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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16. 2021

안병욱의 성(誠)의 철학

[잠깐독서-0046] 안병욱 철학평전 - 안병욱 인생철학  



이당 안병욱의 철학은 ‘위기지학’에서 시작합니다. 


공자는 “옛날에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수양을 위해서 했는데, 요즘 공부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한다.”고 한탄했습니다([논어]< 憲問> 25장). 


공부는 단순히 생존의 기술을 익히거나 자기를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학문은 경쟁을 통해서 생활 방편을 획득하는 데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학문은 먼저 수양과 수기가 본래의 목적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이당은 공부를 하고 깨닫고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의 지향점을 자기 자신을 수양(修養)하고 수기(修己)하는 데에 두었습니다. 


숭실대학교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50여 권 이상, 원고지로 5만 장이 넘는 책을 집필하고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강연을 할 때도 그는 말과 행동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대로 그의 성(誠)의 철학을 잘 이룹니다.


성의 철학은 그의 ‘참회록’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일생을 성실과 신의로 살아왔다는 그는 대학에서 윤리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자신의 삶이 윤리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누군가와 싸운 일도, 남을 해코지한 일도 없었습니다. 여자관계로 가족을 힘들게 한 적도 없었으며 친구 관계도 원만했습니다. 인생의 모범생이었습니다. 소심할 정도로 착하고 바보에 가깝게 우직하고 답답한 분이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성미가 급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부인으로부터 악착스럽지 못하고 끈기가 부족하고 매섭지 못하다는 평도 들었습니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 편하다고 여기는 착한 심성과 솔직하고 정직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이당은 평소에 운동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 후회가 된다는 말을 적으면서, 1973년부터 요가 체조를 매일 아침 집에서 20분 정도씩 하였노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이당은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을 문자 그대로 살아 보려고 했던 선비 같은 학자였습니다([지혜롭게 사는 길]<에세이12>, 275-277쪽). 그런 의미에서 이당이 “철학이란 언제나 생의 반성과 자각에서 생긴다.”([세계의 대사상 21]<키어케고어―키어케고어의 생애와 사상>, 13쪽)고 말했던 고백은 자신의 생의 성찰과 깨달음에 의한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당의 철학을 크게 네 부문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성(誠), 중(中), 생(生), 실(實, 혹은 思/行) 네 개의 핵심어로 대표되는, 이른바 성실(誠實)철학, 중용(中庸)철학, 생철학(혹은 삶의 철학, 생활철학, Lebensphilosophie), 실학철학(실용주의, Pragmatism)입니다. 


이 철학의 해석학적 바탕에는 공자, 율곡 이이, 도산 안창호, 다산 정약용으로 이어지는 성(誠)이 있습니다. 서양철학자로는 피히테, 베르그송, 딜타이, 키에르케고르,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와 윌리엄 제임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가 이당의 철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김대식 지음, <안병욱 인생철학> - 27-28쪽]


[책을 열며-045] 한 사람의 생은 그 자체로 철학이다. 누구의 삶이든, 철학이 없는 삶이 있으랴. 그러나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의미(意味)와 취미(趣味)와 음미(吟味)를 남겨주는 특별한 생은 있게 마련이다. 더욱이 온 인생으로 '철학'을 밀고 나가는 삶은 특별하게 마련이다. 안병욱의 평전이면서도, '철학평전'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의 철학적 궤적으로 톺아가는 데 주력한 이 책은, '안병욱'이라는 한 시대, 한 사회의 스승의 지혜와 훈화(訓話)를 파스텔톤의 풍경화로 감상하게 해 준다. 직접적인 그의 글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르게, 그윽하게 안병욱의 철학의 전모를 감상하게 해 준다. 


수많은 글, 대학 강단에서의 강의와 더불어 그의 철학과 삶은 우리 사회, 그리고 (특히 50대 후반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생의 교훈이거나 버팀목, 혹은 삶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해 있는 경우가 많다. 혹은 그 사실조차 잃어버리고 살지도 모르지만 안병욱의 '인생철학'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뿌리이자 원천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그런데, 사실 그의 철학이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전파된 곳은 '학교 현장'이었다. 본문에도 보이는바, 그리고 70년대 전후의 학교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사 강연'을 통해, 그리고 흥사단 학생아카데미 주체의 각종 강연을 통해,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간곡한 생의 철학을 호소하였다. 개화기에 안창호 선생의 강연이 당대 수많은 지식인과 청년들에게 새로운 자각과 생의 의지를 심어 주었던 것처럼 암울한 유신 시대, 독재의 시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1970년대 이후' 청년학생들에게, 안창호의 후학이자 후배인 '안병욱'은 또한 그렇게 새로운 자각과 생의 의지, 시대적 사명과 인생의 정도를 설파하였다.


안창호의 정신은 한편으로 사상적-정신적으로 한편으로는 임시정부 등을 경유한 정치적-역사적인 맥락으로 알게 모르게 한국 근-현대의 지형을 형성한 근간이 되었다. 안창호 이후 (사대적)개화파나 심지어 친일파 및 그 후예들이 이 사회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듯 보이지만, 최근의 '촛불혁명'에서 보이듯이, 우리 인민(人民)의 절대 다수의 심저(心低)에는 안창호파 = 개벽파의 사상적-정서적-역사적 맥락이 면면히 살아 흐로고 있다. 그리고 그 한 저수지를 형성한 / 하게 한 것이 바로 안병욱의 철학 세계 / 철학적인 삶 / 철학 실천(강연, 저서)이다. 


이 책이 그렇게, 우리 근대사의 맥락에서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철학적 인생' '자기 삶의 온전한, 오롯한, 올바른 주인'들로 생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사람들의 사회, 나라,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여는 이정표가 되리라 /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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