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0006 : <동학 문명론의 주체적 근대성>
오상준이 펼친 개화운동은 종교문명과 정치문명의 진보를 통한 도덕문명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천인(天人)과 삼단[三團: 吾人, 吾敎, 吾國] 일치의 정신을 기초로
공화와 자치, 사회의 영성화를 표방하였다.
여기서 오교(吾敎)란 우리 정신이자 우리 가르침으로서의 천도(天道)를 뜻하고,
이는 곧 오상준뿐만 아니라 당시 천도교가 사용했던 ‘교(敎)’, 즉 종교의 개념이기도 하다.
당시 천도교에서 썼던 교(敎)는 종교와 교육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고,
종교라는 말 역시 서구 개념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서구 종교(religion)의 개념은 성속(聖俗)을 분리하고, 정치와 분리되며,
특정 존재를 대상화하여 신의 대리자로 매개를 삼는 구원의 개념이 강하다.
그러나 오상준이 말하는 교는 배움과 가르침의 교(敎),
또는 최고(宗)의 가르침(敎)으로서의 종교(宗敎)를 뜻하고,
종교란 각 나라를 떠받치는 정신적 힘이자 고유사상을 지칭한다.
이는 자기 나라와 사회, 나아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주교(主敎), 혹은 국교(國敎)로 명명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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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리 고유의 정신을 살려 나가고 이로부터 자주독립의 애국정신을 인도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문명을 이 세계에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교의 확장은 곧 독립 준비의 일환이자 애국자 양성이고,
동시에 종교, 철학, 과학을 비롯한 인문개벽이자 국가문명의 진보를 꾀함이다.
요컨대 오교(吾敎)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보국안민(輔國安民)하여
인간과 세상의 인문개벽을 이루기 위해 가르치고 배워야 할 우리의 정신을 의미한다.
그것은 완성된 실체가 아니라 우리 것을 기초로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여
무한히 넓고, 깊게, 그리고 멀리 내다보면서 이루어가야 할 무궁한 ‘하날문명’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당시 천도교는 우리의 정신적 지평을 무한대로 끌어올리고
보국안민할 우리 정신의 대표임을 자처한 것이며, 세계가 하나 되어 공존공영을 이루어 갈 가르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