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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07. 2019

<새책>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

-종교와 공공성 총서 제2권을 발간하며

편집자 주 - 이 글은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의 '서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서구 근대문명의 동점, 개화적 근대에 대응하는 주체적 근대, 개벽사상으로 응전하다!!

서구 근대문명은 인류에게 과학과 산업의 발전에 따르는 물질적 풍요와 함께 기본적 인권, 개인의 존엄,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한 시민사회의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의 독점과 빈부격차, 제국주의와 세계전쟁, 인간소외와 자연파괴 등의 부작용도 초래했다. 이러한 서구 근대문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서 탄생한 동학을 비롯한 근대한국 개벽종교는 이에 대한 주체적 대응으로 보국안민(輔國安民), 유무상자(有無相資), 해원상생(解寃相生), 성통공완(性通功完), 정신개벽(精神開闢) 등을 새로운 이념으로 제시했다.


동학에서 원불교에 이르는 근대한국 개벽종교는 서구적 문명과 근대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한국의 토착사상에서 새로운 세계관의 단초를 모색하였는데, 그것을 나타내는 슬로건이 ‘개벽’이다. 동학의 ‘다시 개벽’, 천도교의 ‘삼대개벽’, 증산의 ‘삼계개벽’, 원불교의 ‘정신개벽’ 그리고 대종교의 ‘개천(開天)개벽’은 하나같이 민중이 중심이 되어 자기 수양을 바탕으로 타자 구제를 실천하여 “새로운 문명을 열자(개벽)”고 하는 인문 운동이었다. 이들은 한말 개화기에 서구적 근대를 지향하는 ‘개화파’나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는 ‘척사파’와는 다른 제3의 길을 추구했기에 ‘개벽파’로 범주화할 수 있다.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제시한 개벽의 이념은 인간의 평등성, 주체적 자각, 공공세계 건설 등의 이념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조선말기 이후에는 각종 신분차별과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다양한 차원의 독립운동, 공동체운동, 문화운동으로 확장시켰다. 이처럼 근대한국 개벽종교에서는 점진적으로 자유, 평등의 시민적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도 문명의 이기적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교리의 체계화와 사회적 실천에 앞장섰다.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 때 전개된 정치적 독립운동과 경제적 자립운동, 조합운동, 신문화운동 등은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단순히 개인의 수양에만 머무르지 않고, 당대 정치와 사회에 적극 관여하여 인류 문명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종교의 공공성의 면모를 드러냈다.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다양한 종교운동은 당시에 새롭게 직면한 국내외의 근대문명과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전개된 종교적 실천이었으며, 근대문명에 대한 ‘주체적 대응’이었다. 이는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이념적 주장에머물지 않고 ‘이념의 사회화’와 ‘이념과 현실의 통합’ 측면에서 전통적 세계관의 창조적 계승, 서구 및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새로운 사회와 국가 질서의 추구를 통해 근대와 대면하였음을 의미한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서구 문명에 대한 ‘주체적 대응’ 즉 ‘근대문명에 대한 한국의 자생종교의 응전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근대 시기에 한국종교들이 공공성을 어느 정도 내면화하였고 실천했는지를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서를 통해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공공성이 한층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개벽사상을 되살리다’, ‘개벽사상을 공공하다’의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개벽사상을 되살리다’에서는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공공성이 지닌 시대인식과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추구한 개벽사상과 공공성의 현재적 의미를 고찰한다. 


먼저 허남진의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토착적 근대”는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어떤 현실에서 삶을 꾸려 갔고, 개항과 외세의 침탈이라는 격변을 맞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지향했던 새로운 시대의 이념과 문명을 ‘개벽’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근대한국 개벽종교는 서구적 근대문명과의 대면을 통해 전통사상의 한계와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포착했고 이러한 극복을 통해 지향해야 할 지점을 ‘개벽’으로 구체화시켰다는 것이다.


박치완의 “탈식민적 관점에서 본 동학의 현대적 의미”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신학문운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뒤에, 일본, 중국, 서구에 맞서 ‘조선의 주체적 근대’를 연 동학의 탈식민적·탈서구적 의미와 가치를 제3세계권

의 신학문운동과 비교하고 있다.


