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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08. 2018

모시는책방-여성동학소설




여성동학 다큐소설 구문구답

문1 어떻게 여성동학다큐소설을 시작하게 되었나?

답1 2012년 충북 옥천 청산에 명상공동체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지을 때 도종환 의원이 인편에 청산에 정착하는 것을 축하하는 덕담을 적어 넣은 ‘정순철 평전’을 보내주셨다. 청산에서 태어났다는 정순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청산에 숨겨진 엄청난 동학관련 이야기들을 대중들에게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준만교수가 늘 말하듯 지식인의 하방운동이 이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동학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원광대학의 박맹수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약속 받았다. 작가를 물색했으나 마땅하지 않아 다큐소설 형식으로 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직접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왕 동학에 대한 글을 쓰는 김에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동학의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지역을 나누어 십여 권을 쓰기로 하고 인연 닿는 대로 교사, 시민인권활동가, 명상지도사 등 글 쓸 여성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15명의 동학언니들이 탄생했다.


문2 전부 13권이라는데?

답2 2013년 말 최제우가 살았다는 용담정에서 1주일간 합숙을 하며 박맹수 교수로부터 동학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들었다. 조선사회 일반에 대해, 소설작법에 대해 공부를 한 뒤 각자 담당지역을 선정했다. 중간에 포기하는 이도 있어 결과적으로 현재 정리된 것이 전라도 2.5권, 경상도 1.5권, 충청도 6권, 강원도 1권, 서울 1권, 북한 1권 총13권이다. 용담정 합숙 이후 본격적인 답사와 공부가 시작되었고 비공개 게시판을 만들어 수시로 박맹수 교수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워크숍을 통해 부족한 공부를 채우며 진도를 맞추어 나갔다. 


문3 제목과 저자는?

답3 님, 모심(강원도푠) / 김현옥 / 336쪽 / 11,000원

은월이(연산대둔산편) / 한박준혜 / 320쪽 / 11,000원

피어라 꽃(해남진도제주편) / 정이춘자 / 328쪽 / 11,000원

잊혀진 사람들(섬진강편) / 유이혜경 / 344쪽 / 11,000원

세성산 달빛(천안편) / 변김경혜 / 2015.11.15. / 326쪽 / 11,000원

내포에 부는 바람(내포편) / 박이용운/ 384쪽 / 11,000원

비구름을 삼킨 하늘(공주편) / 이장상미 / 336쪽 / 11,000원

동이의 꿈(북한편) / 박석흥선 / 280쪽 / 11,000원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서울편_ / 임최소현 / 344쪽 / 11,000원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장흥편) / 명금혜정 / 326쪽 ‘ 11,000원

해월의 딸, 용담할매(청산편) / 고은광순 / 312쪽 / 11,000원

하늘을 울린 뜻(경상도편) / 명금혜정, 고은광순, 김정미서 / 326쪽 / 11,000원

깃발 휘날리다(보은편) / 동학언니들 / 326쪽 / 11,000원 


문4 보통 전라도 전봉준의 동학으로 알고 있는데 충청도가 많은 이유는?

답4 동학을 1894년 있었던 농민봉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월이 상제문답을 통해 득도한 1860년부터 해월이 처형당한 1898년까지 동학1세대의 이야기는 38년간이나 이어진다. 우리 역사 중 가장 오랜 기간 수배자였던 해월이 1894년 기포하기 전까지 제일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투쟁을 위한 조직사업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개벽세상을 일구기 위한 조직사업이었다. 수운 처형 후 해월은 강원도, 충청도로 피신하며 동학조직을 일구었고 전라도는 1890년대에 들어서서야 본격적인 포덕을 했다. 1894년 봉기 이전 2년간 공주취회, 보은취회를 비롯해 합법적인 투쟁을 도모한 곳이 충청도였고 단양, 보은 등 충청도에서 오랫동안 거처했으며 혁명 당시의 본부는 옥천의 청산이었다. 전봉준은 해월이 임명한 수천 명의 접주 중 한 사람이었으며 해월이 산맥이라면 전봉준은 그 중 하나의 빼어난 봉우리라고 말할 수 있다.


