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책방24-01
1. 쌍팔년도도 훨씬 이전,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글쓰기'는 '작가'의 전유물이었다. 보통사람은 기껏해야 일기를 쓰거나 연애편지를 쓰는 정도. 연애편지도 '대필'인 경우가 많았던.... 그러기에 누구나 유이한 취미나 특기가 '여행'과 '독서'였다. 그래서 누구나 '한때는 문학소년'이었는지도 모른다.
2.
지금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고, 단군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은 글을 쓰고 독'서'(書)를 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독'서'(冊)는 줄었으나.... 글쓰기(메시지, 블로그 등)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좋은 일이다. 누구나 쓰고 싶을 때 쓰고, 읽고 싶을 때 읽는다. 예전과 결은 좀 다르지만, 덩달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도 부활한 지 오래다.
3.
좋은 글쓰기는 어떤 것일까. 혹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식하든 하지 않든 간에 오늘날 대부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문 혹은 욕구는 이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시중 서점에 당당히 '코너'를 차지한 것이 "글쓰기" "책쓰기" 관련 서적이다.
4.
이 아침, '종심소욕불유구'라는 글(이남곡 선생님 페북)과 <위반하는 글쓰기>(강창래 지음, 북바이북 - 모시는책방)의 한 대목을 이어 읽는다(읽혔다). 그러다 보니, 좋은 글쓰기, 글쓰기를 잘 하는 비법 하나가 발굴되었다.
5.
<위반하는 글쓰기>의 한 대목. "이들은(글을 잘 쓴 사람) 모두 자기가 잘 쓸 수 있는 글을 잘 쓴다. (중략) 어떤 글이든 잘 썼다고 느낀다면 엄청나게 '노오오력'한 결과이다. 아무리 쉽고 간단해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니 그럴수록 '노오오오력'한 결과이다. (중략)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노력하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글이든 다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잘 알고 있기에 잘 쓸 수 있는 한두 종류의 글이 있을 뿐이다."
6.
종심소욕불유구라는 글을(먼저 읽었다) 읽고 이 글(<위반하는 글쓰기>)을 읽으니, 문득, "글을 잘 쓰려는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쓰는 글이 좋은 글이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 없이' 쓰기 위해선 '노오오오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어쩌면 모순되는 이 두 과정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는 셈이다.
7.
좋은 날이다.
*모시는책방은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1301호에 있습니다. 방문 전에 미리 연락 주시면 좋습니다.
**이 글은 2024년 6월 5일 페이스북에 처음 포스팅한 것이며, 모들카페에도 함께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