 만큼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컸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리포트를 쓰는 법, 데이터 선별 및 해석법, 짧은 글에 양질의 정보를 많이 넣는 법 등 기사 작성 A to Z를 속성으로 습득했고, 또 자료 요청, 인터뷰 대상 섭외, 실행 중에 필요한 대인관계 스킬을 체득했다는 점에서 성취감도 컸다. 에디터의 꼴을 갖춘 지금의 나를 만든 결정적인 경험이랄까.


인터뷰 진행: 한지희

한영, 영한 번역: 한지희

편집, 감수: 김재석

디자인: 이주연

갤러리 컨택 및 이미지 수합: 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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