류성민의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공공성과 시대정신”은 근대한국 개벽종교들에 나타난 공공성을 분석하고, 그 공공성이 오늘날 윤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천착한다. 근대한국 개벽종교들은 창교 당시를 획기적인 시대적 전환기로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종교적 신념과 실천 체계를 만들었는데 바로 여기에 공공성이 구현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염승준의 “종교없음 시대의 종교성과 동학 시천주 개념의 내재적 초월성”은 나와 너의 경계를 넘어서 모두가 하나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동귀일체의 형이상학적 초월성과 절대성을 상실하고, ‘각자위심’만이 만연하여 형이상학에 무관심한 현대사회를 ‘종교없음’의 시대로 정의하고,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종교성으로 동학 시천주의 내재적 초월성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 내재적 초월성이 학계에 만연한 동학에 대한 다양한 이율배반적 해석들―신학, 사학, 동서양 철학, 그리고 북한의 유물사관에 기반한 상충된 해석―을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해석의 도추가 되어야 한다는 점과,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적인 이기심에 기반한 불평등한 사회 정치적 위계질서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실천성과 운동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김석근의 “마음혁명을 통한 독립국가 완성과 국민 만들기”는 정산(鼎山) 송규(宋奎)가 쓴『건국론(建國論)』에 담겨 있는 건국철학을 원불교라는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고, 제3자의 시선으로, 그리고 정치학적으로 낯설게 독해하였다. 그리고 토착적 혹은 자생적 건국이론을 염두에 두면서 동시대의 기독교적 건국이론과의 비교를 시도하였다.


조성환의 “동학의 생명사상과 원주의 생명학파”에서는 원주의 생명학파가 21세기 한국 사상으로서의 ‘개벽학’을 정립하는 데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 윤노빈, 김지하, 장일순의 사상적 특징을 고찰한다. 이들은 모두 동학을 생명사상으로 해석하고, 생명 현상의 특징을 전일성으로 파악하여 각각 ‘생존철학’, ‘개벽사상’, ‘생명운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들이 추구한 생명운동은 근대가 초래한 문제들, 가령 민족 분단(윤노빈), 민중 억압(김지하), 천인분리(장일순)와 같은 ‘반(反)생명적 경향’이 강한 서구 근대의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토착적 근대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2부 ‘개벽사상을 공공하다’는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사회적 실천에 주목하는 글이다.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전개한 공동체운동, 경제운동, 독립운동, 건국운동, 구호사업을 중심으로 개벽사상에 담겨 있는 공공성을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고찰한다. 


야규 마코토의 “근대한국 공공성의 전개와 연대”는동학의 역사를 통해 한국적 공공성이 새롭게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아울러 공공하는 종교로서의, 다시 말해 타자와 대화하고 공동하고 개신하는 종교로서의 동학-천도교의 모습을 찾는다.


박맹수의 “‘비서구적 근대’의 길로서 동학과 원불교의 공동체운동”에서는 근대한국 개벽종교 중에서 동학과 동학의 변증법적 전개라고 볼 수 있는 원불교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이 두 종교가 보여준 새로운 종교 공동체운동의 내용과 특징을 공공의 관점에서 해명하고 있다. ‘서구적 근대’가 초래한 병폐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동학과 원불교가 사람을 포함한 만물을 가장 거룩한 존재로 모시는 ‘천지공심’의 실현을 지향했던 것은 ‘서구적 근대’와는 다른, 우리나라 나름의 독자적인 근대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특징임을 지적하고 있다.


김민영의 “전남 영광 지역의 종교지형과 민족사회·경제운동”은 1910년대를 전후로 전남 영광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민족사회운동, 경제운동의 전개와 함께 종교의 사회경제적 공공성에 주목하면서 식민지 자본주의 상품경제의 조선 침투에 대한 경계와 대응 및 계몽, 토산 장려 등의 논리를 제시한다.


김봉곤의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민족자결주의 수용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은 을사늑약(1905)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1919)까지, 근대한국 개벽종교가 식민지 권력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등장한 민족자결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는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원영상의 “근대 개혁불교의 사회적 공공성”은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실천운동이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전략과 전술에서 과연 사회적 공익을 우선시했는지, 또는 그들의 의식과 행위의 수준에서 공공정신을 어느 정도 내면화하고 실천했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원불교의 전신인 불법연구회가 해방 직후에 실천한 귀환전재동포구호사업을 민중을 위한 종교의 적극적인 역할로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요섭의 “동학과 한살림: 생명공공성의 차원 변화”는 오늘의 극적인 생태 사회 문화적 변화를 바라보면서 공공성의 지평을 생명세계로 확장한 한살림운동과 그 원형인 동학을 재조명하고 있다. 나아가서 생명공

공성의 심화 확장의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그 모티브를 동학의 다시개벽과 향아설위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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