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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18. 2018

지금,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읽어야 하는 이유

-나/한국인/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

1. 


2018년 1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는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의 CEO들도 대거 참석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확인한 바로 중국이 "첨단 기술 선도국"으로서 상당 부분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이미 한국 추월했다"···'중국 쇼크' 빠진 한국 CEO들 : https://goo.gl/9MDbr9). 


이런 사항은 며칠 전 책 출간 관계로 만난, 중국인 유학생의 말 속에서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는 출간하려고 하는 책--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중국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 간의 격차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기업-대학-연구자(학생)로 이루어진 총체적인 생태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양적' '질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촛불혁명"과 같은 광장(인터넷 포함)에서의 정치적 행동에서 보여주는 '민족주의'나 '민주 지형성'과는 달리 일상의 삶이나 경제적인 영역에서 '국적'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관심과 '애국심'은 예전 같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삼성이 미국의 애플보다 나의 삶에 더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삼성의 성장이 나와 내 가족의 성장 내지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는 증거가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피상적으로 보기에 한국 내부에서 대기업은 '골목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힘쎈'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이 "재벌개혁"을 바라는 까닭은 피상적으로 '재벌이 미워서'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우리(한국인)'와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아니 우리나라에 '재벌'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지원, 수많은 민중(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러한 국가적, 민중적 희생 위에서 성장 발전한 재벌들은 여전히 '규제 철폐'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목매어 부르짖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재벌들은 억울할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재벌'들이 앞장서서 추진하였던 경제활동이 결정적인 기반을 제공하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 


그러나 시민(국민)들이 볼 때, 재벌들은 정부의 편향된 지원책에 의존하고, 시민(노동자)들과 중소기업의 고혈을 착취한 기반 위에 성장해 왔다고 믿는다. 이런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그동안 억지춘향격으로 이룩해 왔던 경제성장의 수레바퀴를 굴릴 동력이 상실되어 가면서, 마치 가뭄에 논바닥이 드러나듯이, 중국-일본과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된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10'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고, IMF체제 극복 과정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던 우리 국민들의 '기적적인 헌신'도 있었으며, 노무현 정부 당시 IT 강국으로 성장함으로써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적도 있었다. 또 일본은 3.11 이후 멸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도 있고,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제 문재인 정부 들어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위에서 말한, 그리고 아래에서 이야기할 여러 가지 과제들을 극복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는 점을 전제로 이 글을 쓴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면서 '국가 소멸적 상황'까지 내몰렸지만(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의 덕분이 크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그 '뿌리의 끝을 알 수 없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 경제 / 문화 대국의 지위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는 그 말을 믿기가 어렵다. 


(일본과 한국 사이의 격차의 본질을 잘 보여 주는 것이, 노벨상 수상자 숫자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의 의미는 원천적인 기술 내지 이론을 연구하고, 발견하고, 창안할 수 있는 재능과 소질과 여건 등등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본다. 과학부문만 해도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0명에 달한다. 그리고 그 숫자는 최근들면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참고글 - 20대 0의 차이 : https://brunch.co.kr/@altna84/34] )


그리고 중국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이, "G2"를 넘어 머지않아 세계 초일류 유일 강국으로서의 자리를 꿰찰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진단하고 있다. 중국의 '초강국'의 지위는 단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화를 비롯한 문명사적인 차원의 사건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이에 한국이 놓여 있다. 그리고 한국은 여전히 젖달라고 보채는 대기업과 대기업의 횡포에 치여 생명부지에 급급한 중소기업, 그리고 '헬조선'을 열창하는 N포세대의 젊은이들과 자살로 내몰리는 한계상황의 자영업자들, 나아가 인구절벽을 바로 목전에 앞두고도, 대책이 없는 상황....... 한마디로, 지금의 여러 상황을 놓고 볼 때, 대한민국에 희망은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3.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는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이것은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의미 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맥락이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관점이 제시되어 있다. 


한국은 강력한 질서 지향의 나라다. 질서란 곧 '리'이다. 한국에 혼돈적 요소가 강렬한 것은 한국인이 질서 지향성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자학의 '리'가 이 땅에 들어오기 이전부터의 일이다. 즉 주자학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리'를 선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리'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주자학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 왜 한국인은 '리'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한반도가 항상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었던 것이 한국인의 '리' 신앙을 강화시켰다. (85-86쪽)


한국인이 강력한 '도덕 지향성 = 리 지향성'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지정학적 위치를 들 수 있다. 주위가 대국으로 둘러싸여 있어 항상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는 강렬한 자각을 가하고 있는 한국은, '힘'에 대항하기보다는 도덕으로 무장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도덕 지향성을 고양시킨 사상인 주자학은, 남송이 북방의 금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의 결정체로서 주희가 승화시킨 것이다. (25쪽)


(일본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강대국'이었냐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고려말의 '왜구 창궐'이나 임진왜란 당시부터도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였던 것만은 사실로 보고 이 글을 계속한다.)


한국인의 '리/도덕 지향성'의 유래를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찾은 견해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바로 이 대목이 한국이 중(러) - 일(미) 사이에서 취해야 할 전략적인 자세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위의 인용문을 놓고 볼 때, 한국/한국인이 추구할 국가적 차원의 장기 비전은 '영세중립국'과 '동북아균형자론' 사이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거센 약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또 상당한 미래에까지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의 이면에는 그들이 가진 '원천 기술' 혹을 그러한 '원천 기술'을 낳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국가적 인프라와 문화풍토에 대한 고려가 자리 잡고 있다. 


역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오늘 이후"의 한국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그러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원천 기술"이라는 데, 앞서의 대화모임(책 출간 관련)에서는 논의가 모아졌다. 바로 이러한 때에, 한국인의 '리/도덕 지향성'을 십분 살리고 발휘하는 방향으로, 한국/대한민국의 미래 기획을 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빠져 있는 "중진국의 함정(성장의 덫)"을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 된다는 것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라면, 그것은 과녘을 꿰뚫은 화살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집중해야 할 것은 말단의 과실(경제성장)이 아니라, 화살을 쏘아보낼 활을 만들고, 과녘을 겨냥하는 원천 실력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책 보러 가기 

https://goo.gl/g3Av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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