문5 박맹수 교수와 작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답5 ‘동학에 미친 교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박맹수의 책과 동영상을 찾아본 뒤 동학과 관련된 청산의 사연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을 상의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 만났다. 처음에는  그가 일본에서 4년간 동학을 연구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1995년 일본의 대학에서 발견된 동학지도자 두개골은 1905년 일본인이 민족적우수성을 비교연구하기 위해 진도에서 채집해 갔던 것으로 박맹수교수는 유골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일본에 엄청난 양의 동학관련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4년간 유학하게 되었다. 일본은 조선침략을 위해 오래전부터 세밀하게 한반도 전역지도를 만들어놓고 무기를 연구해서 성능 좋은 총을 생산해놓고 있었다고 한다. 텐진조약을 구실로 쳐들어온 일본군은 ‘모두 살육하라’는 명령 하에 두 달간 동학혁명군 3만~5만을 살해하여 동학도들은 거의 전멸하게 되었다. 일본은 아직도 동학군 섬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고, 우리는 박맹수교수가 밝혀낸 새로운 많은 사실들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자 했다. 사실들을 많이 녹여내자니 다큐소설의 형식을 띠게 되었고...   


문6 왜 여성작가를 고집했나? 여성들이 써서 다른 점이 있다면?

답6 호주제폐지운동을 할 때 한국남성들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와 문화 속에서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상호존중, 배려보다는 우월감, 학연 지연으로 뭉친 패거리의식으로 비민주적이고 상식에 어긋난 언행들을 많이 보였다. 족보, 종중, 가문, 대잇기 등 부계혈통제는 특권의식을 가졌던 소수의 양반들이 고집하던 것인데 일제강점기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김.이.박으로 성씨를 만들거나 바꾸고 가짜족보들이 극성하게 되었다. 비굴한 대중이 양반흉내놀이를 시작하게 된 것인데 그 너머에 평등세상, 개벽세상을 꿈꾸던 동학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꿈꾸었던 차별 없는 세상은 바로 우리 여성들이 그리던 삶이기도 했다. 

동학도들이 얼마나 생명을 존중하며 하늘 닮은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동학혁명의 실패이후 허위적 가부장제가 어떻게 공고해지는지를 드러내고 싶었다. 허위의식을 걷어내고 생명을 사랑하며 가꾸고 살리는 일은 여성들이 언제나 해왔던 일이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가부장제의 허위의식에 길들여지지 않은 여성들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고등한 철학을 가지고 실천에 옮겼던 그들을 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문7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답7 작가들마다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들이 있지만 전체로 보면 진도 유골이 화장될 뻔한 것을 막은 일이다. 1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진도 동학지도자의 유골(두개골)은 화장 아니면 매장이라는 융통성 없는 현행 장례법에 묶여 전시되지 못하고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를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한 사람이 ‘유골영득및 사체유기’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하자 동학기념사업회는 지난 2월 부랴부랴 화장하기로 결정했다. 화장 예정일 얼마 전에 이 유골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동학언니가 이 사실을 알려왔고 동학언니들이 동분서주 움직여 결국 화장예정일 나흘 전에 계획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진도에서 발견된 동학지도자 유골은 먹으로 수집자의 글씨가 적혀있고 채집시기, 이유 등 메모가 남아있는 문화재이다. 이것을 단순한 길거리의 유골 정도로 취급하는 관련자들의 안목이 아쉽다. 킬링필드나, 아우슈비츠나 중국 핑딩산 유골전시가 갖는 역사교육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일본이 동학군 몰살의 혐의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고, DNA 분석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이때에 실물을 화장해서 안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진도에서 동학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유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니 진도기념사업회에게 공을 넘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문8 글을 쓰는 과정은 어땠나?

