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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22. 2019

근대 논쟁과 '개벽+'의 미래

- [한국 근대의 탄생 - 개화에서 개벽으로] 이야기 

- 소경희 /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편집장

   [이 글은 <출판저널>에 투고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최근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논쟁의 핵심어가 여럿 있는데, 그중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말도 눈에 띈다. 근대문화유산이란 대개 건축물(點)을 말하지만, 최근 논쟁의 중심지인 목포나 인천, 군산 등에는 ‘근대문화유산 거리(面)’가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정치 논쟁과 언론사의 어처구니없는 보토 행태를 여기서 시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망외의 성과로, 근대문화유산에 관심이 확장되고, 심화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중 하나가 ‘근대’라는 개념에 대한 반성이다. 올해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의 자주적인 근대화 노력, 3.1혁명과 독립투쟁, 새로운 국가 수립의 열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그 추세 확산에 한몫을 했다.


최근 논란에서 근대란 개화기와 그 이후 일제 강점기를 주로 지칭한다. 이때의 근대는 사실상 ‘서구화(세계화, 일본화)’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근대화가 식민지 근대화의 결과다, 아니다 하는 논란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서구적 근대를 표준적인(이상적이지는 않더라도) 근대로 보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세계적 지평의 ‘촛불혁명’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사법이 ‘농단’되고, 언론 자유가 ‘기레기’에 전유(專有)되는 사태야말로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하다는 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금 상식이 된 ‘근대’ 개념을 헤집어 재조립해야 한다.    

이 책 [한국 근대의 탄생–개화에서 개벽으로](조성환 지음)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개벽’이라는 말은 동학을 창도(1860)한 수운 최제우에 의해서 문명[역사․철학․종교․사상] 차원의 생명력을 얻은 개념이다. 수운은 당시 인류에 문명사적인 전환기가 다가왔음을 자각하고 이를 ‘다시 개벽’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때 개벽은 안으로는 성리학으로 대변되는 동아시아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의 한계, 밖으로는 서구 제국주의에 내포된 몰(沒)생명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아울러 포월(包越)하면서 ‘후천 세계’의 전망으로 제시된다. 수운 이후의 ‘개벽 근대’ 세력은 ‘개화파-서구적 근대화’와 ‘척사파’의 양극단을 사이-너머에서 ‘토착-생명-영성-자주-비서구-상생’의 근대화의 씨앗을 쉼 없이 퍼뜨리고 싹을 틔워 왔다. 최근 이러한 흐름을 우리 역사의 전면에, 주류로 자리매김하자는 움직임이 ‘개벽파, 개벽학, 개벽종교, 개벽대학’ 등의 흐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동학의 창도지 '용담정'이 있는 용담계곡 전경 (사진: 표영삼)


우리 근대사는 동학 창도(1860) 이후 160년, 동학농민혁명 이후 125년, 3.1혁명 이후 100년 동안 서세동점의 쓰나미에 떠밀려온 세월이었다. 그나마 좌절과 고난 속에서도 우리가 경제 성장과 정치 발전(4.19-5.18-촛불혁명)을 거둔 것은 ‘개벽 근대’의 힘이 밑바탕에서 후덕한 생명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국가)는 아직도 서구적, 매국적 세력이 주류의 자리에서 군림하는 형국이다. 


‘개벽사(開闢史)’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 행사를 치르는 동학농민혁명도, 통일과 참된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한 3.1혁명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근대의 탄생]을 내놓는 이유, 지금 여기에서 이 책이 나오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달리 말해, 이 책의 출판은 이제야말로 ‘개벽의 시대’임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문명의 날을 도모하는 철학적 기반을 밝고 굳건히 하여 '개벽+'를 선포하는 일이다. 


이 책은 개벽사(開闢史)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잡지 [개벽](1920~1926)의 창조적 계승을 위하여 복간된 [개벽신문](월간, 2011~현재)에 연재된 관련 글들을 모아서 펴냈다. 


이 책이 나오기 전후하여 '개벽학' '개벽파' '개벽학당' '개벽대학' '개벽학회' '개벽저널' '개벽포럼' '도덕개벽' '제도개벽' 등 '개벽'과 관련되는 새로운 용어(개념/사고/인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후천개벽' '정신개벽' '물질개벽' '인문개벽' '사회개벽' '민족개벽' 등의 용어와 어울리며, 이 세계를 '다시 개벽'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곧 그릇을 차고 넘어, 세상으로 흘러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이, "다시 개벽"을 향한 마중물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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