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덕163(2022)년 4월 5일 천일기념일, 천도교중앙대교당
*천일기념사는 천도교 창도기념일(4월 5일) 기념식에서 교령(박상종)이 발표하는 글입니다. 천도교 홈페이지 자료실(공지사항)에서 퍼왔습니다.
존경하는 동덕 여러분!
오늘은 수운 대신사께서 경신년(庚申年)에 무극대도를 득도하시어 천도교를 창명하신지 163년째 맞이하는 자랑스러운 천일기념일입니다. 우리 교인들은 오늘 천일기념일을 맞아 포덕천하의 역군이 되어 대신사께서 창명하신 시천주(侍天主)의 진리가 온 세상에 넓게 펼쳐질 수 있도록 성지우성(誠之又誠) 하시기를 심고합니다.
대신사께서 탄생하신 조선조 말엽은 유학(儒學)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전통사회의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무규범 사회로 전락한 나머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도참설(圖讖說)에 현혹되거나 승지(勝地)를 찾아 방황하는 등 삶에 대한 의욕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신사께서는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까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사회상을 한탄하시면서 “유도(儒道) 불도(佛道) 누천년에 운이 역시 다했던가”라고 비판하셨습니다.
거기에다 서구세력의 침략으로 천하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중국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서세동점(西勢東漸)으로 인한 위기의식까지 겹친 나머지 보국안민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신사께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방황하는 민중을 구제하기 위한 제인질병(濟人疾病) 광제창생(廣濟蒼生)의 일념으로 오랜 구도 고행 끝에 경신년 4월 5일에 무극대도를 득도(得道)하셨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창명된 무극대도는 당시 민중들로 하여금 이 세상을 다시 개벽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상사회에 대한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것은 곧 전통사회 가치관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혁명이었습니다.
따라서 무극대도의 창명은 첫째로 인간을 차별하던 선천사회에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신사께서 각득하신 시천주(侍天主, 포덕 163년 천일기념) 진리는 신(神)과 인간에 대한 종속적 불평등을 타파하여 이 세상 백천 만물 가운데 인간을 ‘가장 신령한 존재(最靈者)’로 정의함으로써 재래의 신화적 세계관을 혁신하는 전기(轉機)를 이룩하였습니다. 인내천(人乃天)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고전적 신화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세상 사람들에게 시천주는 분명히 미래사회의 가치관을 변혁시켜 새로운 인류사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대신사께서는 동귀일체(同歸一體)의 공동체 사회를 이루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시천주란 신과 인간이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가치체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인간과 우주가 하나이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이며, 인간과 인간이 하나인 것이 시천주입니다. 너와 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닌 공동운명체라는 시천주의 인식을 바탕으로 각자위심(各自爲心)을 배제하여 동귀일체(同歸一體) 하는 지상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후천개벽에 기초한 수운 대신사의 역사관은 왕조 중심의 선천적 역사를 시천주의 진리로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천도교는 온갖 역경과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동학혁명과 3·1운동을 주도하는 등 민족사의 굽이마다 보국안민의 선봉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신사의 이러한 신념은 각자위심에 물든 구시대의 낡은 세력에 의해 이단(異端)으로 몰리는 수난을 당했습니다. 결국, 대신사께서는 포덕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대구 장대에서 참형(斬刑)을 당하여 순도의 길을 가셨습니다. 이에 우리 역사는 당시의 위정자를 비판하면서 대신사의 신념과 순도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동덕 여러분!
오늘 천일기념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스승님께서 생명을 바쳐 지켜온 시천주의 가르침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시천주의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구는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으며 코로나 19로 온 지구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만을 위하는 삶에서 만물을 위하는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조금 더 불편하게 살아가는 삶, 지구를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겪어가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나만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만물을 공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만물을 공경하면 나도 살리고 자연도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동덕 여러분!
대신사께서는 ‘한번 입도식을 거행하는 것은 한울님을 영원히 모시겠다는 중한 맹세(一番致祭 永侍之重盟)’라 하였습니다. 따라서 천도교에 입교한 우리 교인들 모두가 입교식 때 서천문에서 맹세한 그대로 초심(初心)을 지켜 성·경·신을 다해 스승님의 가르침을 지켜나가도록 거듭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는 천일기념을 거듭 경축하면서 우리가 모두 스승님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도록 천덕사은(天德師恩)에 보답할 수 있기를 충심으로 당부하면서 이만 기념사에 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포덕 163(2022)년 4월 5일
천도교 교령 박 상 종 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