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May 14. 2016

다시 읽는 신인철학(27)

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의식 중에 가장 명료히 비치는 중심점인) 통각은 의식계의 중심에서 의식의 원소를 통일하고 개척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중심점을 말하는 것인데, 이 통각이 곧 의지의 활동이다. 그리하여 의지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그 주위에는 의식계가 형성된다. 의식도 또한 일정한 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통각은 그 범위를 중심으로 하고 일정한 세계를 이루어 놓은 것으로 이것을 지각(知覺)이라 한다.

  

이와 같이 의지 활동이 의식계의 중심이 되어 있는 고로 그 중심점이 앞으로 나아갈 적마다 현재는 미래가 되고 미래는 또 현재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의지의 활동이 나아가는데서 경험이 생기고 경험적 자아가 생기고 우리의 생명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생각해야 할 일은 의지 활동이 중심점이니만큼 가장 명료한 부분이라 할수 있고 나머지 일정 범위의 의식계는 의식계의 권선(圈線) 내에 들어 있는 부분이며, 그리하여 권선 이외는 전혀 우리의 의식계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이것이 스펜서*의 이른바 불가지계(不可知界)라는 경역(境域)일 것이다.


이제 이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가지계(可知界) - 불가지계(不可知界) - 중간계(中間界)라고 본다면 과학은 가지계에 대한 실증적 지식이라 할 수 있고, 철학은 가지계를 주택(住宅)으로 하여 가지계와 불가지계가 만나는[接屬] 분명지 못한 부분을 논리적으로 논[理論]하는 이론적 지식이라 할 수 있고, 종교는 전적으로 불가지계를 음미하는 직각(直覺)의 지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의식계의 중심을 붙잡고 이 삼경(三境-가지계, 불가지계, 중간계)을 총섭(總攝)하여 모든 힘을 사람성 능동적 주관에 귀납하게 하는 활동이 의지의 노력이다. 의지가 가지계를 불가지계에서 개척(開拓)하는 임무를 맡고, 동시에 또한 불가지계를 직각으로서 알려고 하는 노력도 맡았다. 물론 의지의 개척은 가지계에서 인정할 수 있으나 의지의 노력은 불가지계에도 직각으로 힘쓰게 된다. 


어쨌든 의지의 활동은 가지계에서나 불가지계에서나 한가지로 중요한 직분을 맡고 있다. 말하자면 의지의 활동은 곧 생명력의 표현으로 볼 수 있으니 인간은 생명력으로서 가지계를 이용하는 동시에 불가지계를 창조하며 개척코자 하는 데서 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현실적 생명이라는 것은 찰나 찰나에서 마치 활동사진과 같이 순간 순간적으로 움직이는[動] 것이므로 여기에서 의지의 활동이 전후를 섭리해서 자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념을 짓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의지의 결과를 말한 것이요, 의지의 원인을 말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의지의 활동이 순전한 자유이냐 하면 그것은 단 한 가지 자유도 없는 관계 속의 작용의 중심인 것을 우리는 알았다. 의지 활동은 내용적으로는 사람성 능동적 본능에 그 뿌리를 박았고, 밖으로는 모든 자연의 사물과 그 관계를 맺고 있다. 즉 내외계의 관계작용이 곧 의지의 활동이다. 


(다음, "28. 수운주의에서의 의지"에 계속)


* 스펜서[Spencer, Herbert, 1820-1903, 영국, 철학자, 사회학자, 실증주의]  : 영국의 철학자, 사회학자. 실증주의의 입장에 선 그는 과학의 개념을 서로 대립ㆍ항쟁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개인의 경험은 한정된 것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사물의 본질에까지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불가지자(不可知者, theUnknownabel)를 인정했다. 결국 불가지론의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종교의 성립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다윈의 생물진화론을 받아들여, 진화를 생물뿐 아니라 세계 전체로 확대, 적용하였다. 그러나 그는 진화의 단계에 질적인 구별을 하지 않고, 인간 사회와 자연을 동질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유기체설을 받아들여 사회다윈주의의 입장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펜서 [Spencer, Herbert] (철학사전, 2009., 중원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