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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04. 2022

천도교회월보취지

다시읽는 천도교회월보-001

[*이 글은 천도교 기관지 <신인간>에 2022년 1월호부터 연재되는 '다시읽는 월보'에 투고된 글입니다. 이 연재는 개벽라키비움-천도교회월보강독회팀의 장기연재 프로젝트로 진행됩니다.]


천도교회월보취지 


나용환


*출전 : 『천도교회월보』 창간호(1910.08.15.), 1~2쪽

*현대어역 : 천도교회월보강독모임(박길수 책임 교정)


[본문 해석]


천도교가 세상에 나온 지 어언 오십일 년이 되었습니다. 한울이 품어 기르고 사람이 몸소 신봉하니 수명이 오만 년을 헤아리고, 그 기름진 혜택이 장차 지구상의 십육억 인*들에게 두루 미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당시는 세계 인구를 ‘16억8천만 명’으로 헤아렸습니다. 2021년 12월 10일 기준, 세계 인구는 90억 명[79억 1,243만 명]으로 헤아립니다.

** 원문은 “천도교의 은혜로운 연못에 16억 인류가 모두 몸을 적시고도 남는다”는 뜻. 


다만 나이를 많이 먹은 만큼, 젊었을 때 병고가 많았던 것[遐齡]*은 상례와 같습니다. 천도교가 세상에 생겨난 후 삼 세(수운-해월-의암) 동안 거쳐 온 길은 험한 가시밭길이었고, 비바람은 처연하고 눈과 서리가 갈마들었으니 비참한 역사가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나 이 때문에 오히려 그 교리의 세세함은 체계를 갖추었으면서도 은미합니다. 

*遐齡 = 遐壽 : 보통 이상으로 오래 삶. 


영성의 새로운 광채, 학술의 새로운 지식, 제도의 새로운 틀을 갖추었으나 아직 온 나라가 함께하지 못하고, 세계가 똑같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호라! 한울이 이미 새롭고, 도가 이미 새롭습니다. 지구상 우리 인류는 아직 이와 같으니. 말로써 권유하고 글로써 깨우쳐 알리는 일을 어찌 쉽게 이룰 수 있겠습니까. 


몇 년 전에 천도교에서 ≪만세보≫*가 잠시 발행되다가 중단되었으니, 이는 우담화가 한 번 피는 것과 같을 뿐이었습니다. 천종(天宗, 수운 대신사)의 참된 자취를 책에 싣고, 만세의 두터운 덕행을 기록하여 남기며, 천고의 가르침과 계명을 짓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건대 한울이 작은 시험과 장애로 시련을 경험케 한 것**은 우리 교의 성덕과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1906년 6월 17일 창간되어 1907년 6월 29일, 293호로 종간된 일간신문. 의암 성사의 발의로 발행되었으며, 핵심적인 취지는 ‘지식계발과 인민교육’이었다는 점에서, ‘천도교기관지’이면서도 일반적인 문화교양지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다. 대 시천교(일진회) 및 대 정부 비평, 비판, 투쟁의 핵심적인 매체이기도 했다. 

**원문-간난옥여(艱難玉汝): ‘힘들고 고생스러움이 그대를 옥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시련을 준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한울이 새로울 수 있는가?’ 하고 묻습니다. 그 답은 ‘그렇습니다.’입니다. 한울은 사람과 앞뒤가 되니 어찌 한울만 홀로 새롭지 않다고 말하겠습니까. 이름으로 보면 한울은 곧 사람으로 말미암아 한울이 되었으며, 이치로 보면 사람은 본래 한울로 말미암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한울과 사람은 하나입니다. 한울의 예스러움이 새로워지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살펴보십시오. 우리 천도교의 원조 수운 대신사가 한울님을 받들어 한울님의 입으로 알리니, 이는 인문개벽[人文肇闢]의 시운을 타고 오르는 것입니다. 무극대도로써 사람이 한울님 되는 기틀을 잡고 모범을 보이시니, 무릇 이 세상천지의 모든 생명이 이 도(道)의 범위 내에서 고무되어 한번 새로워지지 않음이 없습니다. 


또한 이 땅 위의 만물이 모두 한울입니다. 한울이 이 도를 (대)신사*에게 주고 (대)신사가 이 도로써 한울님의 명을 행하시니 (대)신사는 반드시 한울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울 또한 (대)신사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는 이미 새로워졌고 한울의 새로움이 이를 따라서 나오니 무릇 우리 천도교에 들어오는 사람은 마음과 마음을 ‘한울과 사람이 근본이 같고 한 뿌리이다.’라는 데에 두어 큰 어짊과 자애로써 모든 겨레를 널리 사랑하며, 각자의 한울을 모두의 한울과 합하여, 우리 천도교 속에서 함께 실행하고 우리 천도교 목적에 함께 나아가기를 기약하자는 것이 실로 오늘 『천도교회월보』를 발행하는 취지의 대략입니다.

