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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03. 2019

신성한 말 1

말, 우주의 씨!

헬-조선!


아픈 말이다. 아픈 말을 소리 높여 외치느라 세상과 스스로에게 생채기가 생겨나고, 뒤이어 그 생채기를 헤집어서 아픔에 슬픔을 더한다!


어떤 ‘어른’은 이 말이 유행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자학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어리석은 세태의 단면이라고, ‘젊은이’들을 질타한다. 불통이다. 상처를 덧나게 만드는 말이다. 


헬-조선은 ‘터져 나온 말’이다. 아파서 지르는 비명이다. 어찌 해 볼 겨를 없이, 엉겁결에 내지른 말이다. 그들대로의 사람마음이고, 그들이 이고 품은 하늘마음이다. 그 말이 돌고 돌면서 씨앗을 퍼트려, 지금은 ‘세상의 말’이 되었다. 지금, 누군가에게 세상은 '헬조선'이다. 말이 세상을 낳았다!


말이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아프고 아픔이 말이 되었다. 세상이 있고서야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말이 있어서 세상이 생겨났다. 태초에 말이 있었다. 말이 씨가 된다. 씨는 세상이 되고 우주가 된다. 그러니, 말이 아프면 세상이 아플 밖에. 이에 따르면 세상이 지옥 같아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그 사실을 표현하는 말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이 세상을 지옥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한 것이고, 그런 안목을 길러 준 것이다. 


이 세상은 지옥이기도 하고 천국이기도 하다. 혼돈이다. ‘개벽 이전’이다. 그 속에서 천국을 보아 낼 것인가, 지옥을 보아 낼 것인가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결정한다. 태도와 마음가짐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말'이다. '말'이 '마음'을 낳고, 마음이 생각이 된다. 그 ‘개벽 이전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말’이다. 말이 곧 개벽이고, 빅뱅이다. 개벽함으로써 이 세상은 이 세상으로 창조된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저 세상’으로 창조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우주, ‘지옥 조선’이 탄생한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우주의 씨와 꽃과 열매’가 한꺼번에 존재하는 곳이 이 세상이다. 다중우주!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나열되는 것이다. 동시적 사건의 공간적 배치가 곧 시간이다. 


말이 만들어 내는 우주의 존재 양상 가운데 한 줄기를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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