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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20. 2019

무엇이 21세기를 지배하는가 (3)

- [새책이야기] 최민자 지음, 모시는사람들

[아래 본문은 최민자 지음, "무엇이 21세기를 지배하는가"(모시는사람들 펴냄)의 내용입니다]

안개 속을 걸으면 알 수 있듯이, 안개는 위치라는 것이 없으므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비국소성(non-locality)[초공간성]을 띤다. ‘미시세계에서의 역설(the paradox in the micro-world)’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비국소성은 ‘양자장(quantum field)’이 작용하는 차원에서는 분리 자체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치라는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양자계가 근원적으로 비분리성(inseparability) 또는 비국소성을 갖고 파동인 동시에 입자로서의 속성을 상보적으로 지닌다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적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미시세계에서의 파동-입자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은 자연이 불합리해서가 아니라 대립자의 역동적 통일성에 기초하는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의 본질인 까닭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생명의 본질 자체가 내재성인 동시에 초월성이며, 전체성인 동시에 개체성이며, 우주의 본원인 동시에 현상 그 자체로서 본체와 작용을 상호 관통하는 완전한 소통성인 데에 기인한다.

생명의 밤이 오면 만물은 본체계로 되돌아가고, 생명의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현상계로 나와 활동을 시작한다. 그렇게 우주만물은 내재된 필연적 법칙성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끝없이 순환 반복하는 것이다. ‘생명의 낮과 밤’은 본체계[의식계]와 현상계[물질계]를 상호 관통하는 생명의 순환을 표징한다. 


생사(生死)란 생명의 낮과 밤의 학습 주기일 뿐, 생명의 흐름은 영원히 이어진다. 동학에서는 이를 ‘무왕불복지리(無往不復之理)’, 즉 가고 돌아오지 않음이 없는 이법(理法)이라고 했고,  <천부경(天符經)>에서는 돌아서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무극(無極)의 원기(元氣)를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하나(ONE 天地人)’*라고 했다. 


* 이 ‘하나(一)’가 근원적 一者(유일자, 유일신, 궁극적 실재)인 ‘하나’님 또는 ‘하늘’님이다. 우주만물이 다 그로부터 나오니 그냥 ‘하나’라고 하기엔 너무 신령스러워 존칭의 의미로 ‘님’자를 붙이기도 한다. 생명은 분리 자체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절대유일의 하나인 까닭에 유일자 또는 유일신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따라서 ‘하나’님, ‘하늘’님, 유일신은 특정 종교에 귀속된 고유명사가 아니라 종교와는 무관하게 생명의 본체를 나타내는 대명사이다.


우주만물은 ‘하나’에서 나와 다시 ‘하나’로 복귀하므로 ‘하나’의 견지에서 보면 늘어난 것도 줄어든 것도 없다. 만물만상은 무상한지라 한결같을 수 없고 오직 ‘하나’만이 한결같아서 이러한 대립과 운동을 통일시킨다. 말하자면 일체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지만 생멸을 초월한 영원한 실재의 차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아래 연재 중 '무엇이 21세기를 지배하는가 (2)'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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