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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Dec 05. 2018

‘스타 작가’의 해외전 열기

이건용展, 김성환展, 이우환展, 양혜규展, 서도호展, 이불展

해당 기사는 왼쪽 페이지에. 이미지는 이우환 <관계항-무대>2018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전경이다.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작가들의 핫한 전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쿤스트하우스 그라츠,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미술관 등 해외 유수의 전시공간에서 열리는 점 또한 이목을 집중시킨다. 작가의 주요 작업을 소개하고 화가로서의 경력을 폭넓게 조망하는 회고전 형식의 전시나 단일 작품만 집중적으로 조명한 전시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시드니에서 열린 이건용 개인전 <동일 면적: 이건용>(4A아시아현대미술센터 1. 20~2. 25)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에 앞장선 이건용의 주요 작업을 소개하고, 작가의 퍼포먼스를 직접 관람할 수 있게 꾸려졌다. 이건용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행위’의 흔적을 남기며 몸의 현재 순간을 포착하려는 작업을 해왔다. <달팽이 걸음>이 그 대표작으로, 이번 전시에도 8점의 퍼포먼스 기록사진을 출품했다. 전시 개막일인 1월 20일과 25일에는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7개의 퍼포먼스를 시연해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또한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3인의 작가 에밀리 파슨스-로드, 후세인 사미, 다니엘 폰 스트러머가 이건용의 작품 세계를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베를린 DAAD갤러리에서는 김성환 개인전 <폭력을 꿈꾸지 않은 자 과연 누구인가?>(1. 27~2. 25)가 열렸다. 베를린에서 열린 첫 개인전으로,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2017)에서 선보인 <구속 그 이전의 사랑(Love before Bond)>을 전시장 세트의 일부로 재편했다. 미국 사회에서 약자로 이해되는 흑인과 아시아인이 동병상련을 나누는 순간을 담은 이 작품은 전시장 벽에 적힌 아프로-아메리칸 작가, 인권운동가 제임스 볼드윈의 인용구와 대구를 이루며, 억압적인 환경 아래 느끼게 되는 감정을 관객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전시 제목 역시 볼드윈이 1961년에 쓴 에세이에서 인용했다. 이밖에도 2015년 베를린에 거주할 당시 제작한 <피나는 노력으로 한(A Woman Whose Head Came Out Before Her Name)> 등의 작업을 출품했다.

    이우환은 지난 6일 런던 서펜타인갤러리에서 신작 <관계항-무대>를 공개했다. 서펜타인갤러리는 2010년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새로운 조각을 의뢰해 갤러리가 위치한 켄징턴 가든에 설치한다. 6번째 작가로 선정된 이우환은 1960년대부터 지속해온 <관계항> 연작의 신작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거울처럼 연마된 금속판 2장과 웨일스에서 공수한 2개의 돌로 구성됐다. 잔디밭 위에 놓인 작품은 스톤헨지를 연상시키며, 영국이라는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쿤스트하우스 그라츠에서는 양혜규가 지난 1월 28일까지 선보였던 <귀빈모임>전의 두 번째 전시 <귀빈 모임-두 번째, 굴복>(2. 15~4. 2)이 개막했다. 첫 전시에서 작가는 박물관 회원 중 정치인 사업가 과학자 등 쿤스트하우스 그라츠의 귀빈 100명에게 가구 총 143점을 대여했다. 과연 누가 ‘중요한 인물’인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됨을 강조하며, 기관과 기증자의 관계를 시각화하고자 한 것. 대여한 가구는 한동안 미술관 안에 놓인 기존 벤치를 대신해 관객의 휴식을 책임지다가, 두 번째 전시에서는 상이한 방식으로 취급된다. 뒤집히거나 기울어져 무질서하게 전시장에 놓여있는 의자나 탁자들은 기증자를 은유하며, 무너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인간관계의 이면을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미술관에서는 서도호 개인전 <Almost Home>(3. 16~8. 5)이 열린다. 미국 동부의 주요 기관에서 갖는 첫 개인전으로 최근 몇 년간 작업했던 천 조각 설치와 드로잉을 전시한다. 작가는 예전에 살던 집을 그대로 본뜬 3차원의 천 조각 작업을 통해 집에 얽힌 과거의 추억과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이주’의 의미를 탐구한다. 공간의 세부까지 완벽히 살려낸 색색의 조각은 공간을 연결하는 허브처럼 전시장을 가로질러 설치된다. 이번 전시에는 서울의 옛 집을 묘사한 최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런던 헤이워드갤러리는 이불의 첫 런던 개인전 <다루기 힘든 방랑>(5. 30~8. 19)을 앞두고 있다. 몸 자체, 몸과 공간의 관계에 천착해온 작가의 30여 년 활동을 조망한다. 이불은 몸을 매개로 친밀성, 젠더, 기술 등의 주제를 다뤘으며, 퍼포먼스 스케치 유화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 퍼포먼스 작품을 기록한 아카이브와 대표작 <괴물> <사이보그> <아나그램> 연작 등을 선보일 예정. 갤러리 외관 일부를 감싸는 거대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을 최초로 공개한다. / 한지희 기자


원고 작성: 한지희

편집, 감수: 김재석

디자인: 진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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