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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15. 2022

천도교 대학의 슬픈 전설과 장래

천도교이야기 202201


* 이 글은 천도교인들의 단톡방인 <안심정기>에 올린 질문 들을 일부 수정하고 통합한 것입니다. 


1.


나름 천도교의 현대사와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웃종교인 또는 일반인(주로 동학 공부 하는)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천도교가 오늘날 비세(非勢)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은 '대학'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말이겠지요. 


대학에서 인재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양 방향에서 길러집니다. 교수자는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 배웁니다(가르치기를 위한 준비 및 상호 교감을 해 배움). 학습자(학생)은 교수로부터 공부 방법과 관점, 자료 찾기와 이용법 등을 배워, 교수님과 교감하는 한편, 결정적으로는 스스로 공부합니다(보고서 등, 대학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 문자 그대로 師師相受인 셈이지요. 


천도교단 내에서 '대학(원)'을 자처하는 기관이 '종학대학원'입니다. 이것으로 외부인(일반인)이 말하는 '대학'을 비견하기에는 여러 모로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규모, 교수, 교재와 커리큘럼, 수학생의 자질과 수학 목적의 상이, 비인가, 학제 등 어느 하나 본격적인 '대학'에 비견할 요소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천도교단의 "대학-인재양성"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사실 천도교에서 처음 대학(전문대학)을 보유한 것은 지금부터 110년 전쯤, 보성전문학교(오늘날 고려대학교)를 인수 경영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동덕여학교(오늘날 동덕여대)'도 천도교에서 경영하였습니다. 이 대학에 '천도교학과'를 설치하려 하였으나 당시 재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천도교단은 경영난에 빠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운영하기 위하여 기존의 교역자 양성기관인 '사범강습소'를 폐지하고 일원화한 것인데, 재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쳐, 사범강습소만 공중분해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해방 직후, 그리고 6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 (인가) 대학 설립 직전까지 간 적이 여러 차례 였으나, 그때마다 발목이 잡히는 사건이 벌어져,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천도교가 경영하던 시절이 보성전문학교(송현동 34. 원래 이곳은 천도교중앙총부 건물이었으나, 전동에 있던 보성전문학교가 이곳으로 이전하였다. - 이 시기 중앙총부는 경운동으로 이전


문득 든 생각이 오랫동안 종학대학원의 운영자(종학대학원장)이 대학교수 출신인 것이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종학대학원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대학 총장의 역할은 '모금자'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에 더하여 최근에는 '모객자'라는 말도 보태지고 있습니다. 신입생 요원이 줄어들어서, 정원미달이 속출하는 사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천도교종학대학원에 필요한 것은 '교수능력(교리나 교사,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라기보다는 '경영능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교수(강사) 출신이 '대학경영능력자'일 가능성이 다른 어떤 경우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교수(출신)이든 아니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재의 천도교단의 주객관적인 조건 속에서 '종학대학원 경영과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특징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종학대학원(장, 교수)의 역할을 교리교사철학의 강의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현재 종학대학원의 원장 이하 교수진들이 그러한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을 수는 있으나, 결과론적-현상론적으로 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말하는 것입니다.) 


비인가이며(이름만 '대학원'), 학생 자질이나 입학 목적이 일반적인 대학과 다르며(노령층, 비대학 출신, 전공무관), 강의-수강 환경(수업일수, 장소, 강의료 등등) 또한 비교할 수 없는 상태인 현재의 '천도교종학대학원'을 두고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교육시스템 개발/발전/활성화와 인재양성"이 현 시점에서 천도교 발전의 가장 근본적인, 필수적인, 기본적인 경로라면, 이에 대한 교단 차원의 중장기 대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할 터이고, 그중에서, "종학대학원 경영"에 대한 교단적 합의(cf.사회적 합의)와 적임자를 추대하는 일이 긴요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대학이 망하는 시대"에 "제대로 규모를 갖춘 대학 또는 대학원 대학교 설립"을 목표로 삼는 것은 무모해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천도교종학대학원의 비전을 마련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추신: 최근 1, 20년 래에 종학대학원에서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분원' 설치라고 봅니다. 그 현황과 성과, 개선책에 대한 의견과 정보도 교환되면 좋겠습니다.)


