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5월 2일자 신문에서
[동아일보 1922년 5월 2일자 3면, 최초의 어린이의 날은 5월 1일이며, 명칭도 '어린이의 날'이었음]
[일부 단어는 현대어로 고쳤으며, 그 경우 원문은 [ ] 안에 표시함]
천도교소년회(天道敎少年會) 주최의 소년보호운동(少年保護運動)은 예정과 같이 어제[昨日, 1922.5.1]에 성대히 거행하였는데,
처음에는 당국의 허가[량해]를 얻지 못하여 매우 승강이를 하였으나, 오후 한 시에 이르러 다행히 선전서 배포와 시가 선전의 허가를 얻게 되었으므로
그[천도교소년회; 1921년 5월 1일 창립] 회원 일동은 여러 대로 나누어 종로를 위시하여 탑골공원, 전동[오늘날 조계사 부근], 교동[오늘날 낙원동 부근, 최초의 초등학교인 교동초등학교가 있음], 광화문통 기타 각처에서 창가(唱歌)를 하며 취지를 선전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그 소년회와 형제의 관계가 있는 천도교청년회원 중의 유지와 소년회원으로 연합하여 조직된 자동차 선전대는 세 대[채]의 자동차에 ‘어린이의 날’ ‘소년보호’ 등의 문구를 특별히 크게 써서[大書特書] 붙이고 종로 큰 길을 위시하여 시내 각처를 달려 다니며 선전서를 뿌리었다는대.
동시에 인천에서도 이와 같이 하였으며 밤에는 경운동 천도교당에서 그[천도교] 소년회의 창립 1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거행하였으며
어제 배포한 선전서는 크고 적은 것을 합하여 네 가지인데, 그중에 ‘어린이의날’이라고 제목한 것을 원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더라.
1.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2.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 하시고 자주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3. 어린 사람에게 경어(敬語)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십시오.
4. 어린 사람에게 수면(睡眠)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5.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6. 나쁜 구경을 시키지 마시고 동물원에 자주 보내주십시오.
7. 장가와 시집보낼 생각 마시고 사람답게만 하여 주십시오.
[후일담]
최초의 어린이날로부터 다시 1주년이 되는 1923년에는 어린이날 행사의 규모를 확장하여, 천도교소년회와 조선소년군(보이스카웃 전신), 불교소년회 등이 '조선소년운동협회'를 결성하고, 다시 "제1회 어린이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하였다.
당시 <어른에게 드리는 글>, <어린 동무에게 주는 말>을 포함한 전단지 12만장을 배포하여 계몽·교육에 앞장섰다. 이 글들은 1년 전 천도교소년회 주최 어린이의 날 행사장에 뿌려졌던 내용을 확장한 것이다.
| 어린 동무에게 주는 말
1.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2.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3.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4.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5.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들에게 자리를 사양(양보)하기로 합시다.
6. 입을 꼭 다물고 몸을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 어른에게 드리는 글
1.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주시오
2.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3.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되 늘 보드랍게 하여주시오
4. 이발이나 목욕·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시오
5.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하게 하게 하여주시오
6. 산보와 원족(소풍)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주시오
7. 어린이를 책망하실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8. 어린이들이 서로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계 같은것을 지어주시오
9.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에게만 있는것을 늘 생각해주시오
조선소년운동의 비롯으로
금일 천도교소년회의 활동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과거와 현재는 소용이 없고, 그들에게는 오직 장래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조선 사람은 과거와 현재에 무엇을 가졌는가.
설혹 지난 일과 당장 눈앞에 일이 화려하다 할지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유익이 있으리오.
우리는 다만 내일과 내년이 화려한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따라서 새로운 살림을 부르짖는 우리 사회도 장래를 위하여 사는 것이요, 장래가 곧 우리의 총출래(?)임은 누구나 다 같이 바라고 믿는 바어니와 한 나라 한 사회나 한 집안의 장래를 맡은 사람은 누구인가?
곧 그 집안이나 사회나 그 나라의 아들과 손자이라.
장래에 희망을 두고 어린이에게 장래를 맡기이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찌 어린이의일을 등한히 할 수가 있으며, 새 살림을 부르짖는 우리 사회에서는 과연 아들과 손자를 위하여 어떠한 일을 하였는가.
옛날 일은 지나간 일이라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수년 이래로
우리 부형은 그 자손을 위하여 과연 전에 없던 애를 써 왔다.
다시 말하면 그 자녀를 가르치기에 열심하여, 여러 가지로 자손의 인도에 노력한 것은 근래의 교육열 과 향학열이 증명하는 바이라. 실로 경하할 현상이라 하리니와 아직도 우리의 부형 중에는 배우고자 하는 자식을 막아서 한강에 빠져 죽게 하는 완고한 일을 봄에 뜻있는 자로서 누구가 한숨을 쉬지 아니하며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리오.
이에 느낌이 있는 천도교소년회에서는 어린이를 위하여 부모의 도움이 더욱 도탑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금일을 기회하여
"어린이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십년 후의 조선을 생각하십시오라고 쓴 네 가지의 인쇄물을 시내에 배포하며, 그 소년회원이 거리거리에 늘어서서 취지를 선전할 터이라는데, 이러한 일은 조선소년운동의 처음이라 하겠으며 다른 사회에서도 다수히 응원하여 "조선 사람의 십년 후의 일"을 위하여 노력하기를 바란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