*‘神師’는 ‘수운-해월-의암’으로 이어져 온 ‘스승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神師=수운대신사’로 보았다. 다른 글에도 이런 용례가 보인다. 


[역자의 말]


1. 연재를 시작하며 


이번 호부터 『천도교회월보』의 기사를 현대어로 번역하여 소개합니다. 이 연재는 <천도교월보 강독모임>의 발표 내용을 ‘책임 교정자’가 다시 수정 보완하여 게재합니다. 1910년 8월 15일 자로 창간된 『천도교회월보』는 천도교의 본격적인 최초의 기관지로서, 동학 시대로부터 천도교 시대로 이행한 후 천도교 교리 정립 과정과 그 핵심적인 내용, 그리고 천도교가 지향하는 새로운 세상 - 개벽 세상에 대한 천도교인들의 꿈과 전망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1910년대 10년간(월보로는 대략 1호~120호)의 기사들은 대부분 ‘천도교 교리 정립기’의 내용들로서 의암성사의 말씀(주로 ‘聖訓’ 또는 ‘聖師曰’로 호명됩니다)은 물론이고 초기 교리 연구가들의 다양한 교리, 사상, 철학 들이 두루 게재되어 있습니다. 당시 <천도교경전>의 보급이 보편적이지 못했던 상황에서 1905년 이래 다양하게 간행된 새로운 교리서(敎理書)와 의암성사의 말씀 이 『천도교회월보』 내용 전개의 주요 기반이 되었으며, 또 이 『천도교회월보』를 통해 천도교 역사와 교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천도교회월보』 발행 초기 10년 전후한 기간의 기사들이 주로 한문이나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은 관계로 그동안 극히 일부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세상사람(동학-천도교 연구자)은 물론이고 천도교인들에게도 ‘잊혀진 영토’가 되어 왔습니다.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의 ‘개벽라키비움-천도교회월보 강독모임’에서는 2020년부터 정기적으로 이 『천도교회월보』 전작(全作) 읽기를 진행하면서 그 내용이 천도교를 교리적, 철학적, 사상적으로 더욱 깊게 이해하고, 넓게 확장하며, 높이 고양하는 중요한 종자(種子)들을 담고 있음을 연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도교회월보』의 실제 내용을 천도교 교리 공부 영역에서 망실하여 온 결과가, 오늘날 천도교 이해와 공부의 폭을 좁힌 핵심적인 내적 요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신인간』 독자들과 더불어 그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이 지구위험시대에 다시 한 번 천도교의 다시개벽의 꿈을 꽃피우고 열매 맺기를 기대합니다.

* 그동안 천도교의 폭과 넓이, 교세가 약해진 원인으로는 역사적 핍박, 교단 내 분열, 남북 분단, 한국 사회의 서구화 등이 손꼽혀 왔습니다만, 이 모두가 ‘외적’ 요인이며, ‘내적’ 요인이라고 할 공부(이치, 수련)의 부족과 그로 말미암은 천도교인과 교단의 내공(內功) 부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천도교회월보』를 읽으면서 이 월보가 천도교의 기관지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반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종합잡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또 다른 공부모임으로 <개벽사>에서 발행한 『개벽』 잡지 전작 읽기를 진행하고 있는바 - 『개벽』 잡지는 우리가 생각(‘최초의 종합잡지’로서 한국 근대 문화운동, 문학운동의 寶庫였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천도교의 꿈과 비전’을 담고 있는 ‘천도교 잡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과 묘한 대비가 됩니다. 이런 면에서 결론적으로 『천도교회월보』(1910~1938)와 『개벽』(1920~1926), 그리고 『신인간』(1926~현재)의 세 잡지(이외에 개벽사의 다른 잡지들도 일부 포함)를 종합적으로 읽고 그 내용을 총괄할 때, 오늘의 천도교의 종교적, 철학적, 사상적 깊이와 넓이는 더욱 더 심화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생각할 거리

 

