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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11. 2021

경칩시(驚蟄詩)

[牛步詩-024]

벌레 삼천

짐승 삼천

형상 드러낸 것 수억만

흔적 감춘 것 수수억만

저마다 꿈꾸던 목숨으로

다시 열리는

*

안드로메다 너머

어디메쯤에 태어나는

저마다의 얽힌 양자별을

다시 그리는 

*

고고성 천둥은 

들린 듯한데 들리지 않아

보인 듯한데 보이지 않아

귀 먼이의 눈

눈 먼이의 귀

한 데 모아 

다시 기울이는

*

문둥이 보리 피리 불며 울며

문둥천둥 

천둥문둥 

나도 다시 태어나고 싶어

나도 다시 열리고 싶어 

삘릴리 삘릴리!

오오! 

통곡의 노래의 

메아리의 흔적을 따라 

다시 부르는 

*

다시 시작하는 올해 생은 

내일 돌아갈 것처럼

살아가고 싶어 

다시 살아가는 금년 목숨은

무궁히 살아갈 것처럼

돌아가고 싶어 

*

땅에 무릎을 꿇고

벌레 삼천

짐승 삼천

한마음 한 뜻으로 하늘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옵는 꿈 날

보나이다 보나이다

꿈꾸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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