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논어>을 다시 읽는다
오늘날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전 세계에 걸쳐 위력을 발휘해 온 서구적인 지혜와 지식, 그것을 기반으로 한 물질-자본주의 문명의 성취 과정에서 인류가 쌓았던 부채에 대한 청구서(부작용)라고 일컬어진다.
서구 문명이 부르짖었던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라는 신화는 결국 경제력을 갖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의미한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반면에 그 오해와 착각의 대가는 혹독하다. 인간 세계에서의 부의 무한증식(에 대한 욕망과 착각)과 부익부-빈익빈의 극단화, 갈등과 분쟁의 끊임없는 확대 재생산은 물론이고, 인간-자연의 이원화 망상의 결과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고, 그로 말미암아 결국 전 지구적 대멸종의 위기를 자초한 것도 인간이다. 무엇보다 지구 자원의 무한 소비로써 만들어 낸 물질적 성장과 문명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복과 안녕은 여전히, 어떤 면에서는 지난 세월보다 더 멀어진, 아득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크나큰 문제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흐름 속에서도, 대다수의 담론들의 관심은 여전히 (지속가능한) ‘성장’이고, 이전의 풍요를 잃어버리지 않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 이외의 것에 대한 상상력이 고갈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관성에 젖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류’의 이면에서, <논어>를 원점으로 하는 동아시아 사상이 전해주는 지혜는 새로운 세계를 위한 현실적인 지혜를 제공한다는 점에 대한 고려, 다시 말해, ‘근(현)대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전환에 대한 요구도 점점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 움직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유교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논어>나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동아시아 사상 전통에서 걷어내야 할 실루엣은 그것이 ‘남성 중심’ 또는 ‘지배 세력 중심’의 논리일 뿐이라고 하는 인식이다.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 읽기’는 현대 사회(세계)가 요구하는 동아시아 전통의 지혜를 <논어>로부터 창조적으로 발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집사람’이라는 말로써 ‘개인-가정’ 속에서의 ‘여성’의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주목한다. 또 ‘논어 읽기’라는 말로써,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초월하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전환과, 나아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오늘 이 시대와 지구공동체가 요구하는 생명 윤리와 도덕, 지혜와 영성을 학습하게 하는 고전이자 성경(경전)으로 거듭나게 한다.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 읽기>를 통해 (1) 유교 덕목의 기본인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말은 지구에게 ‘바이러스’로 작동했던 근대인의 정체성을 극복하여 뭇 생명과 더불어 사는 ‘예(禮)’ 존재로서의 새로운 자기 정체성, 미래적 인간의 길을 향하는 희망을 밝히는 지혜가 된다는 것, 또 (2) 유교 덕목의 핵심인 인(仁)은 뭇 생명을 살리는 신성(神性)과 생명적 관계성을 회복한 존재로서의 신성(信性)을 회복하는 용기가 된다는 것을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