답8 전체 답사를 수차례 다녔고 각자 자기지역의 답사들을 수시로 했다. 동학식 심고와 주문기도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간절한 심정들, 절박한 상황들을 이해하고 공유하고자 했다. 답사를 다니거나 글을 쓰며 그들의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상하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동학언니들은 SNS를 통해 수시로 서로의 느낌을 공유했는데 “함께 동학 이야기를 쓰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운명적인 것 같다.”, “내 삶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들이 가장 많이 오고 갔다.



촌철 추처나


1. 장흥편(명금혜정)

-이소사? 여자가 말을 타고 동학군을 지휘했다고? 사람이 하늘이다! 나라를 바로잡아 국민을 편하게 하자! 일본과 서양의 침략을 물리치자! 우리의 현실은 120년 전 그때와 진배없다. 

2. 경상도편(명금혜정 외 3인) 

-경상도에 연고가 없는 동학언니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세세하게 최대로 구현한 그 열정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동학이 시작된 땅 경상도의 잊혀졌던 동학이야기가 이제야 살아나기 시작했다!

3. 섬진강편(유이혜경)

-광양, 여수, 순천, 구례, 남원, 하동, 진주를 휩쓸고 다닌 섬진강 의병들이 동학과 항일의병, 3‧1운동과 형평사 운동까지. 생생한 역사를 읽으며 내 고향 이야기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4. 강원도편(김현옥)

-책을 읽으며 알 수 없는 삶의 설렘으로 앞뜰의 새와 나무와 댓바람이 살갑게 다가서는 것 같다. 저자의 안내대로 따르면 천지만물의 신성한 기운이 내게 더욱 휘돌아치지 않을까. 

5. 보은편(동학언니들)

-한달음에 글을 다 읽어 내려갔다. 어제밤 밤새도록. 언뜻언뜻 까닭 모를 눈물이 흐르고 가슴 깊은 곳에서 온몸으로 스며드는 묵묵한 다짐이 있었다. 동학언니들, 참 감사합니다.

6. 서울편(임최소현)

-3‧1운동의 뿌리가 동학? 충분한 자료와 사실에 입각한 흥미진진한 이 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동학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내 준다.  

7. 북한편(박석흥선)

-역사 교과서가 할 수 없는 일, 여느 역사의 기록으로 해내기 힘든 일에 다가갔다. 책 속의 스승들은 때론 재미난 이야기로 때로는 엄중한 가르침으로 하늘의 이치를 풀어주었다.

8. 공주편(이장상미)

-동학에 대한 생각의 문을 열게 된 것은 ‘동학언니들’ 때문이었다.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내용이 담긴 공주취회의 ‘의송단자’를 보며 나도 주인공 이유상처럼 심한 충격을 받았다.

9. 연산 대둔산편(한박준혜)

-'사람이 하늘이다', '개벽' 이라는 문장, 단어는 많이 들어왔지만 이토록 심오하고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일 줄은 이 책을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이제야 동학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10. 해남 진도 제주편(정이춘자)

-동학은 백성들이 피워낸 삶의 꽃이다. 역사이자 진보다. 정춘자 선생의 동학이야기는 근래 보기 드문 역작이다. 남도동학의 작품화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셈이어서 너무 반갑다.

11. 청산편(고은광순)

-태어나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짝짜꿍 노래,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불렀던 졸업식 노래가 동학과 관련이 있다고? 교과서에서 안 가르쳐주는 사실들이 다큐소설에 녹아있으니 정말 놀랍다! 

12. 내포편(박이용운)

-이 책은 꾸밈도 과장도 없지만 울림은 크다. 머리나 가슴을 넘어 영혼을 개벽하려 했던 것이 동학이기 때문이다. 지상천국이나 불국토를 한 번이라도 꿈꿔 본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13. 천안편(변김경혜)

-프랑스혁명, 인도 민족해방운동, 미국 흑인해방운동에 못지않은 우리 역사의 뜨거움. 12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제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가슴을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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