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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19. 2016

동학, 더불어 삶을 가르치다(3)

동학이야기 세 번째, 동학과 공동체 문화

3. 사람과 땅의 어울려 살기 


해월은 이 말(한울님을 부모님처럼 섬긴다는 수운 선생의 말)을 받아 한걸음 더 나아간다. 한울(님)과 사람의 어울림뿐만이 아니라, 하늘과 사람과 땅의 어울림을 말하는 것이다. 


우주에 가득 찬 것은 도시 혼원한 한 기운이니, 한 걸음이라도 감히 경솔하게 걷지 못할 것이니라. 내가 한가히 있을 때에 한 어린이가 나막신을 신고 빠르게 앞을 지나니, 그 소리 땅을 울리어 놀라서 일어나 가슴을 어루만지며, 「그 어린이의 나막신 소리에 내 가슴이 아프더라」고 말했었노라.

땅을 소중히 여기기를 어머님의 살같이 하라. 어머님의 살이 중한가 버선이 중한가. 이 이치를 바로 알고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체행하면, 아무리 큰 비가 내려도 신발이 조금도 젖지 아니 할 것이니라. 이 현묘한 이치를 아는 이가 적으며 행하는 이가 드물 것이니라. 내 오늘 처음으로 대도의 진담을 말하였노라.”(해월, 성경신)


어울려서 존재하기, 살기, 완성하기의 근본은 바로 하늘-땅-사람의 어울려 살기이다. 


“어찌 홀로 사람만이 입고 사람만이 먹겠는가. 해도 역시 입고입고 달도 역시 먹고 먹느니라. 사람은 한울을 떠날 수 없고 한울은 사람을 떠날 수 없나니, 그러므로 사람의 한 호흡, 한 동정, 한 의식도 이는 서로 화하는 기틀이니라. 한울은 사람에 의지하고 사람은 먹는데 의지하나니, 만사를 안다는 것은 밥 한 그릇을 먹는 이치를 아는데 있느니라. 사람은 밥에 의지하여 그 생성을 돕고 한울은 사람에 의지하여 그 조화를 나타내는 것이니라. 사람의 호흡과 동정과 굴신과 의식은 다 한울님 조화의 힘이니, 한울님과 사람이 서로 화하는 기틀은 잠깐이라도 떨어지지 못할 것이니라.”(해월, 천지부모)


의암 손병희는 이를 좀더 친절히 부연하면서 ‘천지인 삼재’의 어우러짐을 확실히 매듭지어 말한다. 


“(제자가 의암 선생에게) 묻기를 ‘높은 것은 한울보다 더 높은 것이 없고, 두터운 것은 땅보다 더 두터운 것이 없고, 비천한 것은 사람보다 더 비천한 것이 없거늘, 사람이 한울을 모셨다 하는 것은 어찌 된 것입니까?’ (의암 선생이) 대답하시기를 ‘만물은 다 성품이 있고 마음이 있으니 이 성품과 이 마음은 한울에서 나온 것이라, 그러므로 한울을 모셨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묻기를 ‘그러면 높은 것이 한울이 아니요, 두터운 것이 땅이 아니란 것입니까?’ 대답하시기를 ‘높은 것은 두터운 것에 의지하고 두터운 것은 높은 것에 의지하였으니, 비천한 것은 그 사이에 있어 위로는 높고 밝은 덕을 입었고 아래로는 넓고 두터운 은혜를 실은 것이니라. 이러하므로 천․지․인 삼재란 것은 도무지 한 기운뿐이니라.’”(의암, 각세진경)


(다음, '4. 한울과 사람과 귀신의 어울려 삶을 말하다'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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