1) 『천도교회월보』 창간사 : 이 글은 『천도교회월보』 창간사입니다. 당시 창간되던 여러 잡지들의 창간사는 모두 ‘취지서(取旨書)’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 글이 『천도교회월보』 창간호(1910년 8월호, 1910.0815) 본문 1~2쪽에 걸쳐 게재되어 있어서, 창간사임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3~7쪽에 걸친 ‘축사’에 이어, 8~10쪽의 ‘경고방관제군(警告傍觀諸君, 李鍾麟)’과 10~13쪽의 게재된 ‘대종발원설大宗發源說, 李瓘)’까지 세 편의 글이 『천도교회월보』 창간의 취지와 그 근원이 되는 천도교 창도의 의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 영성, 지식, 제도 : 이 글에서 천도교 신앙, 수행, 공부, 활동의 핵심 영역을 ‘영성, 지식, 제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찍이 의암성사법설의 <대종정의(大宗正義)>(1906년 作)에서 “우리 교의 신앙과 철학과 제도를 셋으로 나누어 인심 경향의 표준한 곳을 정하니, 신앙은 사람이 한울님에 다가붙어서 그 몸이 스스로 있음을 잊으며, 철학은 성품의 본래천과 몸의 중생상을 양단으로 나누어 정하여 성품과 몸의 오래가는 것과 잠깐 있는 것으로 구별하고, 성품 세계의 영예는 삼광과 함께 수함을 기약하고, 신변 세계의 이익은 백년일몽을 인정하는 큰 취지의 뜻을 높여 밝히며, 제도는 한울님과 사람이 합일하는 요점을 추출하여 성령인의 바른 목적과 육신인의 바른 궤도를 정하니, 신선한 면목이 하나의 큰 천국을 구성한 것이니라. 백일이 천심을 당하여 그 빛이 만국에 비치리라.”라 한 것을 기초로 한 것이며, 오늘의 관점으로 이해해 보면 영성은 수련과 도담으로써 양성(養性)하고 수행(修行)하는 것이며, 지식은 교리와 교양으로서 공부(工夫)하고 수양(修養)하는 것이며, 제도는 생활(生活)과 활동(活動)의 계명을 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한결같이 ‘새롭게(新) 함’ 또는 ‘새로운 영성, 지식, 제도의 제창’이라고 하였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3) 천지간비잠동식…고무일신(天地間飛潛動植…鼓舞一新) : 『천도교회월보』에서 강조하는바 개벽의 범위와 대상은 천지 사이 모든 생물이 노래하고 춤추며 한 번 모두 새로워지는 데에 있음을 천명하였습니다. 오늘의 지구위험시대에 ‘다시 개벽’의 범위와 대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 인간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국가적, 세계적) 가치가 ‘생명평화’라는 점에서 창간 100년이 넘는 『천도교회월보』의 현재성 혹은 다시개벽의 현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인문조벽(人文肇闢) : 조벽(肇闢)은 ‘처음[肇] 열다[闢]’라는 뜻인바, 그 주체가 ‘인문(人文)’이라고 함으로써 수운대신사의 다시개벽, 해월신사의 인심개벽(人心開闢), 의암성사의 인여물개벽(人與物開闢)을 아울러 표현하고 있습니다. 


5) 천인일야(天人一也) : 이 글의 의미상 가장 밑바탕에는 ‘사람은 곧 한울사람’이요 ‘한울은 곧 사람한울’으로서 한울과 사람이 하나라는 점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이때 ‘한울-사람’은 한울님과 인간 사이만의 규정이 아니라 “이 세상 만물이 모두 한울[地以上皆天]”이라고 하여 인내천(人乃天)은 곧 ‘인여물내천(人與物乃天)’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3. 필자와 역자 소개 


1) 나용환(羅龍煥) : 도호 봉암(浲菴), 1864년 8월 7일 평남 성천군에서 태어나 20세까지 한문 수학을 하고 1894년에 동학에 입도하였습니다. 동학혁명 때 접주로서 족제(族弟) 나인협(羅仁協)과 함께 평안도에서 활동하였습니다. 1903년에는 3만호를 지도하는 의창대령이 되었고, 이후 평안도 지역 진보회장(1904), 대교령(1905), 제15 대교구장 대리 및 교령(1906.5.3) 등의 지방 교직을 거쳐 1910년부터는 중앙총부의 현기사장, 공선관장, 총인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일운동 때는 천도교 도사(道師)로서 민족대표 33인으로 참가, 징역 2년을 복역하고, 이후에도 중앙총부의 주요 교직을 두루 역임하던 중 1936년 8월 1일 소격동 자택에서 환원하였습니다(향년73세). 묘소는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있으며 정부에서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습니다.


2) <개벽라키비움 천도교회월보 강독모임> : ‘천도교회월보 강독모임’은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산하 기관인 ‘개벽라키비움(library+archive+museum)’의 공부모임입니다. <천도교회월보>를 약 10년에 걸쳐 강독하고, 이후 또는 그 사이에 병행으로 <신인간>과 <개벽>도 함께 읽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것을 쉬운 현대어로 소개-공유함으로써, 그 내용을 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공부하여, 우리가 꿈꾸는 다시개벽의 새 세상을 기약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참여문의 : sichunj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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