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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13. 2018

신재생에너지의 딜레마

-철학하는 농부가 보는 세상(2)

김 예 린 | 청년농부 [개벽신문] 71호, 2018년 1/2월 합병호

[편집실 주] 개벽신문 제70호 부터 "청년농부" 김예린 님의 글을 연재합니다. 


도시의 아파트숲을 벗어나 단독주택이 있는 곳을 지날 때면 지붕 위에 태양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가에는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고 홍보를 위한 현수막이나 전단지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농촌뿐 아니라 요즘은 아파트 옥상에도 집열판을 설치하여, 소량이지만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와 같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발표하며 에너지 전환 정책을 확정했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목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것이다. 종래의 석탄 화력과 원전 중심의 전력 수급 체계를 액화천연가스나 태양열, 풍력, 조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친환경에너지정책은 안전과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농촌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농촌 사회에 심각한 피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작년에 내가 자주 가서 머무는 충북 영동 산자락에도 풍력발전기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풍력발전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주민들은 처음에는 풍력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인데다가 산 위에 풍차가 돌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관광 효과까지 있을 거라고 기대가 컸다. 그러나 풍력 발전의 이면에는 상상치 못한 피해가 있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명과 암


먼저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세우려면 넓은 대지가 있어야 하므로 산림 훼손과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발전기의 날개가 돌아갈 때 생기는 소음, 진동과 저주파로 인해 인근 2km의 야생 동물들이 거의 사라질 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의 주민들이 두통이나 불면증을 겪는다는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만약 근처에 축산농가가 있다면 인간보다 진동에 민감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매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 등산객을 대상으로 반대 성명을 받고 군수와국회의원을 찾아가 반대 의견을 피력하여 결국 발전기 설치는 저지되었다. 


풍력발전만이 아니다. 농촌에 대규모 태양열 발전소를 세우는 것도 위험할수 있다. 태양열을 만들어내기 위한 판넬은 실리콘과 준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실리콘 먼지는 호흡기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규폐증(규토 가루를 마셔서 걸리는 심각한 폐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시공업체에서는 3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판넬의 수명은 평균 10~15년 정도라서, 대규모 단지에서 발생될 엄청난 양의 실리콘 폐기물은 환경오염을 야기할 것이다. 또한 태양열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열로 인해 인근의 꽃에 수분을 해주는 벌이 점차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어 과수농가의 경우에는 생계 수단에 치명타를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도입이 오래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된 점은 국내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 대부분이 신재생 에너지의 장점만 부각시키면서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그러한 글의 주체는 신재생 에너지 시공업체들이라는 것이다. 시공업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했는지, 또 과연 객관적인 시각으로 글을 썼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부정적인 영향을 숨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실태 조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과 예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큰 문제이지만 내가 보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발전소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다. 일반적으로 발전 단지를 조성하려는 업체 측에서는 반대하는 주민들을 회유하려는 수단으로 금전적 보상을 내세운다. 발전기가 생기는 곳에 거주하거나 바로 인접한 곳에 살기 때문에 피해가 직접적인 경우에는 이주를 할 수 있게 조치하지만, 간접 피해자의 경우에는 마을 단위로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간접 피해의 정도는 어떤 생계 활동을 하는지, 발전 지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지역에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피해의 정도가 다르니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눠질 것이고 게다가 보상금이 똑같이 분배된다고 하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마을 사람들의 뜻이 일치해 의기투합하여 반대를 하면 님비현상이라는 비난과 보상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오래도록 삶의 터전이었던 땅을 금전적 보상과 맞바꾸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인데 갑자기 이기적인 사람들로 치부되니 황당하고 억울할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는 정치적인 문제를 연관시켜 발전소나 송전탑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국가발전에 반하는 세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농촌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도시 사람들이다. 도시는 인구밀도가 높으니 효율성과 합리성을 따지자면 농촌에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맞지만 농촌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받을 피해와 상처를 그저 금전적 보상으로 때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아예 관심조차 없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밀양에 송전탑을 세우는 과정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경찰들이 끌어내려고 하자 드러누워 온몸으로 저항하고 울부짖는 할머니들을 본 적이 있다. 그분들이 단지 보상금을 더 받고자 반대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앞서 에너지 소비 방식 반성을 


나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고 20년이 넘은 주택에 살아서 내복을 입고 안감이 기모인 옷과 양말을 입고 신은 채로 겨울을 나는데 익숙해 있다. 보일러를 마음껏 켜서 따뜻하게 지내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그렇게 교육받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창틀을 막는 스티커와 뽁뽁이를 붙인다.


그런데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온풍기를 강하게 틀어 눈이 건조하고 얼굴까지 따가울 지경이다. 그럴 때 나는 점원에게 가서 온풍기를 꺼달라고 부탁하는데 얼마 못 가 누군가 춥다고 항의했다며 다시 온풍기가 쌩쌩 돌아간다. 또 과외 수업을 하러 학생들 집에 방문하면 한겨울인데도 반팔 차림으로 맞이한다. 공기가 텁텁하니 가습기에 공기청정기까지 가동하는데 그야말로 이중삼중의 에너지 낭비이다. 시골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여름에도 에어컨을 지나치게 켜서 냉방병에 걸리기도 하고 한여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실내가 추울 것을 대비해 긴팔 카디건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면 참 황당하다. 여름에는 더워서 땀을 흘리기도 하고 겨울에는 추워서 떨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농촌에 발전소를 짓기에 앞서 도시 사람들의 에너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및 발전 비율이 15%나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고 환경오염을 방지할 규제나 사람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대책도 많다. 예를 들어 유럽의 풍력 발전 선도국인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덴마크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지상보다는 해상에 풍력발전소를 짓는 추세이고, 후발 국가인 영국도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상에 풍력발전소를 지으려는 시도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어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시가 추진한 풍력발전소이다. 기장군민들과의 사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해양생태계 파괴에 대한 어민들의 우려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먼저 조성하여 가동하고 있는 유럽에서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 에너지 정책,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 


미래지향적인 정책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 또한 미래지향적이어야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에 대한 도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미 공공기관에서는 여름철과 겨울철의 적정 온도를 정하여 그 이상이나 이하로는 난방이나 냉방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민간에서도 실행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장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촌이나 어촌에 대규모 발전소를 지을 때에도 단지 공사 업체에게만 맡기고 끝낼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조사를 하고 피해 보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여 발생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철학하는 농부가 보는 세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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