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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19. 2020

나도!

UBO Photo essay no.12

2020년12월 19일 오전 10시 30분.

1.


나만  세상을 보는 게 아니다.

세상도 나를 본다.


나만 나무를 보는 게 아니다.

겨울 잠을 자는 저 나무도 나를 본다.


나만 그를 보는 게 아니다.

그도 나를 본다.


나만 그를 미워하는 게 아니다.

그도 나를 미워한다.


너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나를 너를 사랑한다. 


나만 숨쉬는 게 아니다.

나무도 풀도 하늘도 별도 숨을 쉰다.


저기  저 구름도

지나가는 바람도

나를 보며


생각한다.


한마디

말을

한다.


할말을

하지

않는

다.


나만  세상을 탓하는  게 아니다.

세상도 나를 탓한다.


나만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다.

쓰레기도 나를 버린다.


너만 나를 보는 것이 아니듯이

나만 너를 보는 것이 아니듯이


나만 이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다.

도시도 나를 둘러싸고 빙빙 맴을 돈다.

2020년 12월 19일 오전 10시 50분. 

2.


내가 죽으면 내가 본 것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 버리고


나를 본 것들이 기억하는 나만 기억되고

나를 본 것들이 말하는 나만  말해지리라


너의 나, 그의 나, 세상의 나만 

떠다니리라.


나는 눈에 보이는 만큼

세상과 그와 너와 그밖의  것들을 보지만

내가 보지 못한 너와 그와 세상 그 밖의 것들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를 보고 너와 그와 세상까지 또 보리라


내가 본 것과 들은  것

아는 것과 생각한 것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한 것


나는 그 백억천만 배만큼

보이고 들리고 알려지고 생각되고

사랑받고 미움받으리라


빛나는

하나가

내뿜는

광자의 수만큼으로

나는

흩어졌고

흩어지는 중이고

흩어지리라


그 우주마다

그만큼의

나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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