2.


지금까지 제안-제출된 의견을 토대로, 다시, 동덕님들께 여쭙니다. 


2-1. 우선 교육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1)교인(재)교육: =대내대외포덕 

(2)교역자(양성+재)교육 

(3)전문교육: + 종교학, 철학, 사상사 

(4) 전문가 양성 : 연구, 발표(논문), 교수(박사급) 양성 


2-2. 교단의 공식적인+현실적 종학대학원 운용 목적(희망)은 (2)를 일부 포함하되, (1)을 중심으로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종학대학원의 교수진이 ‘박사’ 중심이 되면서 (2)는 더 위축되고, (3)으로 무게중심 일부 이동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1)은 사전에 어느 정도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들 자처함)되었고 (2)는 현 교수진이 감당할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장경험, 현장자료 부족, 또는 수요(需要) 부족 - 즉 교역자 되는 데 소양 요구되지 않음] (4)는 제가 아는 한 현행 종학대학원 교육과정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대학원’이라는 이름을 생각한다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함[cf.윤철현+김호성 동덕 의견 중 이 방향이 다수 포함되었다고 봄].(이를 추진하려 했으나, 현재으 학생들의 수준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했다는 전직 종학대학원 관계자 말을 들었음) 


2-3. 종학대학원의 전신인 ‘종학원’ 시절의 목표는 (2)를 포함하되 (1)이 중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또는 (4)를 전제로 교육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종학원’ 졸업생은 ‘교단 내 수용 능력 부족’으로 ‘마른 우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2-4. 종학대학원이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까닭 두 가지는 

①대학원의 운영 방침(목표)이 확고하지 못함 

②학생의 목표(기대) 및 구성이 너무 다양함 

③학위+교수진+연구비+지원 등 일반사회의 조건 충족 문제 

④동학 등으로 특화 


2-5. 대안은 

① (가)교인반-교양 (나)교역자반-전문 (다)전문교육반-연구 (라)연구반-전문가 양성으로 분반하기 

② (가)(나)는 ‘통신반’(+사이버) 또는 ‘졸업검정시험’으로 이수 가능  

③ (다)는 (가)(나) 졸업자만, (라)는 (가)(나)(다) 졸업자만 등록 가능 

④ (나)(다) 수료는 연구논문을 제출-통과 필수 

⑤ (나)(다) 졸업은 다음의 실습과정을 필수해야 ‘졸업장’ 수여 - 봉사(교단내+외 20시간)/현장실습(ex.10개 교구 시일 총10회 이상 참석=교구장 인정)/설교(ex. 초청-5회 이상)/인터뷰(ex.도정3인, 총부3원장+4관장 면담 기록 제출-각 면담자 인정/ 교인10인 면담 - 기록 제출) 등 


2-6. 추가 대안 = 교육과정을 다양화 

①과정별로 필독도서(필독논문) 요약보고서 제출 

②원전(ex.천도교회월보/신인간) 강독 

③수련 

④경전필사 

⑤사적답사 등의 프로그램을 종학대학원의 부설 프로그램으로 운용 - 외연 확장. (기타... 계속) 


2-7. 이 모든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면 어떠한 조처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항목이 충족되는 순간 다른 모든 조건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병통치!! 그것은 바로 30(20)~40대 학생+여성 학생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것만 이루어진다면, 나머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관건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어떻게 해야 30(20)~40대 학생이 늘어날 것인가, 입니다.(물론 이들이 '졸업'까지 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를 분명히 해야 답이 정확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지혜를 모을 문제는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40대 이하 '종학대학원학생'을 확보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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