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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30. 2023

화병 유발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오늘아침명상]

화병은'울화병'이라고도 하는데,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는 데서 생기는 질병이다. 본래 한국 민간에서 쓰이는 일상 용어였으나, 현재는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표현이다. 한의학에서는 울화벙(鬱火病)이라 하고, 영문으로는 'Hwa-byung', 'Fire Syndrome', 'Anger Syndrome'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화병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 정신의학회 질병분류에서 1994년에 개정된 DSM-IV"([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란 4])에 문화결합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으로 기재되면서부터였다. 화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억울한 감정이 쌓인 후 불과 같은 양태로 폭발하는 질환"이다. (<화병의 인문학-전통편>)


지난 2, 30년 동안 화병은 한국인의 질병 가운데서, 소멸되어가던 질병이 아니었을까요?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는 데서 생기는 질병'인데, 요즘 사람이 누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는 경우가 있을까요?  대부분 안 참죠. 화병유발자가 공공의 적이 되고, '진상'이 되고, '갑질분자'로 낙인 찍혀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빈번한 듯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화병유발인자들이 자멸과 자폭, 동면과 영면으로 향해 온 것이 저간의 흐름이었을 것입니다. 대신 이것이 "분노조절장애"나 "(왕따 등으로 말미암은)트라우마" "대인기피증"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 진화[惡化], 변장[紛裝]했을 가능성은 다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 여기저기서 "화병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참 묘한 것은 "화병 유발자"는 시중에 '화병환자'가 늘어날수록 "희희낙락"합니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또 더 많은 사람의 화병을 유발하거나, 화병환자의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합니다. 게다가 화병유발자를 저지 억제하고 치유하거나 포획해야 할 사람들('야당'이나 '시민단체' 들)은, 커녕 설상가상이요, 업친 데 덮친 격입니다. 집시법이 부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발산"하는 일조차도 녹록치 않습니다('발산-시위'가 저조한 것은 다른 이유도 많습니다만).


명상-마음공부하는 길에 가장 해로운 세 가지가 탐진치(貪瞋癡), 즉 욕심과 어리석음과 함께 '분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리석고 욕심많은 이가, 제 욕심껏 분탕질 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가 '분노'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분노'하며 "화병"에 시달리는 것은 시민들 자신뿐이지요.

 

우리 시대의 명상-마음공부하는 길은 욕심을 일으키지 않고, 어리석음을 없애 버리고, 분노를 가라앉히는 길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욕심을 길들여 준마가 되게 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그 과정을 즐거워하며, 분노하되 그 불길에 휩싸이지 않고 병균들을 소거(燒去)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탐진치를 다스리는 올바른 명상이라고 깨우칩니다.


심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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