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O Photo essay no.12
1.
나만 세상을 보는 게 아니다.
세상도 나를 본다.
나만 나무를 보는 게 아니다.
겨울 잠을 자는 저 나무도 나를 본다.
나만 그를 보는 게 아니다.
그도 나를 본다.
나만 그를 미워하는 게 아니다.
그도 나를 미워한다.
너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나를 너를 사랑한다.
나만 숨쉬는 게 아니다.
나무도 풀도 하늘도 별도 숨을 쉰다.
저기 저 구름도
지나가는 바람도
나를 보며
생각한다.
한마디
말을
한다.
할말을
하지
않는
다.
나만 세상을 탓하는 게 아니다.
세상도 나를 탓한다.
나만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다.
쓰레기도 나를 버린다.
너만 나를 보는 것이 아니듯이
나만 너를 보는 것이 아니듯이
나만 이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다.
도시도 나를 둘러싸고 빙빙 맴을 돈다.
2.
내가 죽으면 내가 본 것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 버리고
나를 본 것들이 기억하는 나만 기억되고
나를 본 것들이 말하는 나만 말해지리라
너의 나, 그의 나, 세상의 나만
떠다니리라.
나는 눈에 보이는 만큼
세상과 그와 너와 그밖의 것들을 보지만
내가 보지 못한 너와 그와 세상 그 밖의 것들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를 보고 너와 그와 세상까지 또 보리라
내가 본 것과 들은 것
아는 것과 생각한 것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한 것
나는 그 백억천만 배만큼
보이고 들리고 알려지고 생각되고
사랑받고 미움받으리라
빛나는
별
하나가
내뿜는
광자의 수만큼으로
나는
흩어졌고
흩어지는 중이고
흩어지리라
그 우주마다
그만큼의
나로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