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이 맞이한 다섯 번의 봄 이야기
[필자주: 이 글은 <개벽신문> 41호, 2015년 3월호에 '동학, 봄을 맞이하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봄이 오는 데는 이유가 없지만, 봄이 오는 길목은 있다. 해마다 봄이 오는 길목은 다르다. 불덩어리이던 지구가 식어서 네 계절이 생긴 이래로, 해마다 같은 봄이 온 적은 없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해마다 같지 않아서이다. 봄은 하늘로 온다, 아니, 땅으로 온다. 아니다, 봄은 사람으로 온다.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통섭되어 있다(人中天地一). 아니다, 그렇다(不然其然).
올해(2015년) 봄은 2월 14일, 팽목항에서 시작됐다. 1월 26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한 봄맞이꾼들은 19박 20일 동안 500여km를 걸어 2월 14일, 3000여명이 팽목항에 집결했다. 노란 깃발은 하늘로 휘날리며 봄맞이 굿춤이 되고, 노란 조끼는 땅을 울려 잠든 봄을 일깨우는 마중물이 되었다.
(전략) 행진단은 팽목항에 도착 직후, 곧바로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인양촉구 팽목항 범국민대회’에 참여했다. 범국민대회에는 지역, 성별, 나이를 불문한 유가족·실종자 가족·시민들이 참석해 “온전한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요구했다. 범국민대회 사회를 맡은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인양 비용이 얼마인지 아나?”라고 물으며 “숫자를 말하는 분들은 다 틀렸다. 사람을 존중한다면 얼마가 들어가든 무조건 해야 하는 게 세월호 인양이다”고 말했다.(중략)
이날 범국민대회는 문규현 신부의 절규로 시작됐다. 문 신부는 “오늘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고 현장에 다녀왔다”며 “우리가 다함께 실종자 9명을 크게 부르면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9명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이영숙님, 권재근님, 어린 (권)혁규야, (박)영인아, (허)다윤아, (남)현철아, (조)은화야,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중략)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은 참사 희생자 추모곡을 부르기도 했다. 노랫말에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하략)
[남소연(newmoon), <팽목항에 ‘3000명’ 최대 인파 “얼마가 들어도 무조건 인양해야”>(오마이뉴스, 15.02.14) 중에서 인용]
아아, 이렇게 봄은 사람을 타고서 온다. 어디 한 해의 봄만이랴! 시대의 봄도 그러하며, 선천과 후천이 갈아드는 겨울에서 봄으로의 여행도 역시 사람을 타고 오간다. 그래서 동학은 그대로 봄이며, 봄은 동학의 또 다른 이름이다.
1860년 봄, 4월 5일(음) 37세 때에 동학을 창도하고, 1863년 3월 10일(음) 대구장대에서 41세로 순도할 때까지 다섯 번의 봄을 맞이하는 시간 동안을 '동학 창도주'로서의 공생애(公生涯)를 살았다. 동학의 '봄 꿈' 이야기를 그 다섯 번의 봄 이야기로 들여다보자.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